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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채소들, 나도 꽃 피우는 식물이라구요! 지난주 태풍이 지나가더니 연일 불볕더위다. 오늘도 섭씨 30도가 넘는 찜통 날씨. 점심 먹으러 나갔다가 땀을 한바가지 흘렸다. 주차장 옆 화단에 심었던 상추와 치커리는 오래 전에 추대(꽃대)가 올라왔는데 방치했다가 지난 주말 정리를 했다. 그런데 식물에게 '꽃대'란 꽃을 피우기 위한 기관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깜빡했다. 상추는 꽃이 피기 전에 정리를 해서 상추꽃은 못 봤는데 게으름을 피운 덕에 치커리 꽃을 볼 수 있었다. '치커리 꽃'은 전에 한번도 상상해보지 못했는데 의외로 화려했다. 민들레 꽃과 비슷한 모양에 보랏빛을 띤 저 꽃이 바로 치커리 꽃 되시겠다. 며칠 뒤 서대문에 있는 농업박물관 앞을 지나다가 역시 다른 채소의 꽃을 보았다. 바로 부추꽃이다. 전에 부추꽃은 본적이 있다. 부추는 한번 심어서 .. 더보기
나도 농부가 되면 철학자가 될 수 있을까? 로마시대 철학자이자 정치가인 키케로는 많은 격언을 남겼는데 '사람들은 부자가 되면 철학을 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부유해지고 난 다음에 이 약속을 지키는 사람은 없다'라고 말도 그가 남긴 격언 가운데 하나다. 키케로가 말한 '철학'은 물론 현대의 '좁은' 의미로서의 철학보다는 훨씬 광범위한, '학문'의 개념이었을 것이다. 성경에도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라는 취지의 구절이 있듯 키케로 시대에도 역시 '부'와 '지성'은 그리 친화적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정부 통계에 잡히는 직업의 종류가 2만가지라든가? 3만가지라든가? 그 많은 직업 가운데 농업은 사양산업이라는 진단이 나온지 오래이지만 실은 인류의 직업 가운데 수렵, 채집 다음으로 역사가 길다고 할 수.. 더보기
당신의 계급 사다리는 안전합니까 잡문일지라도 '글'이라는 것을 써서 먹고 사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글쓰기는 항상 어렵다. 명색이 기사쓰기 실습 강좌를 분기마다 하고 있는데도 그렇다. 내 능력의 수준과는 별개로 뭔가 의미 있는 글, 긴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을 갖는 것까지 탓할 순 없을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실제로 노력하느냐는 평가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겠지만. 한주에 수십권의 책을 검토하고 두세권의 책을 읽어야 했던 시절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차분하게 글을 써서 책을 낸 사람들은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천성이 게으른 편이라 단편적으로 떠오른 세평이나 감상조차도 좀처럼 글로 써서 남기지 못하는 나로선 더욱 대단한 일로 보여진다. 그럴수록 긴글에 대한 욕심은 더욱 깊어만 가고. 내 스스로 '창작'할 수준이 아직 아니라면.. 더보기
잔디인형 화분에 머리카락이 자라났어요. 전에 유치원 다닐 때도 그랬지만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까만주름 주니어는 학교에서 이것저것 만들기를 해서 들고오곤 한다. 방과후 교실에서 주로 만들기를 하는 모양이다. 사회부로 부서를 옮긴 뒤로 거의 매일 12시 가까이, 혹은 12시 넘어 퇴근을 하고 아침엔 일찍 나오는 바람에 주중엔 아이의 자는 얼굴 밖에 못보는데 어느날 주방 환풍구 창틀에 흙이 담긴 투명 플라스틱 컵이 보였다. 눈동자와 입을 만들어 붙였다. 아이가 잔디인형이라고 만들어 와서는 물을 줘야 한다고 난리를 피워서, 물을 많이 주면 안된다고 겨우 설득을 했단다. 한번 집어들어서 살펴보고는 까먹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눈을 비비며 출근 준비를 하는데 그 화분(인형)이 눈에 들어왔다. 오~. 햇빛을 잘 받았는지 그새 머리(잔디)가 삐죽삐.. 더보기
다층적 '주인-대리인 문제'의 극치 저축은행사태  부산저축은행을 비롯해 고객들이 맡긴 돈으로 흥청망청 돈잔치를 벌이다 영업정지를 당한 저축은행들의 황당한 짓거리들이 연일 드러나고 있다. 저축은행에 크든 작든 돈이 묶인 사람들은 말 그대로 피가 마르는 심정일 것이다. 그런데 저축은행을 감독해야 할 권한과 의무가 있는 금감원 직원들이 저축은행과 짬짜미가 되서 뇌물을 받아먹거나 비위 행위를 눈감아 줬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 저축은행과 상관 없는 일반인들의 공분까지 자아내고 있다. 금감원을 해체하고 완전히 판을 새로 짜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그간 금융감독기구의 문제점이 숫하게 제기돼 왔지만 한번 권력을 잡은 기관은 자신에 대한 비판론까지 잠재우면서 악착같이 권력을 유지한다. 권력의 달콤함을 너무도 잘 알기에 모든 조직원이 권력을 지키기 위해 똘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