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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_2019/미국은 대륙이더라

메이시스 퍼레이드(Macy's Parade), 뉴욕-1

몇년 사이 크게 유행한 단어 가운데 하나가 '해외직구(직접구입)', '블플(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 같은 것들이다. 나는 적게 버는 대신 적게 쓰자는 생활관(?) 때문에 평소 쇼핑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지라 작년 미국에 가서야 이 말을 처음 들었는데 돌아와보니 열풍은 열풍인 모양이다.


작년 이맘때 미국에 머무를 때 단기연수를 온 한국인, 특히 부인들은 흥분에 휩싸였다. 그 유명한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들어보니 확실히 싸긴 쌌다. 2000달러 정도 하는 54인치(60인치였나?) 텔레비전을 1000달러에 판다거나, 역시 수천달러 하는 침대나 쇼파 등등을 반값 도는 그 이하에 판다고들 했다. 할인 쿠폰을 가져가거나 선착순 세일에 들어가기만 하면 반값 이하로도 고가의 물건을 손에 넣을 수 있으니 열광할만 했다. 고가품뿐 아니라 옷가게도 세일을 하고 온통 작심한듯 세일을 해대니 미국인들도 세간살이 바꿀 땐 추수감사절 세일을 기다려서 산다고 했다. 틈만 나면 여행을 떠나던 가족들도 우리가 추수감사절 연휴기간에 뉴욕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하면 "블랙 프라이데이 쇼핑 안하고?"라고 물을 정도였다.


여하튼 우리 가족은 '블플'을 외면하고 뉴욕으로 향했다. 여행에서 다녀왔을 때 아내가 사람들로부터 "어떤건 원래 얼마짜린데 얼마에 샀대. 어떤건 얼마짜린데 얼마에 샀대"라고 얘기하긴 했지만 어차피 우린 꼭 사야할 물건도 없었고, 살 돈도 없었다.


이렇게 '블플'을 포기하고 떠났던 뉴욕 여행은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웠지만 오고 가는 과정은 고통스러웠다. 우리가 추석과 설 명절에 '민족의 대이동'을 하는데 미국은 추수감사절이 바로 '민족의 대이동' 기간이다. 특히 미국 대학은 겨울방학이 1~2주에 불과해 사실상 겨울방학이 없기 때문에 집 떠나와 타지의 대학을 다니는 대학생들이 추수감사절에 고향 집을 찾는다고 한다. 대학생뿐 아니라 서로 떨어져 사는 가족들이 추수감사절 연휴에 한자리에 모이이 때문에 육상과 항공 교통을 이용한 이동객이 1년중 가장 많은 시기다.


내가 살던 곳에서 뉴욕까지 자동차로 가려면 구글맵이나 내비게이션 계산으로 9시간 남짓 걸리는데 실제로는 13시간 가까이 걸렸다. 오고가는 길 모두에서였다. 워싱턴~뉴욕 구간은 최악이었다.


추수감사절 기간에 뉴욕을 방문하면서 덤을 하나 얻었다. 바로 메이시스(Macy's) 백화점이 주최하는 퍼레이드를 보게된 것이다. 1924년 처음 시작된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의 추수감사절 퍼레이드는 디트로이트의 추수감사절 퍼레이드에 이어 두번째로 역사가 긴 퍼레이드라고 한다. 퍼레이드는 센트럴파크 쪽에서 시작해 메이시스 백화점 앞에서 끝난다. 다양한 만화, 동화 캐릭터 풍선이 등장하고 브라스밴드, 가장행렬, 기수, 기마경찰 등 다양한 볼거리가 펼쳐진다.


(미국을 여행하면서 적잖게 사진을 찍긴 했는데 블로그에 올리거나 다른 사람에게 소개할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그러다보니 풍경보다는 인물사진 위주로 사진을 찍었다. 이제와 기록 차원에서 정리하다보니 풍경사진이 그리 많지 않아 아쉽기도 하다.)





험난했던 뉴욕 가는 길. 도로는 막히고 눈비는 내리고. 날은 춥고.




퍼레이드가 지나는 경로로 가는 길에 다양한 캐릭터 분장을 한 사람들이 서 있다. 트랜스포머, 스파이더맨, 디스패커블 미에 내오는 노란 꼬마 캐릭터(이름이 뭐였더라?), 슈퍼맨 등 다양하다. 아들이 고른 건 트랜스포머. 해맑게 웃으며 포즈를 취한 아이 사진을 찍고 서둘러 이동하려는데 분장을 한 사람들이 "헤이, 헤이"하며 붙잡는다. 그러곤 '팁(Tip)'이라고 쓰인 조그만 주머니를 내민다. 아뿔싸! 공짜가 아니었던 것이다. 뉴저지에 사시는 지인은 나중에 그 얘길 듣더니 미리 그 얘길 해준다는걸 깜빡했더니 역시나 당했다고 웃었다. 자기들도 처음에 갔을 때 꼼짝없이 당했다면서.


다음은 퍼레이드 사진 연속이다.




지금은 50킬로그램이 넘는, 당시엔 40킬로그램 후반대였던 아들 녀석을 어깨에 저렇게 올려놓고 봤더니 다리가 후덜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