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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보는 언어의 진화 1월말에 이 출간됐으니 사실상 이 책으로 올해를 시작했는데 벌써 10월 말로 흐르고 있다. 이 책 번역을 하느라 생전 취재만 하던 대담에 사회자로 참여해보기도 하고, 나보다 훨씬 학식이 높으신 분들 앞에서 강연을 해보기도 했다. 쑥스러워서 친척이나 지인들에게 이 책을 번역했노라 널리 알리진 않았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직간접적으로 이 책을 접한 지인들이 전화를 해오곤 한다. 며칠전에도 좀 늦은 저녁 회사 대 선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대뜸 "네가 을 번역했니?"라고 물었다. 그렇다고 말씀드렸더니 "정말인 모양이네"라는 말이 들려왔다. 술을 겸한 저녁자리였는데, 내가 이 책을 번역했단 사실을 아는 분이 내 얘길 꺼냈던 모양이었다. 여하튼 그 자리엔 다른 분들도 여럿 있었다 하는데 그 덕분에 책이 몇권 팔렸을 .. 더보기
침니 록, 노스 캐롤라이나 단풍이 한창이어야 할 시기이지만 올해는 가뭄이 너무 심해 단풍이 들기도 전에 나뭇잎들이 말라 죽어버린다는 방송 기사를 보았다. 단풍 관광을 즐기려는 이들에겐 안타까운 소식일 게다. 2년전 이맘때, 정확히는 2년전 11월 노스 캐롤라이나의 애시빌 인근에 있는 '침니 록(Chimney Rock)'에 올랐다. 한국말로 하면 '굴뚝바위' 되시겠다. 굴뚝바위라는 이름에서 연상될 것이다. 불쑥 솟은 바위가. 그렇다. 침니 록은 산 중턱에 불쑥 솟은 커다란 바위였다. 이곳에서 내려다 본 호수와 단풍으로 곱게 물든 애팔레치아 산맥은 절경이었다. 침니 록이 인상 깊은 또 한가지는 이 바위에 거대한 성조기가 게양돼 있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의 국기 사랑은 세계 어느 나라도 따라가기 힘들 정도인데, 침니 록 뒤쪽으로 이어진 .. 더보기
'노인정치'(고장난 저울)와 '청년정치'(청년이여, 정당으로 쳐들어가라!)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젊은 세대의 절망과 분노를 압축적으로 담고 있는 '헬조선'이라는 단어를 올 한해 한국 사회를 상징하는 단어의 하나로 꼽았다.(헬조선의 사회학) 김호기 교수의 탄식이 아니더라도 한국 사회의 청년문제의 심각성은 정치적 성향과 부의 많고 적음을 떠나 한국인 모두가 우려하고 근심하는 문제가 된 지 오래이다. 청년문제 못지 않게 노인문제 역시 그 심각성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그런데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과 해고요건 완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부측 '노동개혁'안에서 보듯 청년문제와 노인문제는 서로 맞닿아 있다.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일자리가 줄면서 청년세대와 노인세대가 서로 경쟁하는 모양새가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가치의 권위적 배분'(데이비드 이스턴) 과정이어야 할 .. 더보기
지리산의 가을은 어떤 모습으로 오는가 지리산엘 다녀왔다. 모두 세 본 적은 없지만 그간 지리산엘 간 게 10번 가까이 될 것이다. 지리산은 매번 찾아갈 때마다 색다른 감동을 주지만 이번 산행은 특히나 뜻 깊었다. 산행 코스가 노고단에서 바래봉까지 이어지는 소위 말하는 '서북능선'이었다는 것, 그리고 아내와 12살 아들 녀석이 함께 했다는 게 여느 산행과 다른 깊은 추억을 안겨주었다. 지리산 서북능선은 백두대간의 한 구간이라는데 오래 전부터 말로만 들었을뿐 가보기는 처음이었다. 행정구역상 남원시에 속하는 서북능선(이 능선에 올라보니 내가 나고 자란 마을이 먼발치에서 보였다!)은 지리산 주 능선을 바라보면서 산행을 할 수 있는, 난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능선길이다. 난도가 낮다고는 하지만 성삼재-고리봉-만복대-정령치-세걸산-바래봉으로 이어지며 적.. 더보기
[애프터 다크](무라카미 하루키) 최근 번역돼 발간된이 소설책에는 '무라카미 하루키 데뷔 25주년 기념 장편소설'이란 수식어가 붙어 있다. 일본에서 발표된 게 2004년이라고 한다. 이 소설 역시 내가 읽어본 그의 다른 소설과 공통점이 많다. 뭔가를 상실한 선남선녀가 등장하는데, 이들은 각각 '관계'에 대한 상처 또는 아픈 추억을 안고 있다. 재즈, 팝, 그리고 클래식 등 다양한 음악이 바뀌는 배경의 공간마다 흐르고 서양의 의복과 역시 서양식 음식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 역시 이 작품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양장본이지만 말랑말랑한 촉감을 주는 짙은 청색의 표지는 책의 내용과 잘 어울리는 듯 싶다. 뒷표지엔 "모차르트 의 시련처럼 얼마간의 고통을 직접 겪으면서 스스로 공포를 헤쳐나가지 않으면 진짜 성장이란 없을 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