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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에 보는 5월 소백산 야생화-1 누구인지 까먹었는데 한 문인은 자신이 글쓰기를 배우던 시절에 관해 쓴 글에서 '이름 없는 잡초'라거나 '이름 모를 들풀'이라고 써가면 스승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다고 했다. 세상에 '이름 없는 잡초'란 없으며 '이름 모를 들풀'이라고 쓰는 건 작가의 무식을 고백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현대인이 삶을 영위하는 과정에 나무와 들풀은 직접적인 의미를 그다지 지니지 않는다. 가로에 심어진 이팝나무 이름을 모른다 해서, 천변 억새밭이 핀 꽃 이름이 뭔지 모른다 해서 먹고 사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해도 세상의 꽃과 나무, 동물과 곤충은 저마다의 이름이 있다. 우리보다 자연과 훨씬 밀접했던 조상들은 그들의 눈에 들어오는 생물들에 이름을 붙였던 것이다. 지난 5월9일 소백산엘 갔었다. 신록이 막.. 더보기
황교안의 애국가와 찬송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때문에 온통 난리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당시 나와 우리 가족은 국내에 있지 않았다. 한꺼번에 희생된 많은 사람들에 대한 애석함과 미안함, 무능하기 짝이 없는 정부에 대한 분노, 그리고 오보와 과도한 취재경쟁을 일삼는 언론에 대한 짜증을 실시간으로 겪지 않았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다행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그런데 보름 전쯤 메르스 국내 환자가 최초 발생한 이래 스멀스멀 퍼져가더니 급기야 둑이 터져버린듯 동시다발로 확상되는 불안과 공포를 보면서 지난해 세월호 사건 당시에도 이랬겠구나 싶다. 많은 공무원들이 애쓰고 있겠지만 정부가 메르스 확산에 관해 '믿으라. 너무 불안해 할 필요 없다'고 하고 나면 곧이어 이 공언을 허무는 일이 벌어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그 사이 정.. 더보기
제주, 걷고 또 걷다 아이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좋아지는 것 하나는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물론 아이가 어렸을 때도 되도록 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려 노력했지만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놀이는 대체로 아이 중심이었다. 그런데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함께할 수 있는 활동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최근들어 아이가 나와 함께 '놀아주는' 활동 목록에 추가된 것이 영화보기, 등산하기, 걷기, 배드민터 등이다. 아이는 어릴 적 영화관 가는 걸 무척 싫어했다.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영화를 몇번 본 적이 있는데 그마저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상상력이 풍부해 영화 속 무섭거나 아슬아슬한 장면을 보는걸 싫어한다고 좋게 생각하고 지내왔다. 그런데 영화관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씩 사라지는가 싶.. 더보기
[세상물정의 사회학]물정에 밝은 사회학자의 인생 사용 설명서? 사전은 '물정(物情)'이라는 말의 뜻을 '세상의 이러저러한 실정이나 형편'이라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세상물정이라는 말은 세상일이 돌아가는 현상과 구조에 대한 묘사 혹은 기술을 뜻한다. 보통 세상물정이라는 단어는 나이 또는 지혜와 연관돼 사용된다. '세상물정 모르는 철부지'라거나 '세상물정도 모르고 날뛰는 바보'와 같은 관용어구가 그런 것들이다. 그런데 나이가 많다거나 많이 배웠다고 해서 반드시 세상물정에 밝다고 할 순 없을 것이다. 요즘처럼 해괴하고 어이없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 사회에선 세상물정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현대인은 대체로 아이디어는 넘치지만 사유(思惟)는 빈곤하다. 노명우 교수는 '사회학이 전문화의 길을 걷는 동안 잃어버린 세속적 삶으로 이끄는 '아리아드네의 실'을 찾기 위해 연구실을 .. 더보기
[빅데이터 인문학] 신문 광고가 실리다 사계절 출판사에서 [빅데이터 인문학] 광고를 경향신문에 실었다. 내가 번역한 책이 '실물'로 만들어져 나오고, 서점 매대에 올려지고, 서평들이 줄줄이 나올 때 매순간이 모두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는데, 이렇게 광고로 다시 보니 역시 감회가 새롭다. 사실 이 책을 고르고 번역하던 시절은 나와 내 가족에게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다. 이 책을 번역하면서 받은 돈이 미국 대륙 횡단 여행을 위한 자동차 기름값과 숙박비 등에 보태졌다. 우리말로 어떻게 번역해야 할지 애매해 낑낑댄 부분도 있었지만 이 책에 담긴 내용들은 번역자이기에 앞서 독자인 나에게 많은 지식과 통찰을 안겨주었다. 번역이라는 작업에 대해 본격적으로 경험해 본 것도 소중한 경험이었다. 영어책 한권 번역해 놓고 번역의 세계 운운한다는 건 너무 건방진 태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