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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구워진 글

[서평]케인즈는 왜 프로이트를 숭배했을까?(베르나르 마리스/창비) 번역서를 접할 때 종종 일어나는 일인데 책 제목이 말 그대로 '섹시' 그 자체여서 집어들지 않고는 못배기지만 막상 책장을 펼치면 전혀 딴판의 내용이 담겨 있곤 한다. 전혀 딴판은 아니더라도 원저의 제목은 평이한데 한국에 맥락에 맞추기 위해 책속 일부를 크게 부각시킨 제목이 나오기도 한다. 꿈보다 해몽이 좋은 격이라고 할까? 이 책 역시 제목이 좀 뻥튀기 됐다는 혐의를 지울 수 없다. 지은이가 분명히 케인스와 프로이트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현실 자본주의와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을 무자비하게 까고 있긴 하다. 하지만 케인스와 프로이트라는 걸출한 인물 사이의 뒷얘기 같은 흥미 위주로 접근하기 보다는 반자본주의 철학 에세이를 방불케 한다. 따라서 제목만 보고 케인스와 프로이트 사이의 학문적 교류와 끈끈한 우정 등등을.. 더보기
[서평]일본서 먼저 간행된 <삼국유사>의 기구한 사연 출판을 담당하면서 신간에 숲에 빠져 지낸지 어느새 8개월이 지났다. 나이가 한살 두살 먹어감에 따라 '시간 참 빨리 간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데 정말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처음엔 서평할 신간을 고를 때 이미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을 깊이 있게 다룬 것들 위주로 나갔다.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인 뒤부터는 영역을 넓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것이 나의 관심사와 연관된 책들을 여러권 읽다보면 뒤에 나온 책은 '기시감'이 작용하면서 지루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넓어진 영역에 들어온 책들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들이 우리 고전과 역사 등에 관한 것들이었다. 예전 같으면 먼저 읽을 책들에 밀려 뒤로 쳐졌을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의 인생유전을 다룬 이 책은 .. 더보기
[서평]“기후변화, 국가가 움직여라…환경주의자들 독점 의제 아니다” 서평에도 썼지만 90년대 후반 영국에서 토니 블레어가 '제3의 길', 독일에서 게르하르트 슈뢰더가 '새로운 중도', 미국에서 빌 클린턴이 '뉴민주 플랜' 등을 내세우며 거의 비슷한 시기에 집권했다. 슬로건에 동원된 단어는 차이가 있지만 그 핵심 내용에 있어선 비슷했다. 80년대 후반 소련이 붕괴하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지향을 잃었던 좌파가 시행착오와 암중모색을 거친 뒤 들고 나온 것이었기 때문에 기존 좌파가 내세웠던 강령에서 물러나 시장을 인정한 것이었다. 좋게 말하면 국가와 시장의 이분법에서 탈피하자는 것이었고, 비판적으로 보자면 시장에 굴복한 것이었다. 이 슬로건에 영감을 불러일으킨 인물이 바로 앤서니 기든스다. 그는 스스로 유연한 사고, 현실적인 대안 등을 중시한다고 말한다. 정책가인 셈이다... 더보기
250년만에 詩로 부활…조선후기 요절한 천재시인 이언진 골목길 나의 집 - 이언진 지음, 박희병 옮김/돌베개 저항과 아만 - 박희병 지음/돌베개"이따거의 쌍도끼를/빌려 와 확 부숴 버렸으면/손에 칼을 잡고/강호의 쾌남들과 결교했으면". 이 시를 남긴 이언진(1740~66)은 학계에서 '요절한 천재시인'으로 통한다. 중인 출신이었던 그는 독특한 시풍으로 당시 문단의 주목을 받으며 2000여수가 넘는 시를 쓴 것으로 전해지지만 27세라는 젊은 나이에 죽었다. 병약했던 이언진은 죽기 직전 자신의 원고를 불태워 버렸다. 다행히 300여편의 시문이 그의 아내에 의해 불타지 않고 남아 후손 등이 문집으로 엮었다. (8500원)은 박희병 서울대 국문과 교수가 이언진의 에 담긴 연작시 170수를 처음으로 온전히 번역하고 짤막하게 해설을 붙인 시집이다. (1만8000원)은 .. 더보기
<서평>공동체 속에서 찾은 삶의 대안 희망제작소는 시민운동의 터줏대감이자 참여연대와 동의어처럼 받아들여지던 박원순 변호사가 반대운동에서 탈피해 애드보커시 운동을 해보겠다며 만든 곳이다. '지역과 현장 중심의 활동'을 표방하며 창립된 단체인데 화려하진 않지만 차곡차곡 결실들을 쌓아가고 있다. 그중 하나가 '우리시대 희망찾기 프로젝트'인데 8번째 주제가 공동체였다. 이 프로젝트는 현장의 사람들(20명 이상)을 심층 인터뷰 해서 이들의 육성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파괴된 공동체에 대한 그리움은 나 스스로 느껴고 있는 것이다. 내 옆자리의 선배 역시 이 책에 큰 관심을 보였다. 박호성 서강대 정외과 교수는 (효형출판)에서 전통적 공동체의 민주적 복원과 계승을 주장하면서 '화해와 통합의 사회,정치적 기초'라고 일컬었는데 이처럼 거창..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