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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책동네 산책]권력자만 모르는 '억압의 역설' 7~8년 전쯤이다. 외부필자들이 쓰는 '민주화운동 실록' 연재물의 진행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민주화운동 역사를 정리하는 것이므로 옛날 자료들을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진자료 찾는게 항상 큰 일이었는데 이 때문에 우리 회사 자료실을 자주 들락거려야 했다. 2000년대 이전의 사진들은 인화가 되서 주제별로 캐비넷에 들어 있었다. 이제는 상당히 고전적인 모습이 돼버렸지만 흑백의 사진들을 한장씩 넘겨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런데 그런 사진들을 넘겨다보면 말로만 듣던 '보도지침'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군대를 다녀온 남성들은 알겠지만 일명 '구리스펜'으로 불리는 빨간색 색연필로 사진 위, 또는 뒷면에 사진이 신문에 실릴 당시 제작과 관련한 내용이 적혀 있는 사진들이 많았다. 그런데 정확한.. 더보기
[리뷰]정치신학 리뷰 기사로 지면에 소개할 책을 고를 때 내가 원칙 아닌 원칙처럼 삼고 있는 것이 몇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내가 이해(소화)하지 못하는 책은 크게 다루지 않는다'이다. 나는 책에 대한 기사뿐 아니라 모든 기사가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기자가 소화하지 못하는 내용을 기사로 쓰는 것은 독자에게 정직하지 못한 짓이다. 물론 기자로 일하다보면 까다롭고 어려운 주제의 기사거리를 기사로 소화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경우에도 전문가의 설명을 듣든, 참고자료를 읽든 최대한 사안을 파악해야만 기사다운 기사를 쓸 수 있다. 저자가 학술적으로 매우 유명하거나 책 자체가 널리 알려진 고전일 경우 기자 이전에 독자의 한명으로서 호기심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지적 허영이라는게 무시 못할 인간의 욕망이니까. 그런데 출.. 더보기
[기획회의 여는 글]가을 단상 점점 주제넘은 짓을 하는 빈도가 늘어나는 것 같다. 작년 가을쯤이었다. 계간지 '창비'에 실을 서평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솔직히 속으로 기뻤다. 좀 흥분도 했던 것 같다. 작은 서평글이긴 하지만 계간지 창비에 내 글이 실린다는 것은 영광스러워할만한 일이니까. 그 이후로 길고 짧은 글들을 써달라는 청탁을 간간이 받았고 그렇게 쓴 글들을 이곳에 갈무리 해두기도 했다. '기획회의'는 내가 출판을 담당하고 나서 알게된 잡지다. 출판계 동향과 이슈를 잘 정리해서 빠르게 전달하는 잡지라서 많은 출판계 분들이 참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나도 기획회의에 실린 기사를 우리 지면에 소개한 적이 몇번 있고, 기획회의에서 청탁한 원고를 쓴 적도 한번인가, 두번인가 있다. 그런데 이번엔 여는 글을 써달라기에 무척이나.. 더보기
[리뷰]맛있는 식품법 혁명 예전에 책동네 산책을 쓰면서 "왜 우리는 청바지 한 벌에 숨어 있는 저개발국 목화 노동자들의 착취당한 노동, 환경파괴, 다국적 기업의 위선을 폭로한 탐사물은 흥미롭게 읽으면서 용산참사가 왜 벌어졌고, 당시 현장에서 정확히 어떤 일들이 생겼는지를 밝힌 책은 외면하는 것일까"라고 투덜댄 적이 있다.([책동네 산책]르포물 '가뭄'에 가물가물해지는 우리의 기억) 그 글에서 '제3세계 인신매매에서부터 다국적 기업의 착취구조까지, 나치와 2차 세계대전에서부터 이라크전까지' 일주일이 멀다하고 번역물이 소개된다고 말했다. 그런 종료의 책들은 현장성이 살아있기에 대체로 흥미를 끈다. 나도 그런 책들을 여러권 소개했다. 한국 출판계가 이런 시도를 안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국내 저작 가운데는 제대로 된 르포물, 탐사물을 보.. 더보기
[흐름]'정의란 무엇인가'에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로... 햇병아리 기자 시절 지금의 나보다 연조가 더 높았던 어떤 선배가 말했다. "낙엽이 하나 떨어졌을 때 '가을이 다가왔다'고 쓰는게 기사지,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가을이 왔다'고 쓰는건 기사가 아니다"라고. 남보다 한발 앞서서 흐름을 감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였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이 말에는 의미가 하나 더 숨겨져 있는 것 같다. 흐름을 앞서서 잡아낸다는 것은 달리 보면 흐름을 만들어낸다는 뜻이기도 하다는 얘기다. 어떤 분이 패션에 관한 기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다. 봄에 하는 패션쇼인데 사진을 설명하면서 '모델들이 올가을 유행할 ○○○를 선보이고 있다'고 쓰는건 코미디 아니냐는 것이었다. 유행이라는 말은 많은 사람들이 선택함으로써 하나의 현상이 된다는 뜻인데, 아직 시점이 돌아오지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