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서평을 데스킹 하던 선배는 내용 중에서 궁금한 사항을 물으면서 '서평만 보자면 무슨 미스터리물 같네'라고 했다. 사실 미스터리물은 아닌데 내가 쓴 글을 보니 그렇게 읽히기도 할 것 같다. 이 책의 서평을 보더니 회사 내 한 동료가 이 책 있느냐고 물어왔다. 줄거리를 좍 말해주려다가 이른바 '스포일러'가 되고 싶지는 않아 입을 다물었다. 책을 짧은 분량이라 금새 읽을 수 있고 성인용 미스터리물에 비해 플롯도 단순한 편이다. 개연성이 좀 떨어져 보이는 면이 없진 않지만 나름 긴장감을 가지고 읽어낼 수 있다. 마지막 극적 반전은 실은 중간 이후부터는 대강 예상할 수 있다.
'무단결석' 여고생…알수록 소름돋는 속사정
적당히 속물적인 노처녀 교사가 자신이 맡고 있는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의 무단결석 사건의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을 액자소설 형식으로 담아냈다. 이 시대 청소년들이 자기 자신과 친구들에게 씌우고 있는 외모지상주의, 집단따돌림이라는 복잡미묘하고도 단단한 굴레를 긴장감 넘치는 사건 전개와 생생한 심리묘사로 그려냈다.
우리 반 인터넷 소설가 - 이금이 지음, 이누리 그림/푸른책들 |
적당히 속물적인 노처녀 교사가 자신이 맡고 있는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의 무단결석 사건의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을 액자소설 형식으로 담아냈다. 이 시대 청소년들이 자기 자신과 친구들에게 씌우고 있는 외모지상주의, 집단따돌림이라는 복잡미묘하고도 단단한 굴레를 긴장감 넘치는 사건 전개와 생생한 심리묘사로 그려냈다.
1학년 1학기 중간고사를 얼마 남기지 않은 때에 주인공인 봄이가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학급 아이들은 봄이의 무단결석 이유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 봄이만 남겨두고 해외출장을 갔던 봄이의 엄마는 결석 나흘째가 되던 날 오후 돌아와 학교에 전화를 건다. 봄이 엄마는 “그럴 아이가 아니다”라며 혹시 학교에서 무슨 일, 즉 ‘왕따’ 같은 게 있었던 것은 아닌지 되묻는다. 징징거리는 봄이 엄마와의 소모전이 귀찮아진 담임은 “학교에선 아무 문제가 없다”며 전화를 끊는다.
봄이는 몸집이 엄청나게 크고 뚱뚱하지만 담임이 보기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였다. 오히려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수다를 떠는 모습이 여러 번 보였다. 담임은 의심이 든다. 아이들에게 “너희들 봄이랑 연락하는 거 다 안다”고 다그쳐보지만 정말 모르는 기색이다. 짜증에 휩싸여 교무실로 돌아온 담임의 책상 위에 정체모를 A4용지 묶음이 놓여 있다. 맨 앞장엔 ‘10336’이 찍혀 있다. 1학년 3반 36번이라는 뜻이다. 성적이 우수하고 몸매가 좋아 인기가 높은 주혜나다. ‘수행평가 과제물인가보다’라며 펴보는데 글이 ‘그 애가 사라졌다’로 시작한다. 담임은 봄이에 관한 이야기임을 직감한다. 다음 것은 25번, 그 다음 것은 24번….
반 아이들이 각각 쓴 것으로 보이는 글들은 봄이와 있었던 일들을 쓴 것이다. 담임은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아이들이 털어놓은 이야기에 소름이 돋는다. 그러나 여기서 다시 고개를 드는 의구심. 이 글들은 모두 아이들이 각자 쓴 것일까? 각자 썼다기엔 문체가 너무 일정하다. 한 사람이 쓴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걸 누가 썼을까? 그리고 봄이에 관한 진실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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