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제작소는 시민운동의 터줏대감이자 참여연대와 동의어처럼 받아들여지던 박원순 변호사가 반대운동에서 탈피해 애드보커시 운동을 해보겠다며 만든 곳이다. '지역과 현장 중심의 활동'을 표방하며 창립된 단체인데 화려하진 않지만 차곡차곡 결실들을 쌓아가고 있다. 그중 하나가 '우리시대 희망찾기 프로젝트'인데 8번째 주제가 공동체였다. 이 프로젝트는 현장의 사람들(20명 이상)을 심층 인터뷰 해서 이들의 육성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파괴된 공동체에 대한 그리움은 나 스스로 느껴고 있는 것이다. 내 옆자리의 선배 역시 이 책에 큰 관심을 보였다. 박호성 서강대 정외과 교수는 <공동체론>(효형출판)에서 전통적 공동체의 민주적 복원과 계승을 주장하면서 '화해와 통합의 사회,정치적 기초'라고 일컬었는데 이처럼 거창하게 이름을 붙이지 않더라도 공동체는 현대사회의 여러 병폐들을 치유해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같다.
(**전에 포스팅했던 박호성 교수, 일본의 생태운동가 마사키 다카시에 관한 글들과 엮어 놓았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람과 사회가 변하면 단어의 뜻이 변하거나 사라지고 새로운 단어가 만들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은 모여 살고 있으니 '여러 집이 모여 사는 곳'을 뜻하는 '마을' 혹은 '자기가 사는 집의 근처'를 말하는 '동네'라는 단어는 아직 살아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21세기 대한민국에 살아남은 마을이라는 단어는 물리적 껍데기일 뿐 실체는 거의 죽어버린 것이 아닐까 싶다. 가족의 해체, 공동체의 붕괴가 자본주의의 부흥과 함께 해온 현대의 특징이거니와 대한민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공고한 '자본 = 국가 = 산업'의 지배구조 아래에 놓여 있으니 말이다.
파괴된 공동체에 대한 그리움은 나 스스로 느껴고 있는 것이다. 내 옆자리의 선배 역시 이 책에 큰 관심을 보였다. 박호성 서강대 정외과 교수는 <공동체론>(효형출판)에서 전통적 공동체의 민주적 복원과 계승을 주장하면서 '화해와 통합의 사회,정치적 기초'라고 일컬었는데 이처럼 거창하게 이름을 붙이지 않더라도 공동체는 현대사회의 여러 병폐들을 치유해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같다.
(**전에 포스팅했던 박호성 교수, 일본의 생태운동가 마사키 다카시에 관한 글들과 엮어 놓았다.)
마을에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 구도완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람과 사회가 변하면 단어의 뜻이 변하거나 사라지고 새로운 단어가 만들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은 모여 살고 있으니 '여러 집이 모여 사는 곳'을 뜻하는 '마을' 혹은 '자기가 사는 집의 근처'를 말하는 '동네'라는 단어는 아직 살아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21세기 대한민국에 살아남은 마을이라는 단어는 물리적 껍데기일 뿐 실체는 거의 죽어버린 것이 아닐까 싶다. 가족의 해체, 공동체의 붕괴가 자본주의의 부흥과 함께 해온 현대의 특징이거니와 대한민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공고한 '자본 = 국가 = 산업'의 지배구조 아래에 놓여 있으니 말이다.
물론 숨막히는 사회구조에 대한 저항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1970~80년대의 민주화운동, 80년대 후반 이후의 계급적 민중운동과 통일운동, 90년대 이후의 시민운동 등 시대를 풍미한 사회운동들은 모두 이런 시도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사회운동들은 대체로 사회를 구조적으로 접근하는, 말하자면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방식이었다고 할 수 있다.
거대담론을 무기로 구조의 문제에 대항하는 방식에 대해 사람들은 점점 식상함을 느꼈고 뿔뿔이 흩어졌다. 그러나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는 방식으로 대안적 삶을 시작한 사람들도 있다. 마을 공동체를 만드는 사람들, 대안경제를 실험하는 사람들, 농사와 농촌에서 희망을 찾은 사람들, 대안교육에 참여하는 사람들, '공정무역'에 뛰어든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 책은 자본·산업·국가에서 탈피해 껍데기만 남은 마을이라는 단어를 '대안적 생태공동체'로 채워가는 24명을 대부분 실명으로 심층 인터뷰해 이들의 삶이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탐색했다. 희망제작소가 진행 중인 '우리시대 희망찾기' 프로젝트의 8번째 결과물이다.
공동육아에서 출발해 대표적 도심형 공동체로 발전한 서울의 성미산 마을, 철거민촌에서 이웃이 있는 마을로 변모한 부산 연산동의 물만골 공동체, 경남 산청의 산골 생태마을인 안솔기 마을, 서울의 한살림과 신나는조합, 원주의 밝음신협, 인천 평화의료생협, 전북 부안의 시민발전소, 경기 시흥의 연두농장과 안산의 텃밭공동체 등 나름대로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공동체들이 대상이다.
각각의 공동체가 출발한 배경과 운영방식, 처한 환경이 조금씩 다르지만 이들이 풀어놓은 솔직한 이야기들에서는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핵심은 '사람'과 '변화', 그리고 호혜(互惠)의 정신이다. 책이나 이론이 아니라 삶 속에서 마을과 경제를 만들어 갔고, 사람들과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자신이 변화해가는 것을 느꼈다는 것이다. "(이 마을 사람들은) 개인적인 욕심이나 자본에 대한 욕심, 더 많이 벌어야겠다는 욕심을 부리지 않아요. 훨씬 더 행복하고 즐겁고 재미난 것들을 같이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구나. 그래서 여기서 뭐든 생각하고 꿈꾸면 이뤄진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거든요."(성미산 마을의 박미현씨)
공동체를 파괴하는 시장경제를 '사탄의 맷돌'이라고 갈파한 칼 폴라니(1886~1964)가 제대로 된 사회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 생활협동조합도 마찬가지다. "협동조합을 해야 하는 기본적인 이유가 상호부조, 상호협력, 상부상조 정신이고, 그 다음에 개개인의 인격을 변화시키는 활동이거든요…. 그러니까 협동조합을 하면 사람이 변합니다."(원주 밝은신협 정인재 이사장)
물론 사람이 모인다고 공동체가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돈과 욕망, 이기심에 사로잡힌 사람이 쉽게 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뜻이 맞아 모인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이견은 항상 존재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소통과 배려다. 사실 소통은 공동체의 핵심이다. 책에는 소통에 실패해 깨져버린 공동체 이야기도 나온다.
대안적 생태공동체는 아직 우리 귀에 익숙지 않은 단어이다. 책에 등장하는 마을들은 규모도,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다. 그러나 알맹이가 빠져버린 마을에 사는 현대인들이 느끼는 고통이 커질수록 변화의 욕구도 같이 커가고 있다. '운동'이 아닌 '삶'으로써 나의 삶과 세상을 바꿔가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2009.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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