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 모두 경쾌하고 발랄하다. 앞서 허풍선이 남작 이야기 책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마찬가지로 입담 좋은 사람이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황당한 얘기를 태연하게 해서 오히려 더 재미를 주는 느낌이다. 달팽이의 옛모습, 뱀의 길이가 길어지고 이빨에 독을 품은 이유, 낙타의 등에 붙은 봉우리에 뭐가 들어있는지 등이 궁금하면 이 책을 한번 보시라. 익살스런 이야기에 빙그레 미소를 짓게될거다.
“호랑이님, 이야기 재미 있으면 살려주세요”
‘옛날 옛적에~’로 시작되는 전래동화 형식을 빌린 창작동화다. 배경은 옛날옛적이고 말하는 호랑이가 등장하는 등 우화적이지만 할머니·할아버지의 구수한 입담 대신 속도감이 있으면서도 톡톡 튀는 발랄한 말투로 풀어냈다.
재미나면 안 잡아먹지 - 강정연 지음, 김정한 그림/비룡소 |
‘옛날 옛적에~’로 시작되는 전래동화 형식을 빌린 창작동화다. 배경은 옛날옛적이고 말하는 호랑이가 등장하는 등 우화적이지만 할머니·할아버지의 구수한 입담 대신 속도감이 있으면서도 톡톡 튀는 발랄한 말투로 풀어냈다.
깊은 산중에 조막만하게 자리잡고 있어 조막마을이라 불리는 마을에 방실이라는 꼬마 소녀가 산다. 늙은 주막집 딸인 방실이는 여간 당차고 씩씩한 게 아니다. 어릴 적부터 장사치 무릎에서 자라서인지 꾀도 많고 이야기도 잘 지어낸다. 그런데 어느날 어머니가 깊은 병에 걸려 자리에 눕는다. 병을 고치려면 봉우리가 세 개인 삼봉산 너머에 있는 의원을 모셔와야 한다. 그런데 삼봉산엔 사람을 한입에 꿀꺽 삼켜버린다는 무서운 호랑이가 살고 있다. 삼봉산을 곧장 건넌다면 닷새면 의원을 모셔올 수 있지만 둘러간다면 한 달은 족히 걸린다.
한시라도 빨리 의원을 모셔오고 싶은 방실이는 몰래 삼봉산으로 향한다. 첫 번째 봉우리에 오르자 어른들 말대로 무시무시한 호랑이가 ‘어흥~’ 소리를 내며 나타났다.
바짝 엎드린 방실이는 꾀를 내려고 애쓴다. “안녕하세요. 호랑이님. 호랑이님은 재미난 이야기 하나만 해주면 누구라도 살려준다면서요?’ 호랑이는 말한다. “어라? 내가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나는 사람을 통째로 꿀꺽하길 좋아한단다.” “말도 안돼요. 세상에 소문이 다 났어요. 천 년에 한 번 날까 말까 한 호랑이님은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한다고요. 소문난 이야기꾼인 제 이야기를 좋아하실 거라고요.” 호랑이는 재미나다는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기로 한다. 어차피 들어보고 재미없으면 요 꼬맹이를 한입에 꿀꺽하면 되니까….
내가 아는 한 선배는 잠자리에서 아이에게 옛날이야기를 자주 들려준다고 한다. 그랬더니 어느날부터 아이가 유치원에서 입담이 좋은 아이로 인기가 높아졌다고 한다. 작가는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이야기를 기본 모티프로 차용해 자유자재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아이와 ‘재미있으면 안 잡아먹지’ 놀이를 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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