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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은 사람>. 더 설명이 필요없는 이야기다. 원래는 <나비문명>에 관한 서평을 준비중이었다. 아래도 썼지만 <나비문명>의 필자는 나무를 꾸준히 심어온 것으로 유명한 일본 사람이다. 그런데 이런 인연도 쉽지 않다. <나무를 심은 사람> 팝업북이 새로 나온 것이다. 이런 걸 '윈-윈'이라고 하던가? 마사키의 <나비문명>을 읽으며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을 떠올리지 못했는데 공교롭게 같은 주에 나오니 쌍을 이루기 딱 좋은 모양새가 되었다.

그런데 <나비문명>이라는 책은 나와 조금 더 깊은 사연이 있다. 마사키 선생은 지난해 이맘때쯤 '생명평화결사'인가 하는 곳에서 주최한 '즉물즉설'(즉석에서 묻고 답한다) 프로그램에 강연자의 한분으로 참가했었다. 당시 그는 한국에서 100일 동안 걷는 '워크나인' 행사를 하고 있었다. 당시 매주 열리는 즉물즉설을 경향신문이 지면에 연재하고 있었는데 문화부원이 돌아가면서 취재를 했다. 그런데 내가 맡은 분이 마사키 선생이었다. 매우 도인스러운 외모와 차분한 말투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아래 기사에도 길게 인용했지만 '나비문명'에 관한 이야기는 매우 참신하게 들렸다. 전혀 다른 차원의 문화와 문명을 만들자는 그 비유는 매우 쉬우면서도 설득력이 있게 들렸다. 아, 저 양반의 내공이 장난이 아니구나 싶었다.

당시 행사를 진행하시던 분이 쉬는 시간에 이분이 이런저런 책을 냈는데 한국에도 좀 소개시켰으면 하는 바람으로 아는 편집자들을 불렀는데 안온 것 같다면서 아쉬워하는 말을 했더랬다. 나는 강연 내용이 꽤나 인상이 깊어서 녹취록 전문을 이 블로그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인문사회 출판사에 근무하는 편집자들을 술자리에서 만날 기회가 생기면 마사키 선생 얘기를 하곤 했다. 내가 책은 안읽어봤지만 얘기는 참 신선하더라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잊어버렸는데 책세상의 편집자께서 올 상반기이던가, 이 책을 번역하기로 했다고 일러줬다. 그리고 드디어 책이 나온 것이다. 출판기자이자 독자로서 아이디어를 소개를 한 셈인데 막상 이렇게 나오고보니 이 기분 또한 새롭다. 책이 나오기까지 나오 공모를 한 셈이니 마지막까지 '애프터서비스'를 해야했다. 뭐, 그게 아니었더라도 소개할만하고, 읽을만한 책이다.

[책vs책]‘나무를 심자’…생태 복원 속에 피어나는 ‘행복 한아름’

나무를 심은 사람 (팝업북) - 10점
장 지오노 지음, 신대범 옮김, 조엘 졸리베 그림/두레아이들
나비문명 - 10점
마사키 다카시 지음, 김경옥 옮김/책세상

인류가 근대의 급류에 올라탄 이래 자연에 대한 인간의 ‘작용’이란 십중팔구 착취·파괴·절멸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종종 사나운 표정으로 우리를 찾아오는 자연의 ‘반작용’, 앞으로 예견되는 분노에 찬 자연의 ‘역습’은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자연에 대한 인간의 작용은 여전히 착취·파괴·절멸이다.

드물지만 자연에 대한 인간의 ‘작용’이 공생·보호·복원인 경우가 있다. 최근 방한한 제인 구달이 공저로 펴낸 <희망의 자연>은 멸종위기 생물종을 복원하기 위해 ‘미친 짓’이라는 소릴 들어가며 헌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들의 성공담에서 우리가 느끼는 감동은 부와 명예를 거머쥔 이들의 성공담에서 느끼는 감동과는 전혀 차원이 다르다.

자연을 훼손하는 것은 순간이지만, 훼손된 자연을 복원하는 것은 지난한 노력과 시간이 들어간다. 그래서 끈기와 희생이 필요하다. 변화를 믿고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자연을 보호하고 복원하는 작업이 ‘투입·산출’이라는 건조한 기능주의적 과정이었다면 세속적 성공담이 주는 감동과 생태적 성공담이 주는 감동은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왜 그럴까? 21개국 언어로 번역되고, 프레데릭 백에 의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많은 이들을 감동시킨 <나무를 심은 사람>, 그리고 일본의 유명한 농부 마사키 다카시가 쓴 생태·평화 에세이 <나비문명>은 이 질문의 답을 품고 있다. 자연을 보호·복원한다고 표현할 때 보호자(인간)-피보호자(자연)의 공식이 성립되는 것은 아니며, 자연을 보호·복원하는 일에 나선 인간은 정신적·육체적 변화와 깨달음, 행복을 얻는다는 것이다.

1953년 처음 나온 고전 <나무를 심은 사람>은 번역본이 여럿 나와 있는데 새로 나온 책은 앞뒤에 입체로 펼쳐볼 수 있는 ‘팝업’ 페이지가 달려 있다. 나무 하나 없고 냇물마저 말라버려 암울하고 황량한 고산지대가 연두색과 진초록의 수풀이 우거지고 시냇물이 흐르는 곳으로 바뀐 모습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나무를 심은 사람>은 홀로 산 속에서 고독하게 살면서 매일 도토리와 자작나무를 심은 남자 엘제아르 부피에의 이야기다.


황폐했던 땅은 40여년 뒤 거대한 숲으로 다시 태어났고, 사람들 사이에 경쟁과 다툼·의심만 가득했던 이 지역은 젊음과 웃음이 넘치는 곳이 됐다. 부피에가 숲을 살리는 기적을 만들었다면, 숲은 인간을 변화시키는 기적을 일으킨 것이다.

<나무를 심은 사람>의 주인공과는 조금 다르게 마사키 다카시는 똑같이 나무를 심는 사람이지만 두런두런 재밌게 말하는 재주가 있다. 그는 도쿄교육대 사학과를 나와 인도를 방랑하다 80년부터 규슈 산 속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2000년부터는 나무를 심어왔다. 2007년부터는 일본 평화헌법의 핵심인 9조를 지키기 위한 평화순례를 정기적으로 진행했다. 지난해엔 일본의 조선 지배를 사죄하고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양국 젊은이들과 함께 남한 땅을 100일간 걸었다.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책 앞에 등장하는 우화에 압축돼 있다.

“한 그루 나무가 있었습니다. 봄이 와 애벌레들이 한꺼번에 태어났습니다. ‘우리 모두가 이렇게 이파리를 먹어치우면 분명 나무가 죽어버릴 거야.’ 애벌레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잎을 다 먹으면 나무가 말라서 결국 아무도 살지 못하게 되는 게 아닐까.’ 나무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너는 곧 나비가 될 거야. 나비가 되면 누구도 잎을 먹지 않는단다. 꽃에 있는 꿀을 찾게 되지. 그리고 꿀의 달콤함에 취해 춤도 춘단다. 그러면 꽃이 열매를 맺지.’ 여름이 되었습니다. 나무에는 꽃이 피고 달콤한 향기가 피어올랐습니다. 나비가 된 애벌레는 투명하고 커다란 날개를 펼치고 꽃과 놀았습니다. 가지는 언제부턴가 다시 푸르러졌고, 꽃에서는 열매가 부풀어 올랐습니다.”

그는 자원고갈과 환경파괴, 전쟁 등을 낳은 서구문명으로는 아무것도 풀 수 없다면서 서구문명과 단호히 결별하고 자연과 일체가 될 것을 촉구한다. 나뭇잎을 파먹던 애벌레가 나비가 되면 나뭇잎 파괴하기를 멈추게 되듯 의식의 변화를 통해 공존과 평화의 문명으로 탈바꿈하자는 것이다. 웅숭깊은 사색이 없었다면 이처럼 단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생태와 평화의 메시지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이 메시지가 주는 감동은 심오하지만 출발점은 소박하다. 나무를 심자. 나무가 내는 소리라도 들어보자. 자연은 위대하다. (2010.10.16)

P.S. <나무를 심은 사람>에 삽입된 팝업페이지는 너무 귀엽다. 본문 삽화도 그렇고. 이 책을 문화부장과 편집부 부장 등 선배들에게 보여줬더니 '캬~. 이제 이런 책들도 나오는구나'라면서 감탄이다. 책이 얇고 너무 예쁘다. 어린이 컨셉이지만 어른들도 꼿아두고 싶은 책이다. 프랑스 갈리마르 판이다.


Posted by 까만주름

지난 금요일 생명평화연대가 진행중인 즉물즉설 행사를 취재하러 갔었다. 내 순번이 돌아와서 간 자리였는데 이날 강사였던 마사키 다카시에게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 자유인이라는 말이 현실에서 존재한다면 마사키 같은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조용조용했지만 그가 하는 말들에는 뼈대가 있었으며, 저돌적 추진력을 지닌 인물임을 짐작케 했다. 지면에 소개됐던 내용 외에 그날 녹취한 전문을 첨부해본다. 압축할 수 밖에 없는 지면에선 그의 주옥 같은 말들을 다 담아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꽤 긴 글인데 시간이 넉넉할 때 한번 음미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일본의 인도 철학자이자 농부, 생명·평화운동가인 마사키 다카시(正木高志·64)는 지금 대한민국 땅을 걷고 있다. 그는 2007년 일본 평화헌법의 핵심인 헌법 9조를 지키자는 의미로 100일 동안 젊은이들과 함께 일본 땅을 순례하는 '워크나인(walk9)'을 이끌었다. 마사키는 한국·일본의 젊은이 20여명과 함께 지난 9월9일 서울을 출발, 100일 일정으로 남한땅을 시계방향으로 순례하고 있다. 일제의 한국 침략을 사죄하고 아시아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서다. 마사키는 한국순례 52일째 되던 지난달 30일 '생명평화결사'가 진행하고 있는 '즉문즉설-우리시대, 비폭력의 길을 묻다'의 네번째 강사로 나섰다. 그는 "폭력과 비폭력은 같은 평면 상에 있는 것이 아니다. 폭력의 의식상태에서 비폭력의 의식상태로 상승하는 것, 그게 바로 비폭력"이라고 말했다.


-워크나인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워크(walk)는 말 그대로 걸어서 순례한다는 뜻이다. 나인(9)은 일본 헌법 9조에서 나온 것이다. 나는 나무를 심는 사람이다. 자연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나무를 심었다. 자연의 어머니가 나를 안아준 후 나는 자연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됐다. 그런데 자연의 어머니가 가장 걱정하는 것이 전쟁이었다. 일본 헌법 9조는 아시다시피 군대 보유를 금지했다. 그런데 일본에서 2년 전 헌법 9조 폐지에 관한 국민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헌법 9조를 지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게 기도하고 걷는 일이라 생각했다."
-헌법 9조가 있지만 일본은 천황제가 유지되고 있고 우경화되고 있지 않은가.
"말씀하신 대로 일본에는 천황제가 살아 있다. 한 가지 비전을 찾아보자면 지금 젊은이들은 일본인으로 태어났다기보다 지구인으로 태어났다는 의식이 훨씬 강해 보인다. 나는 일본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지구인이다. 동아시아인이다'라는 식으로 새로운 비전을 갖도록 한다. 국가는 전쟁에 지지 않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다. 우리가 국가에 자기 정체성을 둔다면 전쟁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대자연과 지구에 진짜 정체성을 두고 생명의 기반 위에 사회를 두는 쪽으로 의식을 전환했을 때 국가라는 것은 그렇게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동아시아 평화의 핵심이 남북간 평화라고 보는데.
"세계가 온통 전쟁 중이다. 어디서부터 변할 수 있을까. 저는 남북 화해가 세계 평화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그것을 위한 조건이 있다. 일본 헌법 9조다. 지금 일본에서 헌법 9조에 대한 여론조사를 하면 반반으로 나온다. 투표를 하지 않는 젊은이들에게 헌법 9조의 존폐가 달려 있는 것이다. 일본 젊은이들의 힘으로 헌법 9조가 지켜진다면, 한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움직임이 일어날 것으로 본다. 한·일 젊은이의 화해가 시작되면, 중국과 일본 젊은이들도 화해할 것이다."
-한국에도 귀농을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많지만 도시 문화에 대한 선망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나는 30년 전부터 농사를 짓고 있다. 당시는 사람들이 나를 바보 취급했다. 그런데 지금은 일본 젊은이들에게 일종의 롤모델처럼 되고 있다. 10년 전부터 일본의 젊은이들이 시골로 향하고 있다. 한국에서 내가 만난 젊은이들이 농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더라. 도시 문명은 끝이 나고 대자연에 뿌리를 내린 새로운 문화가 이미 싹 트고 있다. 그냥 내버려 둬도 서울을 떠날 것이다." <2009.11.2>

<마사키 다카시 즉물즉설 전문>
-무슨 생각으로 워크나인을 하는가?
"모든 살아 있는 것과 생명을 위해서, 인간들이 전쟁을 하지 않게 하지 않는 것을 염두에 두고 걸었다. 바닷가와 언덕을 걸으면서 바다가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는 등 뭇 생명들이 고통을 당하는 것을 봤다. 그렇게 슬퍼하고 있는 산과 바다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 그 행진의 의미였다. 그 순례는 정말 즐거웠다.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 웃는 일이 많았다. 이렇게 파괴된 바다를 보면 정말 슬퍼지다가도 조금 있으면 아주 아름다운 바다가 나타나서 기쁘기도 하고 그런 일의 반복이었다. 이번 워크나인은 두번째다. 처음부터 이 워크나인은 아주 힘들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물론 (한국과 일본 사이에) 역사적인 문제가 있었다. 사실은 그 역사문제를 깊이 인식했기 때문에 걷자라고 했던 것이다. 그걸 생각하면서 걷는 이 행위가 정말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고, 생각한 것처럼 진짜 힘들다. 하지만 이게 수월한 일이었다면 이미 평화는 우리에게 와 있었을 것이다. 이 힘든 가운데 화해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 워크나인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제가 평화를 희망한다기 보다는 평화를 찾기 위한 '핀홀'(아주 작은 구멍)이라도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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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주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