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3

단 한권의 책도 너무 고귀하게 여겨지는 곳 '유럽의 명문 서점' 세상 사람들과 맺게 되는 인연이 천차만별, 기기묘묘하듯이 책과 맺어지는 인연 가운데서도 유별난 것들이 있다. 그 책에서 얻은 지식이 너무 풍부해서, 그 책이 주는 감동이 너무 깊어서, 또는 그 책의 저자와 직간접적으로 알고 있어서 등등 어떤 책을 각별히 기억하게 되는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그러나 독자로서 책과 맺게되는 인연은 거의 대부분 그 책을 읽거나 감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지난주 내가 두고두고 각별하게 느낄 수 밖에 없는 책 한권이 내 손에 들어왔다. 실은 이 책을 받아들고 매우 흥분했었다.책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듣는 순간 책을 펼쳐 보기도 전에 흥분이 밀려왔다. 책 제목은 '유럽의 명문 서점'이다. 유럽의 명문 서점 - 라이너 모리츠 지음, 레토 군틀리아지 시몽이스 사진,.. 더보기
치커리 싹이 돋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차장 한켠의 화단에 텃밭을 일군다. 4월 초에 계분 퇴비를 2포대 사다가 뿌리고 갈아엎어 놓았다. 큰 삽이 없어 꽃삽으로 하다보니 손에 물집이 살짝 잡히기도 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묵힌 다음 상추씨앗과 치커리 씨앗을 구해 뿌렸다. 씨앗을 뿌린게 4월16일. 그런데 일요일인 17일 출근했다가 밤늦게 돌아와보니 속상한 일이 발생했다. 두둑을 만들어 포근하게 만든다음 씨를 뿌렸는데 그 자리를 어느 놈의 예쁜 발자국이 장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속은 상했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발자국이 깊숙이 박힌 자국을 그대로 두었다. 나중에 그 자리에서 싹이 올라오지 않으면 씨앗을 새로 뿌려줄 생각이었다. 씨를 뿌리고 일주일이 지나는 사이 비가 두어차례 내렸다. 씨가 뿌려지면 필요한 것이 높은 온도.. 더보기
김제 마늘밭 돈뭉치 사건의 교훈 '마음씨 곱고 성실한 농부와 금덩어리'는 우리 옛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요소이다. 여기에 욕심 많고 게으른 형, 또는 부잣집 농부가 대립항으로 곧잘 등장한다. 예를 들어 이런 플롯이다. 옛날 어느 마을에 가난하지만 노모를 깎듯하게 모시면서 부지런히 일하는 농부가 있다. 그는 여느날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차려 어머님과 함께 식사를 하고 지게에 농기구를 지고 밭으로 향한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날 소 한마리 없이 밭을 갈아야 하는 농부의 얼굴엔 금새 땀방울이 흐른다. 한참 괭이질을 하고 잠시 허리를 펴고 쉬기를 반복하는 농부. 밭 중간쯤 왔을 때 힘차게 땅을 향해 내리 꼿은 괭이 끝이 뭔가 딱딱한 물체와 부딪치면서 생긴 진동이 농부의 손으로 전달된다. 다시 한번 괭이질을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더보기
정치인이 장수하는 이유? 잊을만 하면 연례행사처럼 직업별 평균수명에 관한 기사가 나온다. 지난주 초에도 원광대 김종인 교수팀이 11개 직업군에 대한 평균수명을 조사한 결과를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눈길은 끌지만 직업별 평균수명은 이미 우리에게 대강의 상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종교인이 단연 장수하는 그룹으로 오래 전부터 조사돼 왔고, 교수와 기업인 등등도 장수하는 그룹으로 분류돼 왔다. 그런데 직업별 평균수명에 대한 통계가 나올 때마다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직업군이 있다. 바로 정치인 그룹이다. 대체로 일반인들이 인식하기에 정치인은 스트레스도 심하고, 때로는 몸싸움도 불사해야 하는 '험한' 직업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정치인은 두번째로 장수하는 직업군이다. 앞서 나왔던 여러 통계에서도 정치인은 장수하는 직업군으로 종교인과 .. 더보기
맹모와 호랑이 엄마, 서남표, 그리고 우리 내 나이 아직 마흔이 되지 않았으니 대충 계산하면 "내 인생의 절반을 '학생'으로 살았다"는 명제가 아직도 가능하다. 달리 말하면 몇년만 지나면 내 인생에서 학생이 아닌 신분으로 살았던 시간이 절반 이상이 된다는 얘긴데, 몇년 후를 기다려 의미를 새롭게 부여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올해부터 나는 새로운 계층에 편입됐기 때문이다.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나는 자동적으로 '학부모'가 됐다. 학부모 또는 학부형이라는 호칭이 아직은 낯설게 다가온다. 갗난 아이의 부모, 유치원생 아이의 부모와는 다른, 새롭고도 중요한 역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나는 안다. 지난해부터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이의 나이가 화제에 오르면 "운명의 날이 다가온다"고 농담삼아 말하곤 했는데 이 말 역시 같은 맥락에서 나온..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