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인 안광복 선생은 독서계, 서평계에서 꽤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분이다. 책에서도 나오는데 독서광이다. 철학을 쉽게 풀어쓴 책들이 여러권 저서로 있다. '인생론'류의 제목을 달고 나오는 책에 대해선 선입견이 있는 편이었는데 지은이가 먼저 수줍은 자신의 과거를 먼저 내보이고 이것을 성찰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책으로 읽을때는 쉬워보이지만 아직 이제 마흔이 되는 사람이 이처럼 솔직하게 얘기를 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얘들아, 나도 10대 시절엔 이렇게 지냈어!
표지에 등장한, 벽에 바짝 붙어 있는 청개구리 사진이 이 책의 독자가 될 열일곱 살 청소년들의 처지를 암시하는 듯하다. 움츠린 청개구리는 힘찬 도약을 준비하고 있을 수도, 중력을 못이겨 주르르 미끄러져 내릴 수도 있다. 인생을 살다보면 '질풍노도의 시기'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되긴 하지만 유독 10대 중후반은 왜 그토록 힘이 드는건지…. 고등학교 철학 교사로 10년 넘게 청소년들과 부대껴온 저자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힘들어하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풀리지 않는 고민으로 끙끙대며 가슴앓이를 했던 시절을 떠올렸다. 나이가 들면서 대충 덮어 버렸던 열일곱 살의 기억들 말이다.
열일곱 살의 인생론 - 안광복 지음/사계절출판사 |
돈, 짝사랑, 열등감, 인생의 의미, 성적, 적성, 중독, 관계, 성욕, 죽음…. 저자는 돈을 둘러싸고 어른들이 보여주는 추악한 모습에 질려 돈과 물건을 일부러 잃어버렸던 바람에 별명이 '칠칠이 사십구'였던 일이며, 가슴을 뛰게 하는 여학생을 멀리서 바라보지만 한번도 눈을 마주치지 못했던 기억, 성적이 좋은 아이들로 구성되는 보충학습반에 들지 못했을 때 느꼈던 질투와 시기, 아버지가 할아버지 무덤 앞에서 하염없이 우는 모습을 보면서 떠올린 죽음의 기억, 심각한 말더듬이 때문에 좌절했던 일 등 자신의 어린 시절 일화들을 일일이 끄집어 냈다.
그가 청소년이었던 시절로부터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의 청소년들 역시 이런 고민거리들을 안고 살아가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 문제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인생 자체를 구성하는 요소들이자 철학자들이 고민하는 문제에 다름아니다.
청소년들을 차분한 사색에 잠기게 하는 진솔한 에세이에 담긴 일관된 메시지는 자기 자신에 대한 직시와 자기애·자존감이다. "진정한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 마음의 상처를 보듬는 일이 가장 중요"하며, "돈만 많으면, 좋은 대학만 가면, 출세만 하면 나는 진짜로 행복해지는 것인지" 질문을 던져보라는 것이다. 열일곱 살 소년·소녀는 물론이요, 이들을 자녀로 두고 있는 부모들에게도 유용한 가르침이 아닐 수 없다. <20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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