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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두꺼운 책의 압박, 두꺼운 책의 즐거움... 짧은 시간 내에 리뷰를 써내야 하는 입장에서 두꺼운 책은 아무래도 부담이다. 솔직히 황당하게 두꺼운 책은-최근에 나온 는 큼지막한 크기에 942쪽이었고, (들녘)은 1239쪽이었다-물리적인 시간의 한계 때문에 일독을 포기하는 수 밖에 없다. 머릿말과 목차를 보고 읽을 부분을 골라 발췌읽기를 하는 것이다. 문제는 700~800쪽 분량에다, 개인적 관심사를 다루는 흥미있는 책일 경우다. 대개 그렇듯 앞부분을 조금 읽다보면 재미를 붙이게 되고 끝까지 읽어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그런데 속독법의 대가가 아닌 이상 700~800쪽 짜리 책 한권을 아무리 빨리 읽더라도 필요한 시간의 절대치가 있다. 동료들이 모두 퇴근한 뒤에도 남아 책을 붙들고 앉아 있을 수 밖에 없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페이지 끝을 접어가면.. 더보기
온 길보다 갈 길이 더 먼 전자책 시장 최근 국산 전자책 단말기 'SNE-50K'가 첫선을 보였다. 국내 최대기업인 삼성전자와 대형서점의 대명사 교보문고가 손을 잡고 전자책 단말기 개발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부터 알려져 있었기에 출판계와 독자들의 관심이 적지 않았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출시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1차 제작분이 이미 소진돼 2차 제작분을 판매하고 있으며 현재 3차 제작에 들어갔다고 한다. 얼마전 이 물건을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다녀왔다. '삼성스러운' 사무적이고 깔끔한 디자인, 조그만 화면에 전자잉크로 출력된 활자들의 부드러움이 인상적이었다. 눈깜빡할 사이에 페이지가 이동하는 인터넷에 익숙해선지 페이지가 넘어갈 때마다 걸리는 시간은 답답하다는 느낌을 줬다. 미국에서 '킨들'이라는 전자책 단말기가 선풍적인 인.. 더보기
'출판계 리포트-자본주의 비판서 동향과 전망' 역습의 시작인가, '올드 스타'들의 막간 출연인가. 미국발 세계경제위기는 그간 시대정신으로 군림해온 신자유주의가 바꿔놓은 세계의 일그러진 맨얼굴을 일거에 보여주었다.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근원에서부터 분석했던 선현(先賢)들을 떠올리게 했다. 신자유주의가 강요한 제1계명인 '경쟁하라, 경쟁하라!'를 열심히 실천하던 사람들은 알토란 같이 쌓아뒀던, 그리고 한없이 부풀기만 할 것만 같았던 펀드들이 한순간에 녹아내리고 생계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을 목도하면서 9·11 테러로 무너지는 세계무역센터 빌딩을 떠올렸다. 란 책으로 돈을 번 사람은 저자가 유일하다는 우스개 소리가 실은 농담이 아니라 사실이었음을 알아차린 것이다. IMF 금융위기 이후 국내 출판시장의 강자로 군림했던 경제·경영,.. 더보기
쏟아지는 노무현 서적 '제대로' 된 책은 몇권이나 될까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그에 관한 책들이 끊이지 않는다. 인터넷 서점에서 '노무현'을 키워드로 검색했더니 서거 이후 두달 동안 나온 것만 25권이다. 노 전 대통령을 다룬 책들을 분류해 보자면 참여정부가 대중을 상대로 출간했던 책들을 표지와 제목만 바꾸거나, 내용을 약간 보탠 책들이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었다. 참여정부 청와대 비서실이나 국정홍보처가 청와대 브리핑이나 국정브리핑에 올렸던 글들을 다듬은 원래 제목에는 '참여정부'가 포함돼 있었지만 새 옷으로 갈아 입으면서 거의 예외없이 '노무현'이란 이름이 추가됐다. 그의 재임기간엔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거나 폄훼됐던 책들을 독자들에게 새롭게 선보이려는 노력이라고 하지만 내용이 별로 바뀌지도 않은 책을 쇄를 달리하거나 개.. 더보기
<서평>냉전의 추억 냉전의 추억 - 김연철 지음/후마니타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이 최근 책으로 묶어 낸 을 보면서 맨 먼저 떠오른 것은 지난 7월11일 일반에 개방된 우이령 길이었다. 1968년 북한 공작원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한 침투로로 사용한 것이 밝혀지면서 폐쇄된 뒤 41년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그 길 말이다. 남북 사이의 대결은 우리 내부에 있었던 길마저 끊어버릴 정도로 위력을 발휘했다. 하물며 남북 사이의 길이야 말해 무엇 하리. 남과 북이 서로를 향해 물리적·정신적 선을 긋고 반목과 대결, 증오와 저주를 일삼던 시절을 우리는 '냉전'이라고 부른다. 1980년대 말 미·소냉전의 상징이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소련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담론의 영역에서 냉전이라는 용어의 사용빈도는 현저하게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