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휘파람 부는 사람(메리 올리버) 하얀 입김이 호호 나오지만 너무 춥지 않고, 눈이 내렸지만 건조해서 바람이 불 때 마른 나뭇가지에서 '타닥타닥'하는 소리가 들리는 아침과 같은 청명한 느낌을 주는 책을 만났다. 미국 시인 메리 올리버의 산문집 이다. 이 시인이 자연과 사물을 대하는 자세가, 한글자 한글자가 깊은 울림을 준다. 휘파람 부는 사람 - 메리 올리버 지음, 민승남 옮김/마음산책 자연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우리가 자연을 사랑하는 자세는 올바른가. 이명박 정부 초대 환경부 장관으로 지명됐다 낙마한 박은경씨 같은 경우 땅투기 의혹이 제기되자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한다"라는 어록을 남기면서 많은 비난을 받았는데 사실 많은 사람들이 자연을 유용, 확용의 대상으로 대하는 게 사실이다. 또한 우리가 자연의 아름다움을 예찬할.. 더보기
동물농장 날이 추워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DC에 벛꽃이 피었다고 신문에 사진이 실렸다. 아닌게 아니라 겨울도 한참 겨울인데 올겨울은 그다지 춥지 않다. 비가 와야할 때 오지 않아서, 더워야 할 때 덥지 않아서, 추워야 할 때 춥지 않아서 걱정인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최근 파리에서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대규모 국제회의가 열렸다는데, 기후변화의 위협은 점진적이어서 각 나라와 개인의 대처는 굼뜨기만 하다. 은 풍자소설이지만 슬프다. 등장인물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암퇘지 스퀼러였다. 스퀼러는 독재자 나폴레옹을 비롯한 돼지들의 전횡이나 모순이 드러나면 그럴듯한 거짓말과 선전선동으로 동물들의 논리와 이성을 마비시킨다. 그의 언변과 설득력은 대단해서 동물들의 기억을 조작해내기까지 한다. 스퀼러는 소련 공산당의.. 더보기
[로그인]연말 골목길을 걸으며 올해 순서가 돌아오는 마지막 칼럼이 신문에 실렸다. 연말이기도 하고, 몇번 아니지만 올해 썼던 칼럼들이 모두 딱딱하고 강한 비판이 담겨 있었기에 마지막 칼럼은 조금 가볍고 훈훈하게 써보고 싶었다. 결과는 그리 신통치 않았다. 한해를 정리해보려 했지만 머릿속이 어수선하기만 하고 정리가 되질 않았다. 그렇지만 올해 나에게 돌아올 마지막 순번을 마감하고 나니 홀가분하긴 하다. 지난주 교보문고가 내놓은 올해 베스트셀러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한 기사가 떴길래, 교보문고에서 베스트셀러 집계 업무를 하시는 분과 잠깐 얘길했는데, 자신은 이미 2015년은 지났고 2016년에 가 있다고 농담했다. 그 기분을 알겠다. 아듀, 2015! 올해 걸은 곳 가운데 중국의 만리장성도 있었는데 만날 여행만 다니는 것처럼 보일까봐 일.. 더보기
애틀랜타 스톤 마운틴, 조지아 미국을 여행하면서 경비를 아끼는 방법은 매식을 하지 않고 직접 밥을 지어 먹는 것과 숙박비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이 두가지를 한꺼번에 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캠핑이다. 알다피시 미국은 캠핑의 천국이다. 한국에도 캠핑 열풍이 분지 몇년 지났는데, 한국에 캠핑이 크게 유행하기 시작한 배경의 하나로 미국에 장단기간 체류하면서 캠핑을 경험해본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캠핑 전문가가 있을 정도다. 애틀란타 방문은 11월이었는데 스톤 마운틴에서 캠핑을 했다. 스톤 마운틴. 말 그대로 '돌산'이다. 그냥 돌산이 아니라 '엄청나게 큰 돌산'이었다. 거대한 산 하나가 하나의 돌로 이뤄져 있다. 애틀랜타 도심에선 차로 한시간 가량 걸렸던 것으로 기억된다. 스톤 마운틴은 거대한 공원으로 개발돼 있었다. 입장료.. 더보기
작가수업 오탁번 '병아리 시인' 오탁번 선생의 자전 에세이가 손에 들어 왔다. 연속으로 나오는 단행본인 모양인데, 뒷날개를 보니 앞서 천양희 시인의 자전 에세이가 나왔다. 대학 다닐 때 '문청'들로부터 오탁번 선생의 이름을 자주 들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나는 '문청'도 아니었고, 그 학과도 아니었으니 그럴 일은 없었지만. 동화, 소설, 시로 각각 신춘문예에 당선돼 문단에 이름을 올린 오탁번 선생은 시에 쓰이는 '말'을 무척이나 강조하는데, 1980년대 강단에서 학생들과 논쟁을 꽤 벌였을 듯 하다. 칠순이 넘었는데도 책을 보면 그는 여전히 꼬장꼬장해 보인다. 작가수업 오탁번 : 병아리 시인 - 오탁번 지음/다산책방 장자(壯者)에 포정해우(포丁解牛)라는 말이 나온다. 포정이라는 사람은 소를 수십 년 동안 잡았는데도 소 잡는 칼이 하나도 녹..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