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커가면서 활동범위가 커지고, 그만큼 부모의 걱정도 늘어간다. 위험한 일, 장난하는 일, 밥 안먹으려 꾀부리기 등 부모의 눈엔 "~하면 안돼!"라고 말하는 경우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급기야 몇번 말해도 듣지 않으면 "몇번 말해야 듣겠니?"라면서 윽박을 지르는 경우까지 발생한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켠엔 캥긴다. '꼭 '하지마'라고 얘기 해야만 했을까'라는 자책감이다. 요사인 아이가 머리가 굵어지면서 "왜 만날 하지 말라고만 하세요?"라고 살짝 대드는 경우까지 있으니. 지난번에 읽었던 김진경 선생의 <괴물 길들이기>와 전하는 메시지가 맞닿아 있는 작품이다.
신종플루가 유행하자 많은 엄마들이 걱정에 빠졌다. 아이를 아예 집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 엄마들이 많았다.
엄마의 명령 - 사스키아 훌라 지음, 유혜자 옮김, 카르스텐 타이히 그림/개암나무 |
신종플루가 유행하자 많은 엄마들이 걱정에 빠졌다. 아이를 아예 집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 엄마들이 많았다.
그렇지 않아도 위험한 세상에 몹쓸 바이러스까지 돌아다니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엄마들이 아이에게 보내는 관심과 사랑이 지나쳐 아이를 오히려 구속하는 것은 아닌지. 이 책은 부모의 극성스러운 관심과 잔소리보다는 자유로운 놀이가 아이를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을 유쾌한 이야기로 풀어낸다.
엘리의 엄마는 세상이 위험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엘리처럼 어린 여자아이에겐 특히나. 길을 가다가 납치범을 만날 수도 있고, 이웃집 개가 겉모습처럼 성격이 순한지 아닌지도 알 수 없다.
엄마는 엘리가 알레르기를 일으킬까봐 고양이는 쳐다보지도 못하게 하고, 하얀 밀가루·딸기·호두·땅콩도 못먹게 한다. 그래서 엘리는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이 별로 없다.
그런데 엄마에게 고민이 생겼다. 생일선물로 파리 여행 티켓이 들어온 것까지는 좋은데 주말 동안 엘리를 누군가에게 맡겨야 하는 것이다.
외할아버지는 고양이를 기르기 때문에 안되고, 친할머니는 집에 먼지가 많아서 안된다. 고모는 정원에 수영장이 있어서 잘못하면 엘리가 물에 빠져 고생할 수 있다. 외삼촌은 총각이라 아이를 다룰 줄 모른다. 하지만 아빠와 엘리는 외삼촌 집에 가기를 희망한다. 엄마는 공항으로 가기 전 엘리를 외삼촌 집에 데려다 주면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쪽지를 건넨다. 외삼촌이 엘리를 데리고 있는 동안 실수해서는 안되는 '엄마의 명령' 목록이다. '토마토 주지 말 것, 딸기도 주지 말 것' '동물 가까이 가지 말 것' '늦어도 밤 9시에는 재울 것' '아침마다 비타민 줄 것' 등 10가지도 넘는다.
그런데 그날 밤 외삼촌은 실수로 넘어져 다리를 크게 다친다. 외삼촌이 병원에 입원하게 되자 엘리는 외할아버지와 할머니, 고모네 집을 전전하게 되는데 어쩌다보니 엄마의 명령을 하나씩 어긴다.
엘리 걱정 때문에 파리 관광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아빠와 싸우고 돌아온 엄마에게 엘리는 사촌동생과 함께 쓴 쪽지를 하나 건넨다. 엘리가 정말 하고 싶은 것들이 담긴 쪽지였다. <2009.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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