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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여전히 목마른 문맹의 씨앗들 남미 콜롬비아에는 ‘당나귀 도서관’이란 게 있다. 소리아노란 이름의 사내가 당나귀 두 마리에 책을 가득 싣고 평소에 책을 접할 수 없는 산골 오지 마을 어린이들을 찾아 다닌다. 비가 와서 책이 젖을까 마음을 졸이고 가끔 게릴라나 강도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소리아노는 산길을 헉헉대며 올라간다. 가난하게 자랐던 그는 지금도 가난하지만 가난이 대물림되는 것을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막아보려고 10년째 홀로 이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텔레비전에 방영됐던 내용이다. 민간과 지자체가 협력해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무상으로 선물하고 지역의 도서관이나 보건소에서 그림책을 읽어주는 ‘북스타트’ 운동은 규모와 방식은 다르지만 본질에 있어선 당나귀 도서관과 다르지 않다. 신종플루 때문에 무기한 연기되긴 했지만 북.. 더보기
곰 같은 사람, 이태수 선생 평소 생태 세밀화 그림책을 받아볼 때마다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선 '세밀화'라는 명칭이 그러하듯 동식물을 세세하게 그려낸 데 대한 감탄이 밀려온다. 그리고 나선 사진과 다른 따뜻함이 감동을 준다. 이태수 선생은 이메일 주소나 블로그 주소가 영문으로 '곰'(gom)으로 시작한다. 여쭤보진 않았으나 별명이 곰인 모양이다. 이태수 선생의 책을 세권째 낸 다섯수레 출판사 관계자분의 말씀인즉 "요즘 그런 사람 없"단다. 본인이 직접 눈으로 보지 않은 것은 절대 그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별명이 곰인 모양이다. 이러다보니 작업이 더디고 작품집이 띄엄띄엄 나오지만 그만큼 깊이가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외모도 털털한게 시골농부 인상인데다 말씀도 느리고 꾸밈이 없다. 하지만 자신이 취재하고 있는 곤충들에 대해.. 더보기
<서평>광우병 논쟁(김기흥 지음/해나무) 얼마전 주말에 가족 나들이를 다녀왔더니 집안 어르신들이 고기를 굽고 계셨다. 집근처 고깃집에서 사온 쇠고기라는데 아주 싸고 맛도 괜찮다고 한점 들라고 권하셨다. 우리는 어차피 밖에서 식사를 하고 왔기 때문에 배가 불러 고기를 먹을 처지도 아니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나는 젓가락을 들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지난해 대한민국을 온통 촛불의 바다로 만들었던 불씨. 그 불씨가 벌건 색깔의 고기로 육화돼 내 눈 앞에서 지글거리고 있었다. 한 여성 탤런트가 지난해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가지고 미국산 쇠고기 업체가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하는데-뉴~ 라이트라나 뭐라나 하는 분들은 이 소송을 열심히 응원하고 계신다-물론 미국산 쇠고기가 곧바로 청산가리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왜 나는 미국산 쇠고기를.. 더보기
<서평>언어의 진화(크리스틴 케닐리 지음/전소영 옮김/알마) 언어는 인간이라는 종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고 사회를 유지하고 예술활동을 한다. 그래서 언어의 기원은 고래로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해온 대상이었다. 책에도 나오지만 현대 언어학에 노암 촘스키가 끼친 영향은 지대했다. '언어학=촘스키'라는 등식이 성립할 정도다. 촘스키는 진보적 지식인으로서의 명성도 상당하다. 그러나 비전문가가 촘스키의 이론이 어떤 내용이며 왜 각광을 받게 됐는지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이 책은 상당 부분이 촘스키 이론에 대한 다른 전문가들의 반박 노력에 할애됐다. 그만큼 촘스키의 영향력이 지대하다는 방증이다. 현대 언어학의 최전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아래 서평에서도 언급했지만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 책에 등장하는 연구자나 책들 가운.. 더보기
편집자 육성은 좋은 책 만들기의 첫걸음 "어! 이 분 돌아오셨대요?" 출판사에서 언론사에 보내는 홍보용 신간도서를 배달하러 온 분이 책상 위에 놓인 책의 표지를 보더니 물었다. 그의 눈길을 끈 것은 '책 만드는 사람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란 부제를 달고 있는 였다. 저자는 2년 전 미국 유학을 떠났던 휴머니스트 출판그룹의 김학원 대표이사다. 김 대표는 1990년대에 출판계에 등장해 여러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며 많은 흥행작을 만들었고 2001년 휴머니스트를 창업, 탄탄한 인문학 출판사로 키운 인물이기에 김 대표가 귀국했다는 소식은 책을 배달하는 그에게 뉴스였던 모양이다. 김 대표는 90년대 중반부터 한겨레신문 부설 문화센터, 한국출판인회의 부설 서울출판학교 등에서 출판기획 및 편집에 대해 오랫동안 강의를 해왔기 때문에 출판계엔 그의 '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