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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책동네산책

쏟아지는 노무현 서적 '제대로' 된 책은 몇권이나 될까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그에 관한 책들이 끊이지 않는다. 인터넷 서점에서 '노무현'을 키워드로 검색했더니 서거 이후 두달 동안 나온 것만 25권이다.

 노 전 대통령을 다룬 책들을 분류해 보자면 참여정부가 대중을 상대로 출간했던 책들을 표지와 제목만 바꾸거나, 내용을 약간 보탠 책들이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었다. 참여정부 청와대 비서실이나 국정홍보처가 청와대 브리핑이나 국정브리핑에 올렸던 글들을 다듬은 원래 제목에는 '참여정부'가 포함돼 있었지만 새 옷으로 갈아 입으면서 거의 예외없이 '노무현'이란 이름이 추가됐다. 그의 재임기간엔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거나 폄훼됐던 책들을 독자들에게 새롭게 선보이려는 노력이라고 하지만 내용이 별로 바뀌지도 않은 책을 쇄를 달리하거나 개정판으로 내지 않고 신간으로 내는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어 장례기간에 발표된 각계각층의 추도사를 모은 책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언론이나 인터넷에 게재됐던 추도문이나 추도시, 칼럼 등을 모으고 필자들에게 동의만 구하면 되므로 책을 기획하고 제작하는데 그리 큰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그의 인생역정과 정치인생을 소재로 한 만화책, 동화책, 위인전, 소설이 나왔다. 스토리의 뼈대는 익히 아는 대로 시골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을 씩씩하게 보내고, 고생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했지만 인권 변호사의 길을 선택하고…로 이어진다.

 다음 단계로 노 전 대통령과의 일화를 회고한 책, 생전에 그를 상대로 한 인터뷰집 등이 나오기 시작했다. 시민분향소 주변 덕수궁 돌담에 시민들이 붙였던 추모사 쪽지를 모은 책도 나왔고 추모시집도 여러권이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억누르지 못할 추모의 염을 표현하기 위해 아예 출판사를 새로 차린 저자도 보인다. 물론 노무현 추모 정서에 편승해 '한 탕' 해보자는 심보가 보이는 책들도 빠질 수 없다.

 전직 대통령이라는 저명성, 도전과 실패를 거듭했던 그의 이력과 비극적인 죽음, '노사모' 혹은 '노빠'로 지칭되는 열렬한 지지층의 존재, 뜨거웠던 추모열기 등을 감안하면 이런 현상은 당연하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초고속' 스피드로 기획·제작돼 쌓여가는 노무현 관련 책들을 보면 정치적 입장을 떠나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보통 한권의 책이 기획단계에서 실제 책으로 나오기까지 짧게 잡아도 서너달은 걸린다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워낙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었고, 독자들은 그에 대해 '읽을 무언가'를 원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나온 책들은 너무 빠르다.

 이처럼 급하게 제작된 책들이 서가를 채우고 나면 좀더 신중하게 품을 들이느라 시간이 걸린 책들이 발붙일 곳이 좁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의 뜻을 계승해도 '제대로' 계승한, 비판을 해도 '제대로' 비판한 책들 말이다. 노무현 관련 책 홍수 사태를 지켜보던 어느 출판사 편집장은 "조만간 돌아가실 유명한 양반들의 리스트를 쭉 뽑아놓고 준비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 소리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시류에 편승한 한탕주의를 비꼰 말이었지만 차라리 그렇게라도 하는 게 독자들에 대한 예의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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