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그린비의 리라이팅 클래식의 한권으로 나온 <종의 기원, 생명의 다양성과 인간 소멸의 자연학>(박성관 지음/그린비)에 관한 리뷰를 쓰면서 '현대의 인문·교양서 독자들이 반드시 맞닥뜨리게 되는 대상이 칼 마르크스와 찰스 다윈이다'라고 쓴 적이 있다. 마르크스도 그렇거니와 다윈의 경우도 그 이름 자체로 아우라를 갖는 '위인'이다. 당연히 위인전의 단골 인물이다.

'위대한 인물'이기에 위인의 삶과 사상, 그가 미친 영향, 당시의 시대상 등을 짚어보고 평가하는 '평전'은 부피가 커질 수 밖에 없다. 교양인 출판사가 내고 있는 평전 시리즈인 '문제적 인간' 시리즈는 각권이 1000쪽을 훌쩍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
 
찰스 다윈. 독자들이 궁금해 하는 것도 많고 평전 작가가 하고 싶은 말도 많은 인물이다. 작년에 먼저 번역된 <다윈 평전>(에이드리언 데스먼드·제임스 무어/뿌리와이파리)은 1600쪽을 훌쩍 넘긴다. 최근 2권으로 번역된 <찰스 다윈 평전1·2>(재닛 브라운/김영사)은 2권을 합해 2000여쪽. 이 정도 되면 '목침볼륨'이라고 부를만 하다.

작년에 나온 <다윈 평전>은 당시 기사를 쓰기 위해 중요 대목 몇군데를 발췌해서 읽고는 '나중'을 위해 미뤄뒀는데, 더 큰 놈이 달려든 형국이다. 2종을 책상에 올려놓고 정작 손은 못대고 바라보며 고민을 하다가 깨끗히 손을 들고 '전문가'에게 SOS 신호를 보내기로 했다. 이한음 선생께 청탁을 해놓고 집에가서 책장을 보니 이 선생이 번역한 책이 꽤 여러권 꽂혀 있다. 3주전엔가 봤던 <스마트 스웜>도 이 선생의 번역작이다.

워낙 대작들이고, 다윈에 대한 이 선생의 '애정'(?)이 깊어서일까? 각권의 특장점 위주로 비교를 해주셨다. 이 지도로는 2권을 완전히 꿰뚫는데는 좀 부족한 느낌이지만 이 선생이 쓴 것처럼 다윈이라는 인물의 다의적인 면모를 느낄 수는 있다. 여튼 책은 직접 읽어야 맛이다. 아랫 사람들에게 동서양 고전들을 A4 한장짜리로 요약시켜서 읽었다는 철학과 출신의 어떤 전직 대통령처럼 남을 통한 읽기는 남는게 별로 없다.

생물학자 찰스 다윈(1809~82)이 밝혀낸 종의 기원과 진화의 법칙은 인간이 이룩한 가장 위대한 발견의 하나로 손꼽힌다. <종의 기원>은 출간 직후부터 뜨거운 찬사와 격렬한 비난·조롱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며 다윈을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진화론은 생물학 분야를 뛰어넘어 심리학·사회학·경제학 등 거의 전 분야에 혜안을 던져주는 패러다임으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는 다윈이 태어난 지 200주년, <종의 기원>이 처음 출간된 지 150주년 되는 해였다. 다윈 평전에서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에이드리언 데스먼드·제임스 무어의 <다윈 평전>(뿌리와이파리)과 재닛 브라운의 <찰스 다윈 평전1·2>가 시차를 두고 번역돼 한국 독자들을 찾았다. 각각 1600쪽과 2000여쪽이 넘는 대작이다. 저명한 과학책 번역가이자 <신중한 다윈씨>를 비롯한 과학책 저술가인 이한음씨가 이들 ‘다윈 평전’을 먼저 읽고 길 안내를 한다.

다윈, 우유부단했나? 용의주도했나?
‘다윈 평전’ - ‘종의 기원’에 초점 맞춰 사회 변화·시대 흐름 담아
‘찰스 다윈 평전 1·2’ - 책략가적 신중성에 중점, 사적인 삶 충실히 전달


다윈 평전 - 10점
에이드리언 데스먼드 외 지음, 김명주 옮김/뿌리와이파리
찰스 다윈 평전 : 나는 멸종하지 않을 것이다 - 10점
재닛 브라운 지음, 임종기 옮김, 최재천 감수/김영사
찰스 다윈 평전 : 종의 수수께끼를 찾아 위대한 항해를 시작하다 - 10점
재닛 브라운 지음, 임종기 옮김, 최재천 감수/김영사
언뜻 보면 별로 하는 일도 없는 듯하다. 가끔 산책하듯 동네 한 바퀴를 돌거나, 마당에 쭈그리고 앉아 꽃인지 벌레인지 몰라도 한참을 들여다보곤 한다. 꽤 배운 사람 같은데 때로 저 강아지는 별나게 생겼네요, 하면서 하찮은 것을 꼬치꼬치 캐묻기도 한다. 그러다가 집 안에 들어가면 컴퓨터 앞에 몇 시간이고 죽치고 앉아 있다. 이런 사람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아마 동네 이웃에게는 백수이거나 컴퓨터 게임 중독자로 비치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비치는 모습은 전혀 딴판이다. 그는 트위터, 미니홈피, 인스턴트 메신저 등을 통해 전 세계와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백수이기는커녕 인터넷에서 활발하게 투자활동도 한다.


오늘날 다윈이 살아 있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그는 영국 런던에서 좀 떨어진 교통 불편한 시골에 살았지만, 수만통의 편지를 통해 전 세계와 의사소통을 했다. 겉보기에는 은둔자이자 남 앞에 나서지 않는 점잖은 신사였지만, 편지로는 자신을 비난하는 자에 대한 격한 울분을 토로하기도 하고 친하지도 않은 사람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기도 했다. 게다가 젊은 날에는 멀리 오래 항해할 배에 잘 알지도 못한 채 덜컥 탔으면서도, 돌아와서는 세상을 바꿀 엄청난 생각을 품고 자신의 글은 곱씹고 또 곱씹어 가면서 완벽하게 다듬겠다며 20년 넘게 발표하지 않고 미적거렸다.

이렇게 신중함과 대담함이 복잡하게 뒤얽힌 양상은 다윈이라는 인물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는 골칫거리가 된다. 하지만 다윈의 전기를 읽는 독자에게는 그 점이 오히려 즐거움을 선사한다. 전기 작가의 시각에 따라 다윈의 다른 모습을 엿볼 수 있으니까.

에이드리언 데스먼드와 제임스 무어의 <다윈 평전>은 다윈의 신중함을 좀 나약한 인간의 면모와 겹쳐본다. 다윈이 혁명적인 이론을 섣불리 발표하기를 꺼리는 모습을 잦은 병치레, 자식을 잃은 슬픔, 종교를 둘러싼 내면의 갈등과 엮어서 살펴본다. 왠지 병약하면서 소심한 인간의 모습이 떠오른다. 거기에 만반의 준비를 다 갖추었다는 확신이 서야 일에 나서는 완벽주의자라는 인상까지 심어준다.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늙은 다윈의 초상화와 잘 어울리는 듯하다.

반면에 재닛 브라운의 <찰스 다윈 평전1·2>는 다윈의 신중함을 좀 다른 관점에서 본다. 브라운이 보기에 다윈은 우유부단한 인물이 아니라, 용의주도한 책략가에 가깝다. 자신이 직접 앞에 나서는 대신 라이엘, 헉슬리, 후커, 그레이 같은 친구들을 앞세워 싸우게 하고, 편지로 전 세계 인물들과 교류하면서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알리는 홍보 전문가라고 말이다. 브라운은 <종의 기원>을 연구에 큰 도움을 준 비둘기 사육가 같은 사람들은 제외하고 영향력 있는 인물에게만 선별해 증정하고, 마음에 안 드는 손님이 찾아오면 병을 핑계로 일찍 자리를 뜨고, 책의 인세를 미리 예상해서 받고 면밀하게 장기 투자를 하는 등 치밀하고 계획적인 다윈의 모습을 책 곳곳에서 보여준다. 다윈 전기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두 책이 이렇게 서로 다르게 다윈을 바라보다니 흥미롭다.

두 책 가운데 먼저 출간된 <다윈 평전>은 다윈 자신의 삶에서만이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인 비글호 항해와 <종의 기원>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전개한다. 따라서 자질구레한 사항이라는 곁가지로 흐르지 않고, 큰 줄기를 따라 다윈의 생애를 훑는 데 알맞다. 다윈이 누구의 영향을 크게 받았는지, 그의 사상이 어떤 경로로 흘러갔는지,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다윈 사상을 둘러싼 사회적 변화와 시대의 흐름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짧지 않은 분량이면서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다윈 평전>도 만만찮은 두께이지만, 브라운의 책은 그보다 거의 두 배나 된다. 그만큼 많은 사료를 토대로 다윈의 모습을 충실히 보여준다. 이 책은 위인 전기에서 으레 기대하는 사항들, 즉 사소한 일화나 가족, 친구, 동료, 이웃, 지인 등 주변 인물들과의 내밀한 관계, 사적인 삶을 들여다보기에 알맞다. 다윈의 짧은 전기를 읽을 때 문득 떠오르는 의문을 해소하는 데 이 책은 큰 도움을 준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첫날 다 팔렸다는데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슨 말일까? 대체 <종의 기원>이 나온 뒤 서평이 몇 편이나 실렸을까? 헉슬리는 언제부터 ‘다윈의 불도그’라고 불렸으며, 두 사람은 언제나 좋은 관계를 유지했을까? <종의 기원>을 둘러싼 논란이 잦아든 뒤 다윈은 긴 세월을 어떻게 지냈을까? 이런 구체적인 상황이나 개인적 또는 사회적 배경을 알고 싶을 때, 브라운의 책은 대개 답을 제공한다.

<다윈 평전>이 <종의 기원> 논쟁 이후 다윈의 삶을 주로 그 책에 실린 사상을 확대하거나 보완한다는 시각에서 다룬 반면, 브라운은 그 이후의 다윈의 삶도 홀대하지 않고 상세히 그린다. 즉 평전의 두 요소인 평론과 전기로 나누어 볼 때 <다윈 평전>은 전자에 더 비중을 두고, 세세한 사항이 많이 들어간 때문에 <찰스 다윈 평전>은 후자에 더 치중한 듯한 느낌을 준다. 물론 실제로는 두 책 모두 양쪽 다 소홀히 하지 않는다.

<다윈 평전>이 먼저 나왔으므로 필자도 그 책을 먼저 읽고 <찰스 다윈 평전1·2>를 뒤에 읽었다. 사실 <다윈 평전>은 마침 다윈에 관한 글을 쓸 일이 있어서 참고하기 위해 펼쳤지만, 읽는 순간부터 저자들의 글 솜씨와 다윈에 대한 깊이 있고 해박한 지식에 매료되었다. 빼어난 번역문도 한몫을 했다. 좋은 평전에서 맛볼 수 있는 재미와 지식을 한꺼번에 만끽할 수 있는 책이다.

한편 브라운의 책은 다윈이라는 인물을 속속들이 알고 싶은 독자께 추천하고 싶다. 읽다 보면 다윈이라는 인물뿐 아니라 가족, 동료와 적의 모습, 사회상까지 생생하게 눈앞에 그려진다. 다윈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월리스의 삶에 대한 궁금증까지도 풀어준다. 무엇보다도 <종의 기원> 이후의 다윈 생애를 이만큼 상세히 엿볼 수 있는 책은 없다. 부담스럽긴 해도 둘 다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이한음/과학책 저술·번역가 (2010.9.25)
Posted by 까만주름

댓글을 달아 주세요

대학 시절 잠깐 동안 삼성출판사의 고전 시리즈를 사 모으는게 취미였었다. 내로라하는 고전들을 타이틀에 포함시키고 있었는데 당시로선 표지 디자인이 꽤 깔끔하고 편집도 괜찮다 싶어 한권씩 사다보니 한 열권 정도 모았나보다. 여기에 <종의 기원>도 포함돼 있다.

근데, 솔직히 완독한 것은 하나도 없다. ㅠㅠ 언젠간 읽으리라 다짐하며 여러번의 이사에도 끌고 다녔는데 지난해 말 이사하면서도 끌고 왔는지 가물가물하다.(책장이 부족해 좀 묵은 상당수의 책들이 여전히 쌓여있다) 900쪽이 넘는 이 책을 눈알이 돌아가도록 읽어가면서(900쪽을 하루에 읽는, 아니 보는게 가능하냐고? 가능하다. 단, 읽는게 아니라 '보는'거다) 그 생각이 자꾸만 났다.

그러고 보니 요즘들어 자연과학, 특히 생물학 관련 책들을 많이 읽고 소개했다. 딱히 의식하고 한 것은 아닌데 말이다. 지난해에 이 책보다 더 묵직한 <다윈 평전>도 나왔는데 머릿말과 목차에서 눈길이 가는 몇대목만 훑어본 수준이었다. 언젠간 다시 들춰보리라 다짐한다.

이번 책으로 그린비의 '리라이팅 클래식'이 10권째 나왔는데 다들 이 책처럼 '목침' 규격이다. 다행인건 종이를 가벼운 것으로 써서인지 무게는 생각보다는 덜 무겁다.(가볍다는 건 아니다!!!)

딱딱했던 ‘종의 기원’, 친절해졌네
-창조론 비판 다윈의 ‘불온한 명제’ 현대적 시각서 읽기 쉽게 해설

현대의 인문·교양서 독자들이 반드시 맞닥뜨리게 되는 대상이 칼 마르크스와 찰스 다윈이다. 요즘 나오는 인문·교양서들을 보라. 상당수가 마르크스와 다윈이 남긴 사상적 유산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확인 또는 반박하거나 변주하고 있다. 2008년 미국발 세계경제위기의 여파로 현대 금융자본주의가 흔들리면서 마르크스가 현실에서 새로운 호흡을 얻었고, 지난해가 다윈 탄생 200주년이자 <종의 기원> 출간 150주년이 되는 해였다는 요인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이 도래했다고, 탄생 몇백주년이 됐다고 모든 사상가가 주목을 받지는 않는다. 그만큼 마르크스와 다윈이 인류 지성사에 남긴 충격이 컸고, 그 충격으로 만들어진 호수가 꽤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마르지 않았다는 뜻이리라.
그러나 히말라야가 아무나 제발로 걸어서 오를 수 있도록 허락하지 않듯 불세출의 사상가에게 다가가기는 쉽지 않다. 고전 중의 고전이라고 칭송받는 그들의 저작을 독파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인고의 과정이다. 대체 대한민국에서 <종의 기원>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생물학도들조차 몇페이지 넘기면 잠귀신과 맞닥뜨리고 만다는 그 책을 말이다.
보통 사람과 똑같은 과정을 거쳐 마침내 다윈과 친구가 될 수 있었다는 지은이는 사람들이 <종의 기원>을 읽지 않거나 읽는 데 실패하는 것은 우리가 이미 다윈이 증명한 진화론이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마따나 교황조차 진화론을 더 이상 하나의 가설이 아니라 다양한 과학 분야에 의해 공통적으로 지지되는 과학 이론이라고 인정하는 판이다.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시대다. 그러니 창조론을 대하장편소설 길이로 비판하는 책이 얼마나 지루하겠는가 말이다.

창조론자들에게 세상 바깥의 완벽한 설계자의 존재를 보여주는 것으로 비쳐졌던 신비롭고 경이로운 자연이 찰스 다윈에게는 무생물과 생물을 잇는 진화의 증거로 보였고 다윈은 이를 증명해 냈다. 다윈이 영국의 시인이자 화가인 윌리엄 블레이크(1757~1827)가 신이 천지를 창조하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 ‘태고의 날들(The Ancient of Days)’을 찢어버리는 것처럼 콜라주 방식으로 표현했다.

그럼에도 <종의 기원>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 지은이는 다윈이 <종의 기원>으로 철저히 부숴버렸던 인간중심주의와 목적론(세상에서 일어나는 일과 자연 현상은 모두 특별한 목적이 부여돼 있다는 사고)이 현대에도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대한민국에서 액면 그대로의 창조론을 믿는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실제로 설문조사를 해봐도 그렇다. 하지만 ‘인간은 동물과 다르고 훨씬 월등한 존재다’라는 표현을 떠올려 보자. 이 말에 스스럼없이 동의한다면 당신은 다윈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다. 자칭 진화론자라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이런 사례는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여기에서 바로 ‘인간은 결코 유일하게 특별한 존재가 아니며, 이 세상의 비밀은 거룩한 기원에 있지 않다’는 다윈의 ‘불온한’ 명제를 담은 <종의 기원>이 현재적 의미를 갖는다. 지은이에 따르면 다윈은 주도면밀했다. 그리고 성실했다. 자신을 빼곤 모두가 창조론자 혹은 사이비 진화론자였던 시대에 일당 백이 아니라 일당 천, 일당 만으로 싸워야 했던 그는 책의 구성, 논증 방식, 세세한 표현에 이르기까지 매우 신중했다. 이 책에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질문과 반론조차도 <종의 기원>에 상세하게 수록하고 반박했다. 책을 집필하기 전 다윈이 스스로에게 수없이 던졌던 것이기도 하다. 5번이나 개정판을 내며 초판의 문장을 75%나 손질했지만 다윈이 수십년에 걸친 연구에서 얻어진 확신을 결코 굽히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들이다.
사실 진화의 장구한 흐름을 인간이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생명의 창조와 진화를 둘러싼 논쟁은 상당 부분 논리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다윈이 자신을 포함한 당대의 과학자들이 난제로 여겼던 주제를 제시하고, 다양한 사례를 검토한 다음 상대방의 허점을 공격하고 자신의 가설을 세워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다보면 진화론에 관한 지식 외에도 고도의 지적·논리적 유희를 선사받게 된다.
한가지 문제는 ‘친절한 다윈씨’를 만나게 해준다고 장담하는 이 책 역시 분량이 900쪽 가까이 된다는 사실이다. 분량에 압도당하지만 않는다면 <종의 기원> 원문을 3분의 1가량 인용하면서도 먹기 좋게 요리한 글솜씨가 독자들을 맞이한다. 스티븐 제이 굴드, 리처드 도킨스 등 다윈의 후예들이 구축한 현대 진화론의 최전선을 한눈에 조망하며 즐기는 기쁨은 책 후반부까지 읽어낸 사람만이 맛볼 수 있다. 2010.5.1

Posted by 까만주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두리미디어 2010.11.16 16: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도서출판 두리미디어입니다.
    종의 기원을 검색하다 블로그에 들리게 되었는데요 원치 않는 댓글이라면 먼저 양해를 구하고 싶습니다.

    두리미디어는 ‘청소년을 위한 동서양 고전 시리즈’의 일곱 번째로 진화론의 창시자로 불리는 다윈의 명저 ≪종의 기원≫을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청소년을 위한 종의 기원≫으로 출간을 하였습니다. ≪청소년을 위한 종의 기원≫은 원전을 충실히 이해할 수 있도록 원전의 주요 내용들을 빠짐없이 다뤘으며, 다른 고전들과 달리 방대한 생물학 지식을 필요로 하기에 상세한 도판과 보충 설명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쉽게 <종의기원>을 공부하기에 좋은 책이 될 것 같아 소개해드리고자 글 남깁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