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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서평>고통과 기억의 연대는 가능한가? (서경식/철수와영희) 고통과 기억의 연대는 가능한가? - 서경식 지음, 송현숙 그림/철수와영희 태어나는 순간부터 '경계인'으로의 삶이 규정돼 있었던 재일 조선인 2세 서경식. 그의 두 형이 박정희 정권 시절 서울에서 유학생활을하던 중'형제 간첩단'으로 몰려 극심한 고초를 겪은 일은 널리 알려져 있다. 자신이 태어난 일본에서도, 부모님이 태어난 조국에서도 그의 형제들은 배제와 경원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평생을 타자로 살아야 했던 그에게 당연한 것은 없다. 그래서 어떤 이는 , , , , , , 등 전작들을 통해서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해오던 것들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온 서경식을 '인식틀을 날카롭게 벼리게 해주는 숫돌'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서경식이 2006년 4월부터 2008년 3월까지.. 더보기
요즘 무슨 책 봐? 대화의 장으로 독서를 끌어내세요 지난주 대학 동기 몇이 오랜만에 술자리를 가졌다. 여섯명이 모였는데 구성이 하도 절묘해 신기했다. 아이 셋을 둔 아빠, 둘을 둔 아빠, 하나를 둔 아빠, 엄마 뱃속에 첫아이가 있는 예비 아빠, 아직 아이를 갖지 않은 친구, 그리고 노총각까지 '가정생활'이 제각각이었다. 대도시 소시민들이 나눔직한 이야기들이 이어지던 중 "요즘 이러저러한 책들이 많이 나오더라"고 슬쩍 책 이야기를 꺼냈다. '미끼'를 던져본 것이다. 절친한 친구들을 상대로 몰래 '낚시질'을 시도했던 것은 다음과 같은 연유에서다.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친구들이나 과거의 취재원들에게 편집국 문화부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하면 단언컨데 가장 먼저 나오는 반응은 "연예인 많이 보겠네"이거나 "공연 티켓 들어오면 좀 챙겨주라"이다. 이 몸은 그 분야와는.. 더보기
끼어? 말어? 무시할 수 없는 블로거들의 세계 지난주 인터넷에 블로그 계정을 하나 텄다. 블로그를 ‘만들었다’가 아니라 ‘계정을 텄다’인 것은 일단 공간을 확보했을 뿐 아직 ‘공사 중’이란 뜻이다. 블로그 개설이 처음은 아니다. 몇년 전 기자들에게도 블로그 바람이 불었는데 이때 만들어 제법 진지하게 글을 몇개 써서 올렸지만 얼마 안가 그만 뒀다. 게으름 때문이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조각 글이라도 메모를 해놓고 나중에 찾아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더 큰 이유는 출판계 사람들을 만날 때 파워 블로거나 블로그 세계의 현안을 모르면 머쓱해지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잦아졌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상대방이 “로쟈가 뭐뭐라고 썼던데…”라고 말을 시작하는데 내가 “예? 무슨 ‘쟈’라고요?”라고 되묻고, 상대방이 한심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는.. 더보기
"고전 읽기, 행복한 줄 알아!" 어린 시절 책에 관한 나의 최초의 강렬한 기억은 아버지가 초등학교 졸업기념으로 사주신 40권짜리 이다. 외딴 산간마을을 찾아온 책 외판원을 통해 구입한 이 전집은 한 권에 200쪽이 넘었는데, 방학 동안 모두 읽어버렸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책에 대한 강렬한 기억이 별로 없다. 넉넉지 않은 형편이라 새로 전집을 선물받는 일도 없었고 학급문고에 꽂힌 책들은 대부분 허접했다. 사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학교 시험 준비에 허덕이다 보면 남는 시간은 놀기에도 빠듯했다. 교과서에 등장하는 동서양 고전은 참고서가 ‘친절하게’ 요약해준 줄거리를 밑줄 치며 외웠다. 허다한 고전들은 이처럼 시험 성적을 올리기 위한 ‘학습’을 통해 앙상한 기억들만 남겼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더보기
노 前 대통령의 책읽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그의 죽음을 해석하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우리가 추모의 염을 담아 그의 죽음을 ‘서거’로 부르는 데 대해 “파렴치범에게 웬 존경”이라느니 “자살로 불러야 한다”느니 하는 저급한 딴죽이 들려오는 것도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정치의 세계에선 하나의 색깔이 누구에겐 검게, 다른 누구에겐 희게 보이는 게 일상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워낙 충격적인 방식으로 이뤄진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둘러싼 해석쟁투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검은 것을 희게 보는 사람이나, 흰 것을 검게 보는 사람이나 노 전 대통령에 대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팩트’는 뭘까. 노 전 대통령이 꽤나 책읽기를 좋아한 독서가였다는 게 그중 하나일 것이다. 그는 유서에서 자신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