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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떠나는 자에 대한 배려, 독일의 한 출판사에서 ‘신뢰’를 배우다 어떤 사회나 국가가 선진적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척도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흔히 선진화를 말할 때 자동적으로 떠올리는 것이 경제성장이다. 선진화된 사회에서의 삶을 '품위 있고 균형 잡힌 삶'이라고 정의할 때 경제적 풍요로움이 이런 삶을 가능케 해 줄 전제조건의 하나일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이 명제에 동의한다 하더라도 '어떻게 경제적 풍요로움을 이룩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경제적 풍요로움이 선진화의 유일한 조건인가'라는 질문은 남는다. 이 질문은 그 자체로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선진화의 방법론에 대한 문제제기를 담고 있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2007년 말 한 칼럼에서 "선진화의 기본은 사회적 신뢰다. 경제성장도 중요하지만 사회통합을 이루면서 선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제 어떻게 신뢰를 회.. 더보기
<서평>유시민·강상중…'내 젊음을 뜨겁게 달구었던 책과 사유들' 2005년 가을이었다. 내가 유시민씨를 처음 만난 때가. 당시 총리실을 출입했던 나는 중동 5개국 순방길에 나선 이해찬 총리를 수행취재하고 있었는데 이해찬 총리의 보좌관 출신으로서 열린우리당 의원이었던 유시민씨도 이 순방에 동참했다. 이듬해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었고, 열린우리당 내부에선 이미 당시부터 친노, 반노로 나뉘어 다툼을 진행하고 있었다. 친노의 상징적 인물이었던 유시민씨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기자들의 촉각이 곤두섰지만 유씨는 능숙하게 '기사꺼리'가 될만한 질문은 피해갔다. 순방 대상국 가운데 하나인 두바이를 방문했을 때다. 두바이는 지난해 세계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쪽박을 차게 생겼다는 기사가 나오긴 했지만 바다에 인공섬을 만들고 사막에 마천루를 지으면서 최근까지도 사막의 기적으로 추앙받았다. 두.. 더보기
몰입 방해하는 번역서 속 오·탈자 그 책은 실패다 예전 편집국 국제부에서 근무하던 시절 외신에서 해외토픽성 기사가 올라와 부원들끼리 배를 잡고 웃은 적이 있다. 스위스의 어느 작은 신문사가 내렸다는 조치 때문이었다. 신문에서 오탈자가 너무 빈번하게 발견되고, 아무리 조심하라고 해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며 앞으로 오탈자를 쓴 기자에게 5달러의 벌금을 매기겠다고 공지했다는 기사였다. 이걸 보고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너희들도 오타를 내면 5천원씩 내라"고 농담을 하곤 했다. 글을 쓰는게 직업인 나 역시 오탈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때론 문법적으로 맞지 않은 비문을 쓰기도 한다. 데스크가 내 기사를 보고, 교열팀에서 맞춤법을 스크린 하지만 가끔씩 오탈자가 나온다. 오탈자는 글을 쓰는 사람들의 숙명과 같은 것이다. 단순한 오탈자도 문제지만 심각한 것은 오역이다. .. 더보기
탄탄한 '시간의 다리' 천병희 굳이 인문학 전공자가 아니더라고 그리스,로마 고전에 대한 관심과 갈증은 지대하다. '○○○가 추천하는 필석서 몇권' 목록에서 그리스,로마 고전은 맨 윗쪽에 등장하기 일쑤이고, 에헴 소리 하는 사람들 가운데 그리스,로마 고전을 수시로 인용하는 분들이 많다. 꼭 그게 아니어도 그리스,로마 고전은 그 자체로 재미있다. 특히 이랄지 같은 경우는 동서양을 떠나 문화예술인들에게 영원한 영감의 원천이다. 천병희 교수의 번역서가 올해 들어서만 너댓권 나온 것 같다. 천 교수의 책을 전담 출판하고 있는 숲 출판사는 생각보다 쏠쏠하게-여기서 쏠쏠하게란 사실 다른 책들에 비하면 그리 많은 수는 아니지만-책들이 나간다고 한다. '원전번역'이라... 그 단어 장체만으로 매력을 준다. 인터뷰에서 두차례 쓴 '2500여년전 지중해.. 더보기
<서평>밴버드의 어리석음 역사는 승자만을 기억한다는 것은 다 아는 뻔한 얘기다. 이 책은 실패자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들의 곡절을 살폈다. 저자가 서문에서 썼듯 "우리는 자신을 선량한 사람으로 여기고, 열정을 가지고 있으면 누구에게나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믿는다. 아니 믿고 싶어한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가? 노력만으로 성공할 수 없는게 인생이고, 사기와 협잡이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임을 보여주는 사람이 허다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열심히 노력한 사람은 어떻게 되는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해서 인생마저 실패했다고 할 수 있는가. 때론 승자의 이야기보다 패자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는 법. 사실 우리는 성공한 사람보다 실패한 사람이 될 가능성이 더 높은 것 아닌가? 외고집과 광기, 기발했으나 치명적인 결함…잊혀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