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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_2019/미국은 대륙이더라

"나비야, 나비야", 노스캐롤라이나 자연과학 박물관, 랄리(Raleigh) NC

우리 가족이 1년간 머물렀던 채플힐(Chapel Hill)이라는 곳은 미국 대륙 동쪽 대서양 연안에 접해 있고 남북으로는 중간쯤에 있는 노스캐롤라이나에 자리잡고 있다. 유명한 사립대 듀크대(Duke University)와 미국 역사상 최초로 공립대 설립인가를 받은(실제 설립은 다른 주립대에 뺏기는 바람에 설립은 두번째인)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University of North Carolina at Chapel Hill)가 자리잡은 자그마한 마을로서 '시골'이라고 해도 토를 달 수 없을 정도였다. 사실 대학 빼곤 별게 없는데 오히려 이런 점이 연수생 가족 입장에선 주거나 교육면에서 장점으로 작용한다. 대학이 있고 교육수준이 높다보니 인구가 적은데도 각종 공연장 시설이라든지 공연되는 작품의 수준, 도서관과 박물관 등 문화적 인프라가 높은 점도 매력적이었다.


채플힐에서 고속도로로 40~50분 거리에 있는 랄리(Raleigh)는 노스캐롤라이나의 주도다. 사실 노스캐롤라이나로 연수를 가기 전 노스캐롤라이나라는 주는 이름을 들어보긴 했으나 귀에 익지 않았고, 랄리라는 도시의 이름도 생소했다. 랄리는 영국의 식민주의자 귀족으로서 군인이자, 정치가, 시인이었던 월터 랄리 경(Sir Walter Raleigh·1554?~1618)의 이름을 따랐다고 한다. 랄리 장군은 노스캐롤라이나 동쪽 대서양 연안의 로아노케 열도에 영국인들이 건설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라져버려 전설이 된 '로아노케 식민지(Roanoke Colony)'의 후원자이기도 하다. (사라진 로아노케 식민지에 관한 전설은 지금도 지명이 로아노케로 불리는 지역에 있는 랄리 요새(Fort Raleigh) 유적지에 가면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다. 로아노케 식민지에 관한 위키피디아 기사 링크)


랄리가 주도라곤 하지만 한국의 서울에 비하면 아담한 규모다. 중심지에 주정부 청사와 주의회 등 공공건물이 자리잡고 있고, 바로 인근에 자연과학 박물관이 있다. 채플힐이나 랄리, 더램(Durham), 케리(Cary) 등 채플힐 인근 지역으로 연수를 간 한국인들이 정착하고 나서 몇주 지나면 순례코스처럼 방문하는 곳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자연과학 박물관이기도 하다. 무료로 관람을 할 수 있는데 주립 박물관인만큼 건물 규모나 전시물의 수준이 꽤 높고 짜임새 있다. 미국 박물관의 단골 전시물인 공룡 화석은 물론이요 다양한 동물들의 진화과정이나 생태를 감상할 수 있다. 우리 가족이 몇번 방문했을 적마다 인상 깊었던 것은 살아있는 나비들을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는 전시실이었다.













고온다습하고 다육식물들이 심어진 전시실에 들어서면 여러 나비의 모양과 이름을 설명한 코팅된 팸플릿을 나눠주어 대조하며 감상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우아하게 비행하는 나비들을 보면서 잠시 영화 <아바타>의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가져보기도 했다.


곤충 생태관에서 곤충이 돼 본 아들.





다음은 공룡 화석들. 이제 공룡 화석은 제아무리 큰 걸 봐도 별로 놀랍지 않을 것 같다. 나중에 소개하겠지만 미국 서부의 '국립 공룡 유적지(Dinosaur National Monument)'라는 공룡 화석계의 '끝판왕'까지 보고 났더니 더욱 그렇다.









이 박물관에서 인상깊었던 다른 한가지는 실제로 연구원들이 사용하는 동물 표본 자료실을 시간을 정해 일반 관람객들에게도 공개한다는 점이다. 각종 포유류의 가죽에서부터 크고 작은 동물 뼈들이 서랍에 차곡차곡 정리돼 있는데 자유롭게 열어보고 만져볼 수 있다. 모조품 또는 복제품이 아니라 채집된 날짜와 채집한 사람, 장소가 명기돼 있는 실물들이었다. 전시품의 양도 많고 폭도 넓어서 조개껍질에서부터 거대한 포유류까지 구색을 갖추고 있다.




사전에 시간을 맞춰서 가기만 하면 포유류, 파충류, 양서류 등 각종 살아있는 동물들을 만저보고 설명을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