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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책동네산책

편집자 육성은 좋은 책 만들기의 첫걸음


"어! 이 분 돌아오셨대요?"

출판사에서 언론사에 보내는 홍보용 신간도서를 배달하러 온 분이 책상 위에 놓인 책의 표지를 보더니 물었다. 그의 눈길을 끈 것은 '책 만드는 사람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란 부제를 달고 있는 <편집자란 무엇인가>였다. 저자는 2년 전 미국 유학을 떠났던 휴머니스트 출판그룹의 김학원 대표이사다. 김 대표는 1990년대에 출판계에 등장해 여러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며 많은 흥행작을 만들었고 2001년 휴머니스트를 창업, 탄탄한 인문학 출판사로 키운 인물이기에 김 대표가 귀국했다는 소식은 책을 배달하는 그에게 뉴스였던 모양이다. 김 대표는 90년대 중반부터 한겨레신문 부설 문화센터, 한국출판인회의 부설 서울출판학교 등에서 출판기획 및 편집에 대해 오랫동안 강의를 해왔기 때문에 출판계엔 그의 '제자'들이 적지 않다.

편집자란 무엇인가 - 10점
김학원 지음/휴머니스트

편집 및 기획의 이론과 실무에 대해 매우 상세하게 설명한 <편집자란 무엇인가>가 중견 출판인의 노련함과 자부심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면 지난달 출간된 <책책책! 출판사 습격기>(서해문집)에서는 출판계 입문을 꿈꾸고 있는 새내기들의 호기심과 패기가 묻어난다. 파주출판도시입주기업협의회가 개설한 출판편집 과정 강좌를 지난해에 이수한 학생들은 아마도 자신들이 앞으로 일하기를 꿈꾸는 출판사 8곳을 탐방해 각 출판사의 역사와 특징, 출판인들의 일과 등을 꼼꼼하게 소개했다.

책책책! 출판사 습격기 - 10점
조희경 외 지음/서해문집

김 대표나 예비 편집자들이 모두 인정하듯 편집자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은 그리 높지 않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도 책 제목과 저자, 출판사는 기억하지만 편집자까지 꼼꼼히 살펴보는 경우는 별로 없다. 우리가 영화 제목과 주연배우, 감독의 이름은 기억하지만 다른 스태프들에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감독과 주연배우로만 영화가 만들어질 수 없듯 한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편집자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개별 출판사는 물론이요, 한 사회의 출판 역량은 편집자들의 역량과 직결된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한국의 출판계가 발전하려면 편집자들의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는 얘기가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려왔던 이유다.

집단으로서 편집자들의 역량이 높아지려면 편집자 개개인의 노력이 우선되어야 할 터이지만 이를 위한 환경조성이 중요함은 불문가지다. 여기서 말하는 환경의 핵심은 노력에 대한 적절한 처우와 보상, 편집권의 보장 등이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어디서나 존재하듯 '편집자를 키워야 한다'는 당위와 현실의 괴리는 이곳에서 발생한다. 출판 경영자와 편집자는 모두 좋은 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지만 모든 이해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고상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의 이면에 열악한 여건에 절망하는 편집자들의 한숨이 배어 있는 경우가 많은 건 이 때문이다.

김 대표는 책에서 "편집자가 걸어야 할 방향은 결국 전문 출판인의 길"이라고 역설했다. 실제로 그는 휴머니스트에서 책임편집자 제도를 정착시켰고 전문 편집장 육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자부하고 있다. 출판사 설립의 1차 목표를 교양서 1000종 발간과 100여명의 전문 편집인으로 내건 그가 2년간의 재충전을 거치고 돌아와 당위(이상)와 현실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 어떤 의견과 활동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귀국을 환영한다. <2009. 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