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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구워진 글

[리뷰]전자책 단말기 4종 '비스킷·SNE-60K·스토리·페이지 원' 비교체험

전자책 단말기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전자책은 예전부터 있어왔지만 애플이 아이폰에 이어 아이패드란 걸 출시하면서 기사들이 왕창 쏟아져 나왔다. 마치 전자책 세상이 열린 것처럼 말이다. 이런 현상이 전자책 분야에 대해 국내 IT업계가 엄청나게 바람을 불어넣었기 때문으로 보였다. 실제 IT업계는 '책'이라는 것에 대해선 문외한이다. 그럼에도 이제 세상이 완전히 바뀐 것처럼 들뜨게 만들었다. 실제 전자책으로의 이행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고, 우여곡절도 많을 것이다. 여하튼 사람들이 전자책, 전자책 하길래 실제 전자책 단말기를 한번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트북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익숙한 사람은 처음 전자책을 받아들면 당황할 것이다. 상당히 클래식하고 아날로그틱한 기기라는 느낌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읽기에 있어서는 진짜 종이와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로 눈의 피로가 덜했다. 후배와 함께 나눠서 기사를 썼다.

그나저나 26일에 문화부가 전자출판 육성방안에 대해 기자회견을 한다고 한다. 나올 내용들은 대충 짐작이 간다. 이 자리에 아는 출판사 대표들 몇몇이 나올 모양이다. 그분들 얼굴이나 보러 가는셈 쳐야겠다.

전자책, 가독성은 모두 양호, 쪽넘김 속도·디자인서 차이
책은 내용이 중요하지만, 표지·서체·무게·종이의 질 등 형식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각 인터넷 서점과 전자제품 회사들이 손잡고 앞다퉈 내놓고 있는 전자책 단말기는 ‘형식’에 해당한다.
전자책 단말기 시장이 열리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지만 아직은 얼리 어답터들의 전유물이다.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전자책 단말기 중 대표적인 4종(인터파크·LG의 ‘비스킷’, 교보문고·삼성전자의 ‘SNE-60K’, 아이리버의 ‘스토리’, 넥스트 파피루스의 ‘페이지 원’)을 체험해 봤다. 큰 틀에선 비슷하게 보이는 단말기이지만 막상 다뤄보니 세부에선 조금씩 달랐다.
가독성 자체는 네가지 기기 모두 양호했다. 오랫동안 보면 눈이 피로해지는 노트북 화면과는 크게 달랐다. 멀리서 보면 전자책이 아니라, 단말기 위에 글자가 쓰여진 종이를 붙여놓은 듯했다. 그러나 기종이나 콘텐츠에 따라 앞 페이지의 잔상이 남는 경우도 있었다.
가독성이 비슷하다면 관건은 디자인, 휴대성, 버튼 조작 편의성, 페이지 넘김 속도, 부가기능 등에 달렸다. 디자인은 아이리버 스토리와 인터파크 비스킷이 우수했다. 아이리버 스토리는 같은 회사의 MP3 플레이어를 확대한 듯 깔끔한 디자인이 돋보였다. 버튼 디자인도 세련됐고 두께도 얇다. 인터파크 비스킷은 버튼 부위가 어지러운 느낌이긴 하지만, 전체 미관을 해칠 정도는 아니다. SNE-60K는 다른 제품에 비해 두껍고 투박했다. 페이지 넘김 버튼 2개를 제외한 나머지 버튼은 슬라이드 방식으로 감췄는데, 슬라이드 내부의 디자인도 깔끔하다고 할 수 없다. 페이지 넘김 버튼이 양쪽으로 멀찍이 떨어져 있어, 한 손으로 들고 읽을 수 없다. 게다가 무게도 무거웠다. 페이지 원은 유일하게 검은색이다. 전자책 단말기라기보다는 작은 액자 같은 느낌이다. 전면에 나온 버튼은 5개로 최소화했다.
페이지 넘김 속도는 SNE-60K와 비스킷이 우수했다. 두 제품 모두 글은 1.5초, 이미지는 2초가량 걸렸다. 페이지 원은 1.7초가량이었다. 스토리는 빽빽한 글은 2~3초, 지도같이 상세한 이미지는 10초가 걸렸다. 페이지가 넘어가는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버튼이 눌러지지 않은 것으로 착각해 한 번 더 눌렀다가 두 페이지가 한꺼번에 넘어가기 일쑤였다.
SNE-60K만 터치 스크린 방식이며, 나머지 제품은 키보드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세대는 자꾸만 화면에 손을 대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터치 스크린의 감도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제공된 펜으로 강하게 눌러야 작동되며, 손가락엔 반응하지 않는다.
비스킷과 SNE-60K는 모두 무선통신이 가능한데 비스킷은 LG텔레콤과 연계해 3G망을, SNE-60K는 Wi-fi를 사용한다. 두 제품 모두 신문을 구독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통신 속도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스토리와 페이지 원은 무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으며 USB케이블로 컴퓨터와 연결해야만 데이터를 내려받을 수 있다.
종이책의 장점은 마음대로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하고, 페이지를 접을 수 있다는 것이다. SNE-60K는 글 위에 직접 줄을 긋거나 메모를 할 수 있다. 터치 스크린의 장점을 이용한 결과다. 비스킷도 밑줄을 그을 수 있지만 키보드를 이용해 커서를 원하는 곳까지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움직이는 속도가 느려 답답하다. 스토리에도 메모 기능이 있으나, 특정 페이지에 체크할 수는 없어 독서와는 무관하다. SNE-60K와 비스킷에는 다른 단말기에 없는 ‘읽어주기’ 기능이 있다. 남자 혹은 여자 목소리로 책을 읽어준다. 읽기 속도도 조절할 수 있다. 어떤 책이든 오디오북으로 만들어 들을 수 있다. 백승찬 기자
흑백 e잉크 방식…‘책 읽기’외 기능 일부러 배제
전자책 단말기는 노트북이 아니다. 휴대전화도 아니다. 책을 위한 새로운 전자기기이다. 그러다보니 처음 쓰는 사람들은 꽤 생소함을 느끼게 된다. 인터파크 비스킷 사업부 오종혁 과장의 도움을 받아 전자책 단말기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 전자책 단말기 화면은 왜 흑백모드밖에 없나?
“전자책 단말기는 보통 e잉크 방식의 전자종이 기술을 탑재하고 있다. 노트북이나 휴대전화에 장착되는 LCD나 LED 등의 화면은 자체로 발광하기 때문에 전력소모나 빛에 의한 눈의 피로도가 높다. 반면 e잉크는 오랜시간 집중을 해도 눈이 피로하지 않다. 또한 e잉크는 종이에 인쇄한 듯 시야 각도와 관계 없이 글씨가 또렷하게 보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전자책 단말기가 e잉크를 사용하고 있다. e잉크는 현재 흑백만 상용화돼 있다. 컬러 기술을 개발 연구 중에 있으나 아직 상용화 및 양산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 실용화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페이지 넘어가는 속도가 느린 이유는?
“e잉크는 흑색·백색 입자가 화면에 달라 붙은 정도의 차이로 화면을 구현한다. 페이지가 넘어간다는 것은 입자를 다시 배치하는 것이므로 페이지 리프레시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시간이 좀 걸린다.”
- 단말기에 인터넷 검색 등의 기능을 추가할 수도 있지 않나?
“물론 추가할 수 있다. 다만 e잉크의 특성상 화면 리프레시나 별도의 유저인터페이스 개발 등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전자책 단말기는 ‘읽기’를 위한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기기로서 가장 큰 가치는 결국 집중과 몰입이다.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그 무엇에도 방해받지 않고 정말 제대로 몰입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멀티 태스킹과 집중을 방해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전자책 단말기는 책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최적화된 기능을 구현하고 있다.”
- 전자책 콘텐츠는 한번 사면 여러 단말기에서 무제한 사용할 수 있나?
“콘텐츠를 구매하면 개인이 등록한 단말기에서는 영구히 내려 받을 수 있다. 단말기 사용 환경에 따라서 파일이 삭제되거나 삭제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필요에 의하여 나중에 다시 내려받을 수 있다.”
- 미국의 유명 단말기인 아마존 킨들과 국산 단말기는 기능과 작동원리 상에서 차이가 있나?
“거의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e잉크를 지원하는 단말기는 그 원리나 구조가 대동소이하다.”
신간 등 콘텐츠 빈곤, 가수 없는 공연장 꼴
출판사-유통업자 신뢰 부족 탓 “새 DRM 개발 착수…내달 출시”
“음악을 예로 들자면 성급한 기획사가 공연장을 대관해 놓고 가수 섭외가 되지 않은 꼴이다.” 전자책 관련 사정에 밝은 한 출판사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아이리버 등 유수의 전자기기 업체들이 인터넷 서점과 손잡거나 단독으로 전자책 전용 단말기들을 속속 내놓고 있지만 정작 독자들이 읽을 만한 전자책 콘텐츠가 빈곤한 현실을 빗댄 것이다.
현재 대형 인터넷 서점들의 전자책 보유 현황은 외형으로 보면 적지 않다. 교보문고는 6만8000여종, 인터파크는 2만5000여종의 전자책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새로 올라오는 전자책 콘텐츠도 한 달에 1000여종 안팎이다.
문제는 이미 확보된 전자책 콘텐츠의 양은 많지만 대부분 출간된 지 한참 된 것들이거나 장르문학, 자기계발 등 분야가 편중돼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현상은 콘텐츠 공급자인 출판사들의 소극성에 기인한다. 콘텐츠 공급자(출판사)와 유통업자(서점) 사이에 신뢰할 만한 기반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전자적 유통 방식이 정착된 음악을 예로 들면 소비자가 음악 한 곡 또는 음반 한 장을 인터넷에서 구매하면 유통사와 음원 공급자가 수익을 배분한다. 여기서는 특정 음반이 몇 번이나 다운로드됐는지, 다시 말해 사용자들이 몇 번 구매했는지가 관건이다. 음원 데이터가 해킹돼 무단사용되지 않으리라는 전제조건도 필요하다. 이런 것을 통틀어 ‘디지털 권리 관리(DRM)’라고 한다. 이것은 전자책도 마찬가지다. 종이책은 물리적 실체가 있으므로 몇 권이 팔렸는지 금세 확인이 가능하고 불법복제도 비교적 쉽게 잡아낼 수 있다.
그러나 전자책은 말 그대로 전자적 데이터이므로 이런 과정에 대해 한층 신뢰할 만한 장치가 필요하다. 현재 각 인터넷 서점들이 독자적인 DRM을 채택하고 있지만 출판사들은 이것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전자책 콘텐츠를 공동으로 관리하기 위해 출판계가 만든 전자책 데이터 관리업체인 ‘한국출판콘텐츠(KPC)’가 새로운 DRM 개발에 착수했다. KPC 관계자는 “새 DRM을 적용해 5월 중 출시할 수 있는 콘텐츠가 2000종가량 된다”면서 “여러 출판사들이 베스트셀러를 비롯해 상징성이 있는 책들을 전자책으로 내놓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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