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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구달'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5.11.04 바이오그래피 매거진5-최재천
  2. 2010.04.09 [리뷰]제인 구달 평전 (7)

워낙 책을 닥치는대로 보긴 하지만 근래 갈무리한 책들이 중구난방이다. 게다가 주요 독서시간이 버스타고 이동하는 시간이다보니 부담이 적은 짧고 가벼운 책들이 손에 들어온다.


최재천 교수. 워낙 유명한 인물이어서 더 설명을 보탤 게 없다. 그의 고향 강릉 이야기는 내가 유일하게 통독한 그의 수필집 <열대예찬>에서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이라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가 경복중-경복고-서울대-미시건대-하버드대로 이어지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주류 인사로만 알았는데, 그가 살아온 인생의 솔기마다 이야깃거리가 솔찮게 많은 줄은 몰랐다. 그를 수식하는 '시인을 꿈꿨던 동물학자'가 그저 멋부리용은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런데 나는 최재천 교수에 대해 약간의 거부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게 사실이다. 한국 사회에서 이분을 상징하는 키워드를 꼽아보라면 통섭(consilience)과 진화론과 제인 구달일 것이다. 그는 스승인 에드워드 윌슨의 책을 번역하고 한국에는 없던 통섭이라는 용어를 번역어를 고안했다. 그래서 통섭의 저작권은 상당 부분 그에게 있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진화론과 제인 구달을 그가 전유(專有)해 가는 과정을 바라보면서 왠지 찜찜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저명한 사회생물학자(그가 가장 선호하는 호칭이라고 한다)이기에 진화론은 그의 강력한 학문적 기반이고, 세계적인 동물학자인 제인 구달 역시 그의 연구영역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진화론에 대해 대중이 갈수록 귀를 기울이고, 제인 구달이 한국에 올 때마가 항상 그가 가이드 또는 '호위무사'처럼 동행하는 것 같이 비춰지면서 진화론과 제인 구달에 대해 일종의 독점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이런 소리를 들으면 억울해 할 것이다. 그리고 나의 이런 감정은 사적인 인상 비평이기에 어떤 증거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언젠가 이런 느낌이 '오해'로 판명되기를 바란다.


다음은 책 이야기. 양장제본을 한 이 책은 잡지를 표방하고 있는데 한 권이 한 인물을 다룬다. 앞서 이어령, 김부겸, 심재명, 이문열을 다루었다고 한다. 고급스런 제본과 화보, 그리고 여러편의 짧은 글들로 채워진 이 책은 마치 잘 단장된 블로그를 보는 듯 했다. 앞서 나온 책들은 보지 못했으나 최재천 교수를 다룬 5권을 보면 상당히 공을 들여 제작됐다. 재미난 형식의 잡지(또는 책)인 것만은 틀림없다.


바이오그래피 매거진 5 최재천 - 10점
스리체어스 편집부 엮음/스리체어스



글 잘 쓰는 과학자로 유명하신데 비결이 있습니까?

“미국 유학 시절에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에서 영문과 교수님한테 문장 수업을 받았어요. 그분이 나중에 제가 박사 학위를 하러 다른 대학에 지원할 때 추천사를 써 주셨어요. 그 추천사가 저한테는 감격이었어요. ‘그는 경제적이고 정확하고 우아하게 쓴다He writes with economy, precision and grace.’ 이보다 더한 찬사가 있을까 싶었죠. 이후로 머릿속에 그 세 가지를 박아 넣고 써요.”


.....


전문 분야일수록 쉽게 써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쉬운 내용이 아니라 쉬운 문장으로 쓰라는 뜻이죠. 리처드 도킨스가 그런 얘길 했어요. 과학의 대중화를 한답시고 글 쓰고 강연하면서 진짜 과학은 쏙 빼고 흥미롭게 포장해서 분위기만 띄우는 건 안 된다고. 저도 절대적으로 동의해요. 과학적 글쓰기가 그래서 힘든데, 내용은 충실하되 전달은 쉽게 해야죠. 아인슈타인도 그랬다고 하잖아요. 할머니에게 설명하지 못하면 네가 모르는 거라고.


.....


교수님께서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진화학자입니다. 150년도 더 된 진화론이 현대인에게 중요한 이유는 뭘까요?

“두 가지로 얘기해 볼까요? 하나는 우리가 대체 지금 왜 이곳에 있는가를 설명해 주는 가장 탁월한 이론이기 때문이에요. 학문에는 물리학도 있고 사회학도 있고 법학도 있지만 모두 추리고 발라 뼈대만 남기면 지적 활동의 궁극은 내가 누구인가를 찾는 거에요. 그 해답에 가장 접근한 이론이 다윈의 진화론이죠. 두 번째는 우리가 당면한 거의 모든 일이 진화의 산물이기 때문이에요. 제 딴에는 그걸 유전자장遺傳子掌 이론이라고 표현해 봤는데, 결국 우리는 유전자 손바닥 안에 있다는 얘기예요. 인간이 고래처럼 바닷속에 몇 시간씩 머물 수 있나요? 안 되죠. 우린 몇 분만 지나도 익사하니까. 우리가 무슨 일을 하던 생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벌어지는 거예요. 인간 사회의 여러 일들은 따지고 보면 진화의 결과물에 연결된 것들로 구성되어 있죠. 그래서 다윈의 진화론을 이해하지 못하고 인간 삶을 얘기하는 건 어불성설에 가깝다는 생각이에요.” (인터뷰 중에서)



우리는 경쟁이 전부라고 서로를 세뇌시켜 왔습니다. 적은 양의 자원만이 남았으니 경쟁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경쟁만 내내 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룹별로 묶었을 때 지구에서 가장 무거운 생물이 뭘까요? 고래도 아니고 코끼리도 아닙니다. 바로 식물입니다. 개체 수로 따지면 누가 가장 성공했을까요? 바로 곤충입니다. 곤충과 식물은 항상 경쟁했을까요? 아닙니다. 그들은 서로를 도우며 공생Symbiosis해 왔습니다. 공생에 의한 상호 작용이 생존을 위한 강력한 도구였고, 가장 경쟁력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예전 방식을 답습한다면 결국 스스로를 파괴하고 말 것입니다. 현명한 인간이라며 붙인 ‘호모 사피엔스’라는 이름을 포기하자고 하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공생하는 인간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로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인간은 할 수 있습니다. 이 행성에서 가장 똑똑한 동물이니까요. (TED 강연 중에서)




(2008년 8월 과천 서울대공원) 

Posted by 까만주름
제인 구달의 책은 자서전에서부터 여러 권이 국내에 소개돼 있는데 1000쪽이 넘는 이 책은 꼼꼼함과 세세함으로 기를 질리게 만든다. 제인 구달이 어렸을 적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 구달의 사춘기와 처녀적 이야기 등 구달이 공인으로서 널리 알려지기 이전의 일들이 자세하게 나와 있다. 이처럼 세세할 수 있었던 것은 두가지로 보인다.

먼저 이 책은 원서가 2008년에 나온 것으로 돼 있는데 제인 구달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당시까지 생존해 있었다. 현재까지 살아있는지는 모르겠다. 제인 구달의 유모, 동생, 친구, 옛 애인 등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 증언을 들었다.

그리고 관찰하고 기록하는 게 동물학자의 일이듯 어렸을 적부터 일기와 편지를 꾸준히 썼던 구달의 습관 때문에 개인적인 많은 문서자료들이 남았고, 이것들이 구달의 생애를 재구성하는데 훌륭한 재료가 됐다.

어렸을 적엔 평전이라면 거들떠 보지도 않았는데 조금 나이가 들고 나서부터는 평정이 꽤 손에 잡힌다. 아쉬운 점은 국내 인물에 대해선 평전문학이 그리 풍부하게 열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독립운동가와 근현대사 인물에 대한 평전 가운데 꽤 재밌게 읽었던 게 없지는 않지만 대체로 평전 저술자의 감정과 상찬에 가까운 과도한 평가가 개입된 경우가 많아 눈에 거슬린다.

이번주에 제인 구달 평전과 함께 막스 플랑크 평전도 나왔는데 선배가 읽고 리뷰를 썼다. 막스 플랑크 평전은 물리학 이론에 대한 설명이 많이 좀 딱딱하고 어려운 편이었다고 한다. 그에 비해 제인 구달 평전은 1000쪽 짜리 책을 들고 다닐려면 힘들긴 하겠지만 내용이 어렵지는 않다.

학계통념 뒤흔든 ‘침팬지들의 엄마’
제인 구달 평전 - 10점
데일 피터슨 지음, 박연진.이주영.홍정인 옮김/지호

영웅 혹은 위대한 인물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어려운 조건을 딛고 뛰어난 업적을 이룬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의 인생 자체가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이라는 소설의 구성 원리를 보여준다. 그래서 잘 쓰인 평전은 해당 인물과 그가 속한 분야, 그가 살던 시대에 대한 이해를 높여줄 뿐 아니라 소설 못지 않은 감동을 안겨준다. 과학계의 거목 제인 구달(76)과 막스 플랑크(1858~1947) 평전이 같은 시기에 번역 출간됐다. 이들의 희로애락을 따라가다보면 성실과 지혜의 위대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
제인 구달은 두말할 나위 없이 ‘침팬지들의 엄마’다. 새끼 침팬지를 품에 안고 있거나 침팬지와 눈을 맞추고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이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그녀의 이미지이다.현재 76세인 그녀는 한국을 여러차례 방문한 적이 있는데 뒤로 질끈 묶은 백발의 생머리, 훤칠한 키와 꼿꼿한 자세는 온화한 카리스마를 풍긴다. 그녀는 동물과 자연에 대한 깊은 우애와 연대, 평화의 아이콘이 된 지 오래다.

1960년 그녀가 야생의 침팬지들을 연구하기 위해 아프리카의 오지로 들어가는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드라마틱하다. 당시 그녀는 불과 스물여섯의 미혼 여성이었다. 책에 실린, 석유등불을 앞에 두고 왼손을 턱에 괸 채 현장일지 기록에 몰두하고 젊은 시절 그녀의 모습을 보자. 연출된 것이겠지만 미지의 세계에 가장 가까이에 가 있으면서도 무척이나 평온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거대한 동굴의 입구 혹은 침팬지의 검은 털을 연상시키는 어두운 배경과 대비를 이루며 심장 뛰는 판타지를 불러일으킨다.

영국 중산층 가정의 첫째딸로 태어난 제인은 어려서부터 개와 고양이에서 달팽이, 지렁이, 애벌레까지 유독 동물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녀는 한살 생일에 어린아이만한 침팬지 봉제인형을 선물받는다. 그녀는 이 인형을 무척이나 사랑했지만 ‘주빌리’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인형이 그녀의 인생을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가 유년 시절 탐독했던 <둘리틀 선생 아프리카로 가다> <타잔> 등의 시리즈가 아프리카에서의 삶을 동경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 공부에 별 흥미를 느끼지도 않았고, 가정 형편이 학비를 지원받을 만큼 넉넉지 못했다. 대신 비서양성을 위한 학원을 다녀 비서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녀가 대학에서 동물학을 전공하지 않은 것은 오히려 뛰어난 성과를 낳게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녀는 당시 학계의 고루한 연구방법론은 몰랐지만 동물에 대한 무한한 호기심과 애정이 있었고, 그래서 혁신적인 방식으로 침팬지에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것은 침팬지 연구로 성과를 낸 뒤였다.

당시까지 영장류 연구는 거리를 유지하면서 관찰하는 것이 정석이었다. 그녀는 정반대로 침팬지에게 가까이 다가갔고 함께 생활했다. 식별가능한 대상에게 위트 넘치는 이름을 붙이면서 교감을 시도했다. 그녀가 1년 동안 탄자니아 콤베 지역에서 진행한 침팬지에 관한 연구는 학계를 뒤흔드는 것이었다. 그녀는 초식동물로 알려졌던 침팬지가 육식을 하는 모습을 관찰했고, 도구를 이용해 땅속 깊은 곳의 개미를 잡아먹는 광경을 목격했다. ‘도구적 인간’이라는 말이 여전히 인용되곤 하지만 인간만이 도구를 사용한다는 게 당시의 공인된 학설이었다. 이어지는 후속 연구는 더욱 놀라웠다. 지금이야 침팬지를 비롯한 영장류뿐 아니라 다양한 동물들이 각자의 개성과 감정이 있다는 게 상식이 됐지만 이런 사실을 과학적으로 처음 관찰하고 체계적으로 증명한 게 제인이었다. 그래서 제인은 이 책의 부제처럼 ‘인간을 다시 정의한 여자’가 됐다.
제인의 인생역정에는 다양한 행운이 작용했다. 비서학원에서 만난 친구의 아버지가 케냐에서 농장을 경영하게 되면서 케냐를 방문할 기회를 잡은 것, 현지에서 세계적인 인류학자 루이스 리키를 만나고 그의 눈에 들어 침팬지 연구자로 선택된 것 등이다. 아프리카 오지까지 찾아와 함께 생활하면서 전폭적인 지지를 해준 어머니가 있었다는 것도 행운이라면 행운이었다. 물론 그녀가 어린 시절 타잔의 애인 제인을 질투하며 깊이 간직했던 야생의 삶에 대한 꿈과 의지를 접지 않았기에 이런 기회가 행운이 될 수 있었지만 말이다.
성공한 뒤에도 오만해지거나 자신의 성과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게 아니라 더욱 진전된 연구, 인간과 동물의 복지를 위해 사용했다는 점은 그녀를 더욱 위대해 보이게 한다. 1000쪽이 넘는 이 책에는 소녀 시절의 연애담에서부터 결혼과 출산, 이혼, 재혼과 사별 등 극히 개인적인 내용까지 시시콜콜하게 담고 있다. 주인공이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쓴다 한들 이처럼 빠짐없이 희로애락을 생생하게 써내려갈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다. <2010.4.10>

Posted by 까만주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