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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구워진 글

[리뷰]제인 구달 평전 제인 구달의 책은 자서전에서부터 여러 권이 국내에 소개돼 있는데 1000쪽이 넘는 이 책은 꼼꼼함과 세세함으로 기를 질리게 만든다. 제인 구달이 어렸을 적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 구달의 사춘기와 처녀적 이야기 등 구달이 공인으로서 널리 알려지기 이전의 일들이 자세하게 나와 있다. 이처럼 세세할 수 있었던 것은 두가지로 보인다. 먼저 이 책은 원서가 2008년에 나온 것으로 돼 있는데 제인 구달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당시까지 생존해 있었다. 현재까지 살아있는지는 모르겠다. 제인 구달의 유모, 동생, 친구, 옛 애인 등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 증언을 들었다. 그리고 관찰하고 기록하는 게 동물학자의 일이듯 어렸을 적부터 일기와 편지를 꾸준히 썼던 구달의 습관 때문에 개인적인 많은 문서자료들이 남았고, 이것.. 더보기
[리뷰]능지처참 ‘천번 도려낸 육신’ 사형제의 뿌리인가 -‘능지처참’의 역사 재구성…서구시각의 오리엔탈리즘 비판도 능지처참 - 티모시 브룩 지음, 박소현 옮김/너머북스 1904년 가을 베이징의 한 공터에서 왕웨이친이라는 죄수에 대한 특별한 방식의 처형식이 벌어졌다. 이름하여 능지처참(陵遲處斬), 중국에서는 능지처사(陵遲處死)라 불리는 형벌이다. 가혹한 형벌(혹형·酷刑)의 대명사로 불리는 능지형에 대해 흔히 사지를 말이 끄는 수레에 묶어 찢어 죽이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거열(車裂)이라는 다른 형벌이다. 능지형은 영어로 ‘Death by a thousand cuts’라고 번역됐다. 말 그대로 ‘천번을 자르고 저며서 죽인다’는 뜻이다. 왕웨이친의 처형이 능지형의 역사에서 가장 특별한 것은 지켜보던 군.. 더보기
[리뷰]새로운 빈곤 소비자 사회는 ‘빈곤층’을 버렸다 새로운 빈곤 -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이수영 옮김/천지인 한반도 대운하나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자주 거론됐던 것 가운데 ‘취업유발계수’란 게 있다. 정부나 기업이 10억원을 투자했을 때 늘어나는 취업자 수를 말한다. 취업유발계수란 개념은 투자가 많이 될수록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 이 개념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정부와 기업은 툭하면 ‘얼마를 투자했으니 일자리가 늘어나고 경제가 얼마만큼 성장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국민의 눈과 귀를 현혹시키는 수사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이제 기업의 대규모 투자는 십중팔구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하도록 대체하는 것을 뜻한다. ‘피고용자 대규모 해고계획’에 다름 아닌 구조조정 계획을 .. 더보기
[리뷰]정치를 말하다 그대, 왜 침묵하는가? “데모크라시의 길은 직접민주주의 뿐” 정치를 말하다 - 가라타니 고진 지음, 고아라시 구하치로 들음, 조영일 옮김/비(도서출판b)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비평가이자 사상가 가라타니 고진(69)이 국내에 본격 소개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부터였다. 근대문학이 정치·사회·윤리적 역할을 떠맡았지만 이제 근대문학의 그런 역할은 끝났다는 주장을 담은 그의 저서 은 2000년대 한국 문학계에 큰 논쟁거리를 제공했다. 여기저기 그를 인용한 글들이 자주 보이기에 그가 쓴 책을 처음 집어들었던 게 10년 전쯤이었다. (이산)이었는데 한마디로 잘못된 선택이었다. 일본에서 신좌익운동이 붕괴한 70년대에 쓰여진 이 책은 식상할 대로 식상해진 마르크스 해석을 대체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는 극찬을.. 더보기
[서평]미국 외교의 역사 권용립 교수의 글은 전작 를 워낙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던터라 주저 없이 골랐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오래 전에 나왔던 책을 대폭 개작한 것이었는데 권용립 교수 책의 특징은 어깨에 힘을 빼고 잔잔하게 말하는 듯 하지만 엄청난 참고문헌으로 짠 촘촘한 그물로 미국 정치 문명의 실체를 건져올린듯한 느낌을 준다. 더구나 영어 번역투이거나 지극히 논문체인 국내 정치학자들의 책들-대부분 미국에서 학위를 받은 그들은 어쩌면 한글보다 영어로 글을 쓰고 읽는게 더 편할지 모른다-보다 눈에 잘 들어온다. 이 책에 대한 평을 쓸려고 저자의 전작을 다시 들춰봤더니 소재가 미국 국내정치냐, 외교 정책이냐의 차이만 있을뿐 중심 분석틀은 동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책 덕분에 전에 봤던 이삼성 교수의 책도 다시 들춰봤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