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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_2019

지리산의 가을은 어떤 모습으로 오는가 지리산엘 다녀왔다. 모두 세 본 적은 없지만 그간 지리산엘 간 게 10번 가까이 될 것이다. 지리산은 매번 찾아갈 때마다 색다른 감동을 주지만 이번 산행은 특히나 뜻 깊었다. 산행 코스가 노고단에서 바래봉까지 이어지는 소위 말하는 '서북능선'이었다는 것, 그리고 아내와 12살 아들 녀석이 함께 했다는 게 여느 산행과 다른 깊은 추억을 안겨주었다. 지리산 서북능선은 백두대간의 한 구간이라는데 오래 전부터 말로만 들었을뿐 가보기는 처음이었다. 행정구역상 남원시에 속하는 서북능선(이 능선에 올라보니 내가 나고 자란 마을이 먼발치에서 보였다!)은 지리산 주 능선을 바라보면서 산행을 할 수 있는, 난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능선길이다. 난도가 낮다고는 하지만 성삼재-고리봉-만복대-정령치-세걸산-바래봉으로 이어지며 적.. 더보기
[애프터 다크](무라카미 하루키) 최근 번역돼 발간된이 소설책에는 '무라카미 하루키 데뷔 25주년 기념 장편소설'이란 수식어가 붙어 있다. 일본에서 발표된 게 2004년이라고 한다. 이 소설 역시 내가 읽어본 그의 다른 소설과 공통점이 많다. 뭔가를 상실한 선남선녀가 등장하는데, 이들은 각각 '관계'에 대한 상처 또는 아픈 추억을 안고 있다. 재즈, 팝, 그리고 클래식 등 다양한 음악이 바뀌는 배경의 공간마다 흐르고 서양의 의복과 역시 서양식 음식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 역시 이 작품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양장본이지만 말랑말랑한 촉감을 주는 짙은 청색의 표지는 책의 내용과 잘 어울리는 듯 싶다. 뒷표지엔 "모차르트 의 시련처럼 얼마간의 고통을 직접 겪으면서 스스로 공포를 헤쳐나가지 않으면 진짜 성장이란 없을 겁.. 더보기
[로그인]현대판 음서제의 진실 기자 출신의 출판사 대표 한분과 옛날에 기자가 쓴 책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화제는 내가 먼저 던졌는데 '기자가 쓴 책은 왜 대부분 재미가 없는가'였다. 출판담당 기자를 하던 시절 신간으로 나온 기자 선배들의 책을 여럿 접했는데 작정하고 어떤 주제에 대해 쓴 책은 그렇지 않았지만 과거에 쓴 칼럼을 갈무리한 책들은 영 아니올시다였다. 아무래도 그날 그날 짧은 글로 승부를 봐야 하는 신문과 긴 호흡으로 한 주제에 천착해야 하는 책이라는 매체의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되었다. 그 대표님은 나의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자신의 경험을 들어 그분의 지론을 더했다. 출판사를 하고 있다보니 후배 기자들이 이런저런 주제와 원고를 들고 책을 내고 싶다고 찾아오는데 자신은 딱 한마디로 일단 물린다고 했다. "어떤 주제도.. 더보기
광화문 교보문고 매대의 '빅데이터 인문학' 대놓고 하는 책광고다. 지난 18일 토요일 아침에 선배 한분이 인터넷 주소 하나를 카톡으로 보내주며 "축하한다. 소주 한잔 하자"고 했다. 뭔가 싶었는데 조선일보 북섹션이 여름휴가 특집으로 제작한 기사였다. 출판사 대표나 편집자 30명에게 이른바 '숨어있는 최고의 책'을 추천하도록 했는데 '빅데이터 인문학'이 그에 포함됐고, '본선'에서 3위에 올랐다는 것이다.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페이스북에 이 기사를 소개하면서 '이제 계속 숨어 있지 말고 세상으로 좀 나왔으면 좋겠다'고 썼드랬다. 책이 나온게 1월인데 처음엔 어디에 어느 문장이 있는지 기억해 내라면 할 수 있을 정도로 책 내용이 훤했는데 시간이 좀 흐른 지금 책장을 펼쳐 보면 '내가 이런 문장으로 번역을 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비록 내.. 더보기
고장난 민주주의와 ‘해킹’ 한국 민주주의가 오작동 하고 있다는 얘기는 사실 새삼스러운게 아니다. 정치인들이 자신의 공약을 어기고도 목을 세울 수 있는 것, 대통령이 온갖 파탄난 국정 현안에 대해 사과하거나 유감스러워 하지 않는 것, 그런데도 그들에 대한 지지는 식지 않는 것, 이런 것들의 연속선상에 이번 국정원 사건이 있다고 본다. [로그인]고장난 민주주의와 ‘해킹’ 이탈리아 ‘해킹팀’ 자료 유출로 불거진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사찰 의혹과 뒤이어 벌어지고 있는 사태는 한국 민주주의의 오작동이 징후가 아닌 엄연한 현실임을 다시 한번 극명하게 보여준다. 압권은 자살한 동료 임모 과장을 추모한다며 ‘국정원 직원 일동’이 낸 사상 초유의 성명이다. 그들은 국정원이 민간인을 해킹했을 수 있다는 의혹 제기를 “백해무익한 논란”이라고 규정하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