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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구워진 글

[서평]세계금융위기 이후 끝내 나왔다. 2008년 10월 특별취재팀에 차출된 당시만해도 막연한 느낌이었다. 2008년 가을 세계를 강타한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해 시각을 확 넓혀 '신자유주의'의 문제로 풀어보자는 취지가. 하지만 이런 취지에 적극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들의 도움을 받으며 틀거리가 짜였다. 전담 취재인력 3명이 이 기획을 끌어간다는 말에 다른 신문사 선배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었다. 한편으론 현실의 모든 문제를 신자유주의의 문제로 환원시키는 것 아니냐는 특별취재팀 내부의 문제제기도 있었다. 그런 지적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단순화의 오류가 좀 있더라도 '전선'을 부각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나 혼자 한 것은 결코 아니다. 일부만.. 더보기
[서평]16세기 문화혁명 이런 책을 보면 솔직히 일본이 부럽다. 유럽의 문화사를 이처럼 방대하게 자국어로 쓰고 읽을 수 있는 그들의 문화적 저변의 탄탄함 말이다.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이전부터 유럽과 교유하며 안목을 키워온 저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그 이면엔 한국을 비롯해 그들의 지배를 받았던 아시아의 신음이 대가로 지불됐을 것이다. 그럼에도 부러운 마음이 든다. 일본 역시 출판계가 어렵다는 소식이 들려오긴 하지만 이런 대작들이 척척 나오는 걸 보면 한국과는 상황이 많이 다른 것 같다. 과학사에 관한 이 책을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여러 생소한 인명과 과학기술에 대한 설명에 크게 얽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학사에 문외한인 사람이 여기에 집중하면 900쪽에 달하는 책을 끝까지 읽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더보기
[서평]공자, 최후의 20년 주변과 마찰을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일어선다는 '화평굴기'를 도모하던 중국이 서서히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아시아, 나아가서 세계를 무대로 목소리에 힘을 주고 있다. 경제력, 군사력만으로는 패권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중국도 잘 알고 있다. 문화권력, 즉 소프트 파워에 대한 중요성은 이미 미국에서 잘 연구돼 있다. 중국 정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공자. 중국 정부는 공자를 국내용, 국외용으로 널리 활용하고 있다. 국내적으론 봉건계급제 비스무리하게 돼 있는 중국 내부의 인민을 다스리기 위한 것으로, 외부적으론 중국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기 위한 것으로 말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론 최근들어 쏟아져 나오는 공자 관련 책들이 그리 달갑지는 않다. 특히 한자에 무척이나.. 더보기
[서평]나는 노비로소이다 제도사와 미시사를 연결시킨 작품이다. 우리 역사의 맨살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이런 작품은 힘을 실어주고 싶다. 이나 를 짜깁기 해서 아이템 위주로 접근한 다른 역사서보다 공력이 많이 들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인스턴트와 제대로 맛을 낸 음식의 차이라고 할까? 네가 감히…매우 쳐라? “노비도 소송 제기했다” 나는 노비로소이다 - 임상혁 지음/너머북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라는 불후의 유행어를 남긴 은 조선시대 신분제도의 모순과 엄격함을 그린 고전소설이다. 을 지은 허균(1569~1618)이 살아있던 1586년 음력 3월13일 전라도 나주 관아에서 노비소송이 벌어졌다. 조선시대 소송은 곧 노비소송에 다름 아니었다고 할 정도로 노비소송이 흔했다. 오죽했으면 임금까지도 넌더리를 냈다는 기록이 남아.. 더보기
[서평]인빅터스...용서는 증오보다 강했다 다큐멘터리형 글쓰기의 모범적인 작품이다. 별다른 시나리오 작업을 거치지 않아도 영화로 바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구성이 치밀하다. 책을 보고 나면 영화를 꼭 봐야하는가라는 고민이 들 것이다. 용서는 증오보다 강했다 -피부색 상관없이 하나가 된 ‘결승전 기적’ -천부적 리더십과 도전…감동의 역사 다큐 인빅터스 - 존 칼린 지음, 나선숙 옮김/노블마인 1990년 2월11일 한 사내가 자유의 몸이 된다. 46살 때 정치범으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그는 무려 27년여를 감옥 등 세상과 격리된 시설에서 보냈다. 자유의 몸이 됐지만 그가 걸어가야 할 길은 날카로운 칼날 위였다. 여러 세대 동안 압제의 칼날을 휘두르던 소수의 백인들, 이들에게 개만도 못한 취급을 받았던 그의 동족 흑인들을 하나의 국민으로 묶어내는 과제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