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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군주는 언론을 싫어해? - 연산군의 사례 늦은 장마가 시작됐다. 지난주말부터 보슬비가 내리다가, 좀 쏟아붓다가, 해가 얼굴을 내미는 날씨가 반복되고 있다. 날은 더운데 습도까지 높으니 쉬 지친다. 며칠전 땀으로 끈적이는 몸에 찬물을 한바탕 쏟아부은 뒤 우연히 책장에서 꺼내든 책이 이라는 책이었다. 2년 전쯤 나온 책인데 펼쳐보니 깨끗했다. 평소 독서를 할 때 좀 지저분하게 읽는 편이다. 그런데 이 책에는 밑줄도 그어지지 않고 귀퉁이를 접어두지도 않았기에 읽지 않고 책장에 꽂아둔 것이거니 했다. 휘리릭 책장을 넘겨보니 내용도 생소해 보였다. 그런데 찾아보니 신간으로 나왔을 때 꽤 길게 서평기사를 썼던 책이었다. ([리뷰]연산군-그 인간과 시대의 내면) 어떻게 된거지? 서평기사를 쓰기 위해선 워낙 초치기로 읽어야 하므로 내용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더보기
나도 한강에 돌멩이 하나 던진다, 안철수와 문국현 2012년의 안철수 대선의 해인 2012년이 반환점을 돈지 오래 됐다. 여야 정당들은 대선에 내보낼 대표 선수를 뽑기 위한 당내 경선을 벌이고 있다. 모든 선거가 그렇지만 여야 내부 경선은 시작되기 전부터 룰을 두고 선수들끼리 기싸움을 벌이더니, 시작을 알리는 공이 울리자마자 죽네, 사네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후보 결정일이 다가올수록 그들끼리 주고 받는 말에는 더욱 큰 가시가 돋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동자엔 핏발이 설 것이다. 그런데도 여야는 모두 대선후보 경선전의 ‘흥행부진’을 걱정하고 있다. 선수들끼리의 치열함과는 딴판이다. 신문지상에 고정 코너로 자리잡은 여야 경선 관련 기사들을 일별해보면 이런 걱정이 엄살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대선이 불과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장외는 한가할 정도다. 한.. 더보기
채소들, 나도 꽃 피우는 식물이라구요! 지난주 태풍이 지나가더니 연일 불볕더위다. 오늘도 섭씨 30도가 넘는 찜통 날씨. 점심 먹으러 나갔다가 땀을 한바가지 흘렸다. 주차장 옆 화단에 심었던 상추와 치커리는 오래 전에 추대(꽃대)가 올라왔는데 방치했다가 지난 주말 정리를 했다. 그런데 식물에게 '꽃대'란 꽃을 피우기 위한 기관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깜빡했다. 상추는 꽃이 피기 전에 정리를 해서 상추꽃은 못 봤는데 게으름을 피운 덕에 치커리 꽃을 볼 수 있었다. '치커리 꽃'은 전에 한번도 상상해보지 못했는데 의외로 화려했다. 민들레 꽃과 비슷한 모양에 보랏빛을 띤 저 꽃이 바로 치커리 꽃 되시겠다. 며칠 뒤 서대문에 있는 농업박물관 앞을 지나다가 역시 다른 채소의 꽃을 보았다. 바로 부추꽃이다. 전에 부추꽃은 본적이 있다. 부추는 한번 심어서 .. 더보기
나도 농부가 되면 철학자가 될 수 있을까? 로마시대 철학자이자 정치가인 키케로는 많은 격언을 남겼는데 '사람들은 부자가 되면 철학을 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부유해지고 난 다음에 이 약속을 지키는 사람은 없다'라고 말도 그가 남긴 격언 가운데 하나다. 키케로가 말한 '철학'은 물론 현대의 '좁은' 의미로서의 철학보다는 훨씬 광범위한, '학문'의 개념이었을 것이다. 성경에도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라는 취지의 구절이 있듯 키케로 시대에도 역시 '부'와 '지성'은 그리 친화적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정부 통계에 잡히는 직업의 종류가 2만가지라든가? 3만가지라든가? 그 많은 직업 가운데 농업은 사양산업이라는 진단이 나온지 오래이지만 실은 인류의 직업 가운데 수렵, 채집 다음으로 역사가 길다고 할 수.. 더보기
당신의 계급 사다리는 안전합니까 잡문일지라도 '글'이라는 것을 써서 먹고 사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글쓰기는 항상 어렵다. 명색이 기사쓰기 실습 강좌를 분기마다 하고 있는데도 그렇다. 내 능력의 수준과는 별개로 뭔가 의미 있는 글, 긴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을 갖는 것까지 탓할 순 없을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실제로 노력하느냐는 평가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겠지만. 한주에 수십권의 책을 검토하고 두세권의 책을 읽어야 했던 시절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차분하게 글을 써서 책을 낸 사람들은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천성이 게으른 편이라 단편적으로 떠오른 세평이나 감상조차도 좀처럼 글로 써서 남기지 못하는 나로선 더욱 대단한 일로 보여진다. 그럴수록 긴글에 대한 욕심은 더욱 깊어만 가고. 내 스스로 '창작'할 수준이 아직 아니라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