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이야기다. 궁상맞고, 찌질하고, 보기 싫을 정도로 적나라하다. 그런데 별로 슬프지 않다. 코끝이 찡하게 만드는 장면이 있긴 하지만, 키득거리게 만드는 장면이 더 많은 것 같다. 슬픈 이야기를 슬프게 그리는 것이 좋은 것인가, 슬프지 않게 만드는 것이 좋은 것인가.
6학년 표영욱은 칠순이 넘은 할아버지와 함께 방을 쓴다. 할아버지는 머리가 벗겨지고 얼굴은 검버섯투성이인데다가 냄새까지 난다. 그렇지만 영욱이 휴대폰에는 할아버지 전화번호가 1번으로 저장돼 있다. 물론 할아버지 휴대폰에도 영욱이가 1번이다. 아빠는 할아버지와 사이가 안좋다. 인사도 안한다. 아빠는 영욱이도 무시한다. 공부는 물론이고 뭐 하나 재주가 없는 영욱이가 뭐라고 말만하면 ‘바보 같은 놈’ ‘돼먹지 못한 자식’이라고 구박한다. 할아버지는 그럴 때마다 "다 내 잘못이다. 내가 니 애비 어렸을 때 바보 같은 놈이라고 그랬거든" 하면서 대신 사과한다.
아이의 눈에 비친 장례식은 ‘잔치’
마지막 이벤트 - 유은실 지음/바람의아이들 |
6학년 표영욱은 칠순이 넘은 할아버지와 함께 방을 쓴다. 할아버지는 머리가 벗겨지고 얼굴은 검버섯투성이인데다가 냄새까지 난다. 그렇지만 영욱이 휴대폰에는 할아버지 전화번호가 1번으로 저장돼 있다. 물론 할아버지 휴대폰에도 영욱이가 1번이다. 아빠는 할아버지와 사이가 안좋다. 인사도 안한다. 아빠는 영욱이도 무시한다. 공부는 물론이고 뭐 하나 재주가 없는 영욱이가 뭐라고 말만하면 ‘바보 같은 놈’ ‘돼먹지 못한 자식’이라고 구박한다. 할아버지는 그럴 때마다 "다 내 잘못이다. 내가 니 애비 어렸을 때 바보 같은 놈이라고 그랬거든" 하면서 대신 사과한다.
엄마나 고모들은 할아버지가 젊었을 때 독재자였다고 한다. 그 많던 재산도 사기 당해 다 날리고 할머니도 달아났다고. 영욱이는 이런 말들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 할아버지는 영욱이가 아주 어렸을 적부터 최고의 친구였으니까.
영욱이가 학교에서 돌아온 어느날 할아버지가 심상치 않다. 할아버지는 죽을 것 같다면서 모두에게 전화를 하라고 한다. 영욱이 전화를 받은 아빠, 엄마, 고모들은 한결 같이 "또야?"라고 되물으며 "바빠서 오늘은 안돼"라고 말한다. 영욱이는 할아버지 옆에서 잠이 든다. 다음날 아침.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는다. 영욱이가 기억하기로 할아버지는 장례식장에서처럼 관심을 받아본 적이 없다. 영정사진이 놓이고, 꽃이 배달되고, 온 가족이 모였다. 영욱이는 생각한다. ‘살아계실 때 장례식을 하면 안되나?’
대부분의 어린이가 가장 먼저 접하는 죽음은 할아버지 혹은 할머니의 죽음이다. 장례식장은 가족 간의 갈등과 불화, 가신 분에 대한 애증과 비밀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자리이지만 어린이들에겐 모든 것이 낯설다. 이 작품은 어린이가 생애 처음 경험하는 가족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질 법한 이야기들을 어린이의 눈으로 가볍게 풀어냈다. 장례식에서 가족들이 벌이는 좌충우돌은 영화 <축제> 또는 <학생부군신위>의 어린이판을 연상시킨다. 초등 고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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