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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5.04.20 CCTV 감옥
  2. 2010.12.20 [리뷰]신인왕제색도 & 인왕산일기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에 관한 뉴스를 검색하다가 누군가가 단 댓글이 인상적이었다. 감시를 하려면 어린이집 보육교사보다 공무원과 국회의원을 제일 먼저 감시해야 한다면서 국회의원 의원실과 공무원들 일하는 관공서에 먼저 CCTV를 달라는 내용이었다.


영상기기들이 발달하고 대용량의 영상 정보를 전송, 처리하는 기술도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면서 이 사안은 새로운 윤리적 이슈를 제기하고 있다. 골목길에 설치된 CCTV 문제는 이제 고전적인 이슈다. 입는 컴퓨터, 소위 말하는 웨어러블 기기 가운데 많은 이목을 끈 구글의 '글래스'는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움직이는 CCTV에 다름 아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경찰관들의 폭행과 총격 등 인권침해가 빈발하면서 경찰관들의 가슴에 CCTV를 달게하는 지역들이 늘어나고 있다. 인권침해 시비가 붙었을 때 사후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한 목적도 있고, 촬영되고 있으니 경찰관이나 민원인이나 서로 시비가 되는 일을 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용도로도 사용된다.


그러나 첨단으로 내달리는 기술의 발전을 사회 윤리가 따라잡기란 만만치 않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상황이 하루가 다르게 출현하는데 윤리적 평가의 사각지대에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구글 글래스라는 걸 끼고 길거리와 음식점 같은 곳을 돌아다니며 촬영한 다음 이걸 편집해 유튜브에 올린다고 생각해보자. 무수한 사람들이 무차별적으로 촬영돼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인터넷에 공개된다. 물론 이런 상황은 현재의 민형사 법제로도 시비를 가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존에 통용되는 과학기술을 전제로 만들어진 법제나 판례를 가지고는 발빠르게 대처하기가 어렵다.


CCTV의 효용을 전적으로 무시할 순 없다. CCTV는 범죄 예방과 안전 등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전에는 소변금지라는 문구와 함께 커다란 가위가 그려져 있던 담벼락에 이제는 CCTV가 설치된다. 그럼에도 나는 늘어가는 CCTV를 볼 때마다 불편하다. 누군가를 감시하기 위해 허다하게 설치되는 CCTV들. 그렇다면 이 CCTV를 들여다보고 그 영상정보를 관리하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을 어떻게 감시할 것인가?





[로그인]'CCTV 감옥'


서울 종로구에 있는 서울시교육청과 서울복지재단을 조금 지나 오른쪽으로 비탈진 길을 올라가면 월암근린공원이 나온다. 인왕산 가는 길 주택가 골목길로 이어지는 이 공원은 한쪽 면이 복원된 서울 성곽이 감싸고 있는 호젓한 곳이다. 가끔 점심시간에 짬을 내 인왕산길로 산책 갈 때 이곳 벤치에 앉아 건너편 영천시장과 금화산을 바라보며 다리쉼을 하곤 한다. 어느날 이 공원에 들어섰을 때 부엉이 소리, 정확히는 부엉이 소리처럼 들리는 소리가 났다. 인왕산 자락이니 부엉이가 살지 말라는 법도 없으리란 생각이 들었지만 부엉이는 보이지 않았다. 몇 번의 같은 경험 끝에 부엉이 소리가 나는 곳을 알게 됐다. 이곳엔 폐쇄회로(CC)TV가 2대 설치돼 있는데, 원형 카메라로서 회전이 가능하다. 카메라는 사람의 움직임을 포착하면 그쪽으로 방향을 돌리는데 이때 '부엉~'하는 소리가 나도록 돼 있는 모양이었다. 경찰 순찰차가 경광등을 켜 잠재적 범죄 용의자들에게 '경고'를 보내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로 CCTV가 돌아갈 때 소리가 나게 한 것이리라.


도심 속 호젓한 공원에 사는 부엉이에 대한 환상이 깨진 뒤로도 쇠기둥 끝에 매달린 CCTV는 부엉이 소리를 내며 성실하게 내게로 시선을 돌린다. 밤에 홀로 이곳을 지나거나 여성처럼 완력이 약한 사람들은 CCTV가 보내는 시선에서 안도감을 느낄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는 이 카메라가 그리스 신화 속 거인 키클롭스의 부리부리한 외눈 같다는 생각이 떠올라 찜찜했다. CCTV 너머에서 내가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내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거나, 어떤 장치에 기록되고 있다는 사실에서 오는 원초적인 불쾌감이다.


CCTV는 현대인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요소가 돼 버렸다. CCTV는 치안과 방범, 안전 등 다양한 명목으로 전국을 촘촘하게 촬영하지만 본질은 싼값에 효율적으로 감시하는 것이다. 골목길의 CCTV는 이곳을 지나는 사람이 못된 짓을 하는지 감시하고, 시내버스에 설치된 CCTV는 승객이 요금을 안 내는지, 다른 승객의 지갑을 슬쩍하거나 추행을 하는지, 그리고 운전기사가 요금을 가로채는지 감시한다. 파출소의 CCTV는 경찰관이 피의자의 인권을 유린하는지, 취객이 경찰관을 폭행하는지 감시한다. 자가용 승용차에 설치된 블랙박스는 교통사고가 났을 때 피해자인 내가 억울하게 가해자로 둔갑되지 않는지 감시한다.


CCTV는 호시탐탐 보다 내밀한 공간으로의 영역확대를 꾀한다. 지난 1월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네살짜리 어린이 폭행사건이 드러나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자 정부는 모든 어린이집에 CCTV를 달자는 방안을 들고 나왔다. 지난 3월 국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부결됐으나, 같은 취지의 법안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아이들은 자기의사를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인권보호와 부모님들의 염려를 해소시키기 위해서"(장옥주 보건복지부 차관)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영유아가 가정을 나서서 처음으로 접하는 공적 공간일 가능성이 높은 어린이집에 의무적으로 CCTV가 설치되고 나면 학교 교실에도 달자는 주장이 나올 것이다. 교실에서는 급우 간 왕따와 폭행, 교사의 폭행과 추행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폭행과 성추행, 자살이 빈발하는 군 내무반도 유력하다. 가정집은? 자기 아이를 학대하는 부모도 많으니 가정에도 의무적으로 CCTV를 달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CCTV에 대한 수요를 낳은 것은 불신이다. 그런데 CCTV라는 값싼 해결책에 기댈수록 신뢰가 자랄 수 있는 토양은 줄어든다. 불신이 CCTV를 필요로 하고, CCTV가 신뢰가 자랄 가능성을 차단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렇게 무한 불신 사회는 CCTV 감옥에 우리를 가둔다. 이 감옥은 '만인이 만인을 두려워하고 싸워야 하는 사회'에 다름 아니다.


Posted by 까만주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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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그럴 기회도 사라져 버렸지만 나도 회사에서 내근을 할 땐 인왕산 자락을 종종 산책하곤 했다. 자주 갈 때는 일주일에 두세번씩 가기도 했다. 직장 근처에 이렇게 좋은 산책길이 있고, 짬을 내서 이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행운이다. 그리고 회사 구내식당이 있는 9층 옥상에서 보면 멀리 인왕산이 건네 보인다. 참 좋은 산이다.

그런데 누구는 ‘참 좋은 산’이라고 감탄만 하고 지나가는데 누구는 그냥 산책만 하거나 등산만 하지 않고 열심히 생각을 길어올려 일기를 썼다. 이 책을 쓴 궁리의 이갑수 대표의 내공에 비하는 나는 한참 아래다. 인왕산 자락 산책의 목적을 그날의 스트레스 해소와 다리운동에만 뒀던 게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하기사, 쓴다고 해도 그 양반의 내공에 훨씬 못미쳤겠지만. 이갑수 대표는 몇번 만난 적이 있는데 참 맑은 분이다. 장난기도 있다. 리뷰 기사에서 썼지만 그가 운영하는 궁리출판사 사무실은 왠지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 나오는 출판사 사무실 분위기가 날 것 같다. 신혼인 박중훈이 싸온 도시락을 열면 완두통으로 하트가 그려져 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선배들이 놀린다. 그래도 신랑은 좋다고 헤벌쭉이다. 이런 분위기 말이다.

여하튼 이 책을 보면서 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은 진심이다. 일기는 커녕 주기(週記)도 쓰기 어려운 게으름뱅이도 꿈을 꾸는 건 자유다.

손을 댄 책 몇권을 가방에 넣고 다니고는 있으나 이 책이 올해에 제대로 읽은 마지막 책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남의 일기로 한해 독서를 마무리하게 된 것이 그리 기분 나쁘지 않다. 웬지 훈훈해지는 느낌이다.

나의 사랑, 나의 인왕산

신인왕제색도 - 10점
이갑수 지음, 도진호 사진/궁리
인왕산 일기 - 10점
이갑수 지음/궁리

<나의 사랑 나의 신부>라는 영화가 있었다. 그간 텔레비전에서 여러번 방영됐고, 주인공 중 한 명이 저세상 사람이 됐을 정도로 오래된 영화이지만 한편의 동화처럼 예쁘고 낭만적이다. 아무리 신혼부부에 관한 이야기라지만 어찌보면 닭살이 돋을 수도 있었을 텐데, 이 영화가 그런 거부감이 별로 들지 않았던 것은 남자 주인공의 직업이 작가를 꿈꾸는 출판사 직원으로 설정된 덕도 있었을 것이다. 고정관념일지도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대개 출판사 직원은 일반 샐러리맨에 비해서 정신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있고 낭만적일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실제의 출판사 사람들은 이런 얘기에 열이면 열 모두 손사래를 치지만 말이다. 그런데 <빛으로 그리는 신인왕제색도>와 <인왕산일기>를 보면 그런 고정관념이 100% 틀린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은이는 서울 경복궁 뒤편에 자리잡은 인왕산 발치 통인동에서 출판사를 운영한다. ‘추석 차례상 앞에서 궁둥이 쳐들며 절을 한’ 게 50번을 넘었다니 나이 드실 만큼 드신 양반인데 바람이 나서 바람난 얘기를 새살새살 책으로 풀어냈다. 대상은 바로 인왕산. 점심시간에 자신이 즐겨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틀어놓고 게시판에 메시지를 남긴 다음 DJ가 달아놓은 댓글을 보면서 흐뭇해 하는 모습은 엔간히 철이 든 사람에겐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 아닌가. 자기가 유난히 비를 좋아하는 이유가 혹시 태어난 날 비가 왔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닌가 싶어 기상청에 전화를 걸어 “그날 비가 왔습니다. 영점사미리가 왔습니다”라는 답변을 듣고는 큰 상이라도 받은 것처럼 기뻐하는 모습은 또 어떤가. 흉을 보려는 게 아니라 부러워서 하는 얘기다.


그는 지난 1년간 인왕산을 바라보며 쓴 글을 월·수·금요일에 출판사 홈페이지에 올렸다. 화·목·토(일)요일에는 인왕산에 올라 남산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고 일기를 썼다. 말 그대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인왕산을 올랐고, 오르지 못하는 날은 아래서 올려다 보았다. 사진을 찍은 이는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한 그 출판사의 영업부장이다. 그는 겸재 정선이 <인왕제색도>를 그렸다는 장소(‘인곡정사’가 있던 자리·현재는 옥인동 군인아파트)를 찾아내 일주일에 3번, 1년간 인왕산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담배가게 주인이 13년 동안 매일 아침 자신의 가게 앞에 삼각대를 세워놓고 사진을 찍었다는 내용의 영화 <스모크>를 흉내낸 것이다.

지은이는 매일 아침·점심·저녁으로 인왕산을 바라보며 안부를 여쭌 얘기며, 인왕산을 발로 밟으며 건져올린 추억과 사색들, 통인동 골목과 통인시장을 오가며 만난 이웃들 얘기들을 맛깔나게 풀어냈다. 그가 좋아하는 시, 판소리와 국악, 막걸리 얘기가 간간이 등장해 감칠맛을 더한다. 많을 땐 1년에 100번 넘게 오르는 인왕산은 그에게 ‘그 분’이다. ‘그 분’은 어떨 땐 ‘임’이고, 어떨 땐 신령한 존재이다. “나는 인왕산에 오를 때마다 승천하다 말고 잠시 인간 세상에 웅크리고 있는 용의 가쁜 숨결소리를 듣는다.”(2010·7·9) 지은이는 인왕산을 자신과 동일시하기도 한다. “너는 너고 나는 나다. 나는 너를 보고 너는 나를 본다. 이 사실이 몹시도 신기하다. 나는 너의 옷을 입고 너는 나의 옷을 뒤집어 입고 있다. 이 사실이 몹시 우스꽝스럽다.”(2009·11·18) “나 죽고 난 뒤에 나보다 오래 사는 이가 있어, 혹 그가 나를 추억하면서, 야 인왕산 자락에 살던 그 양반 성질이 얼마나 쌀쌀맞았노. 그 성질머리가 꼭 최근 이 겨울 날씨 같지 않았겠나, 그쟈. 해주신다면 참 고맙겠네, 참으로 고맙겠네.”(2010·1·15)

좋아하는 막걸리 몇잔에 흥이 오르면 판소리 한자락을 뽑아내는 그이지만 실은 무척이나 꼼꼼하고 조용한 성격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10년 넘게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명편집자 출신이다. 그의 일기를 보면 그는 젊은 시절과 별로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그가 가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인간과 세상에 대한 따스한 애정은 온통 메말라 버석거리는 세상과 견주어 빛날 수밖에 없다. “저녁 6시. ‘세상의 모든 음악’의 시그널 음악이 울리자 모두들 퇴근 준비를 했다. 통인시장에 들러 깎은 밤 한 됫박을 사고 큰길로 나와 경복궁역으로 걸어가는데 동대문 쪽 하늘에 보름달이 둥그렇게 떠 있었다. 생각해보니 어제도 보름달이었다. 달님한테는 대단히 죄송한 표현이지만 노릇노릇 잘 구운 빈대떡처럼 아주 맛있게 보였다. … 아는 사람 만나면 저 향기로운 달 좀 보라며 소리치고 싶었는데 아는 이는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2010·3·30)

2010년이 저물어 간다. 지은이는 2011년에도 인왕산에 오를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에게 죽음이란 더 이상 모차르트 음악을 듣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도 흉내내어 이렇게 말해볼까. 나에게 늙음이란 더 이상 저 인왕산에 오르지 못하는 것이다.”(2009·11·25) 이 책이 12월에 출간됐기 때문일까? 남의 일기를 보면서 ‘내가 올 한해 무슨 일을 했나’, ‘내년엔 무슨 일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옳거니! 어릴 적 해가 바뀔 때마다 했던 결심, 그러나 며칠 지나지 않아 흐지부지 됐던 것 중의 하나가 일기쓰기였다. 한데 이 책을 읽다보면 내년엔 꼭 일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든다. (2010.12.18)


 

Posted by 까만주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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