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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인형 화분에 머리카락이 자라났어요. 전에 유치원 다닐 때도 그랬지만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까만주름 주니어는 학교에서 이것저것 만들기를 해서 들고오곤 한다. 방과후 교실에서 주로 만들기를 하는 모양이다. 사회부로 부서를 옮긴 뒤로 거의 매일 12시 가까이, 혹은 12시 넘어 퇴근을 하고 아침엔 일찍 나오는 바람에 주중엔 아이의 자는 얼굴 밖에 못보는데 어느날 주방 환풍구 창틀에 흙이 담긴 투명 플라스틱 컵이 보였다. 눈동자와 입을 만들어 붙였다. 아이가 잔디인형이라고 만들어 와서는 물을 줘야 한다고 난리를 피워서, 물을 많이 주면 안된다고 겨우 설득을 했단다. 한번 집어들어서 살펴보고는 까먹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눈을 비비며 출근 준비를 하는데 그 화분(인형)이 눈에 들어왔다. 오~. 햇빛을 잘 받았는지 그새 머리(잔디)가 삐죽삐.. 더보기
다층적 '주인-대리인 문제'의 극치 저축은행사태  부산저축은행을 비롯해 고객들이 맡긴 돈으로 흥청망청 돈잔치를 벌이다 영업정지를 당한 저축은행들의 황당한 짓거리들이 연일 드러나고 있다. 저축은행에 크든 작든 돈이 묶인 사람들은 말 그대로 피가 마르는 심정일 것이다. 그런데 저축은행을 감독해야 할 권한과 의무가 있는 금감원 직원들이 저축은행과 짬짜미가 되서 뇌물을 받아먹거나 비위 행위를 눈감아 줬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 저축은행과 상관 없는 일반인들의 공분까지 자아내고 있다. 금감원을 해체하고 완전히 판을 새로 짜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그간 금융감독기구의 문제점이 숫하게 제기돼 왔지만 한번 권력을 잡은 기관은 자신에 대한 비판론까지 잠재우면서 악착같이 권력을 유지한다. 권력의 달콤함을 너무도 잘 알기에 모든 조직원이 권력을 지키기 위해 똘똘.. 더보기
단 한권의 책도 너무 고귀하게 여겨지는 곳 '유럽의 명문 서점' 세상 사람들과 맺게 되는 인연이 천차만별, 기기묘묘하듯이 책과 맺어지는 인연 가운데서도 유별난 것들이 있다. 그 책에서 얻은 지식이 너무 풍부해서, 그 책이 주는 감동이 너무 깊어서, 또는 그 책의 저자와 직간접적으로 알고 있어서 등등 어떤 책을 각별히 기억하게 되는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그러나 독자로서 책과 맺게되는 인연은 거의 대부분 그 책을 읽거나 감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지난주 내가 두고두고 각별하게 느낄 수 밖에 없는 책 한권이 내 손에 들어왔다. 실은 이 책을 받아들고 매우 흥분했었다.책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듣는 순간 책을 펼쳐 보기도 전에 흥분이 밀려왔다. 책 제목은 '유럽의 명문 서점'이다. 유럽의 명문 서점 - 라이너 모리츠 지음, 레토 군틀리아지 시몽이스 사진,.. 더보기
치커리 싹이 돋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차장 한켠의 화단에 텃밭을 일군다. 4월 초에 계분 퇴비를 2포대 사다가 뿌리고 갈아엎어 놓았다. 큰 삽이 없어 꽃삽으로 하다보니 손에 물집이 살짝 잡히기도 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묵힌 다음 상추씨앗과 치커리 씨앗을 구해 뿌렸다. 씨앗을 뿌린게 4월16일. 그런데 일요일인 17일 출근했다가 밤늦게 돌아와보니 속상한 일이 발생했다. 두둑을 만들어 포근하게 만든다음 씨를 뿌렸는데 그 자리를 어느 놈의 예쁜 발자국이 장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속은 상했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발자국이 깊숙이 박힌 자국을 그대로 두었다. 나중에 그 자리에서 싹이 올라오지 않으면 씨앗을 새로 뿌려줄 생각이었다. 씨를 뿌리고 일주일이 지나는 사이 비가 두어차례 내렸다. 씨가 뿌려지면 필요한 것이 높은 온도.. 더보기
김제 마늘밭 돈뭉치 사건의 교훈 '마음씨 곱고 성실한 농부와 금덩어리'는 우리 옛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요소이다. 여기에 욕심 많고 게으른 형, 또는 부잣집 농부가 대립항으로 곧잘 등장한다. 예를 들어 이런 플롯이다. 옛날 어느 마을에 가난하지만 노모를 깎듯하게 모시면서 부지런히 일하는 농부가 있다. 그는 여느날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차려 어머님과 함께 식사를 하고 지게에 농기구를 지고 밭으로 향한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날 소 한마리 없이 밭을 갈아야 하는 농부의 얼굴엔 금새 땀방울이 흐른다. 한참 괭이질을 하고 잠시 허리를 펴고 쉬기를 반복하는 농부. 밭 중간쯤 왔을 때 힘차게 땅을 향해 내리 꼿은 괭이 끝이 뭔가 딱딱한 물체와 부딪치면서 생긴 진동이 농부의 손으로 전달된다. 다시 한번 괭이질을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