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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동화책 보는 아빠

[서평]소련의 떠돌이 개, 슬픈 우주여행 떠나다

너무나도 감동적으로 읽었다. 어린이 책 출판사에서 나오긴 했으나 사실 어린이 책으로 한정할 수 없는 철학적 질문과 감동을 던지는 작품이다. 잊혀질 뻔한 역사적 사실을 이토록 세밀하게 취재해 그려낸 작가의 힘이 대단하다. 떠돌이 개 한마리와 박해받다가 자신의 야망을 펼치기 위해 불굴의 의지로 뚫고 나간 인간의 드라마를 말 그대로 드라마틱하게 그려냈다.

안녕 라이카 - 10점
닉 아바지스 지음, 김은령 옮김/마루벌

1957년 11월4일 소련은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2호를 발사했다. 한달 전 발사된 1호에 비해 2호는 한발 더 나아간 시도를 담고 있어야 했다. 기술진은 동물을 태우기로 했다. 지구 역사상 처음으로 지구 대기권 바깥으로 나간 동물로 선택된 건 '라이카'(짖는 녀석)라는 이름의 개였다. 당시 기술수준으로는 2호에 귀환기능을 추가할 수 없었기에 처음부터 라이카에게 성공이란 우주에서의 죽음을 뜻했다. 우리는 우주로 간 최초의 인간 유리 가가린, 최초로 달에 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을 '영웅'이라고 추앙한다. 하지만 라이카는 우주과학에 관심 있는 일부에게만 기억되는 이름이다.
이 책은 라이카가 스푸트니크 2호에 실리는 과정에 등장하는 실존인물들이 겪었던 갈등을 중심으로 상상력을 가미한 '그래픽 노블'(소설처럼 길고 복잡한 스토리를 지닌 만화책의 한 형태)이다. 책은 한 사내가 시베리아의 눈덮인 황무지를 쓰러질 듯 걸어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스푸트니크 개발의 총책임자가 되는 세르게이 코롤료프다. 그는 노동수용소에서 막 나온 참이었다.
주인공 라이카는 원래 모스크바 시내의 떠돌이 개였다. 라이카는 개몰이꾼에게 잡혀 항공의학연구소에 실험용 개로 넘겨진다. 항공의학연구소의 신참 여성 수의사 엘레나는 라이카를 좋아하게 된다. 자신이 덮어썼던 누명을 완전히 풀어버리기 위해 인공위성 개발에 열을 올리는 코롤료프에게 선택된 라이카. 뒤늦게 라이카가 우주에서 외롭고 고통스럽게 죽어갈 운명이라는 것을 알게 된 엘레나는 눈물을 흘린다.
최초의 우주개 라이카는 가가린이나 암스트롱 못지 않게 영웅 대접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의 희생이 우주와 인간의 거리를 좁게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정작 라이카는 영웅이 되고 싶었을까? 너무도 사랑스러웠던 이 개를 보살폈던 이들이 도망치고 싶어했던 질문도 그것이었다. <201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