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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책동네산책

'대중속으로' 대학 출판부의 변화를 지지한다 출판인들은 종종 "종이에 잉크만 바른다고 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치밀한 기획과 꼼꼼한 편집, 글의 성격에 맞는 디자인과 독자를 끌어내는 마케팅 등을 강조할 때 동원되는 말이다. 웬만한 대학이면 갖고 있는 출판부들이 과거 펴낸 책 가운데는 이런 부류에 속하는 것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에도 개인적으로 대학 출판부들이 펴낸 책들을 보면서 '원고는 둘째치고 참 읽기 싫게 만들어졌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던 적이 여러 번이다. 과거 대학 출판부들은 해마다 신학기가 되면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배울 교재를 사기 위해 찾아오므로 굳이 독자를 찾아갈 필요가 없었고, '교수님'들이야 원래부터 어려운 말 쓰기 좋아하는 분들이니 가져온 원고를 그냥 책으로 내주면 그걸로 끝이었다. 하기사 2~3년마다 교체되.. 더보기
여전히 목마른 문맹의 씨앗들 남미 콜롬비아에는 ‘당나귀 도서관’이란 게 있다. 소리아노란 이름의 사내가 당나귀 두 마리에 책을 가득 싣고 평소에 책을 접할 수 없는 산골 오지 마을 어린이들을 찾아 다닌다. 비가 와서 책이 젖을까 마음을 졸이고 가끔 게릴라나 강도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소리아노는 산길을 헉헉대며 올라간다. 가난하게 자랐던 그는 지금도 가난하지만 가난이 대물림되는 것을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막아보려고 10년째 홀로 이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텔레비전에 방영됐던 내용이다. 민간과 지자체가 협력해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무상으로 선물하고 지역의 도서관이나 보건소에서 그림책을 읽어주는 ‘북스타트’ 운동은 규모와 방식은 다르지만 본질에 있어선 당나귀 도서관과 다르지 않다. 신종플루 때문에 무기한 연기되긴 했지만 북.. 더보기
편집자 육성은 좋은 책 만들기의 첫걸음 "어! 이 분 돌아오셨대요?" 출판사에서 언론사에 보내는 홍보용 신간도서를 배달하러 온 분이 책상 위에 놓인 책의 표지를 보더니 물었다. 그의 눈길을 끈 것은 '책 만드는 사람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란 부제를 달고 있는 였다. 저자는 2년 전 미국 유학을 떠났던 휴머니스트 출판그룹의 김학원 대표이사다. 김 대표는 1990년대에 출판계에 등장해 여러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며 많은 흥행작을 만들었고 2001년 휴머니스트를 창업, 탄탄한 인문학 출판사로 키운 인물이기에 김 대표가 귀국했다는 소식은 책을 배달하는 그에게 뉴스였던 모양이다. 김 대표는 90년대 중반부터 한겨레신문 부설 문화센터, 한국출판인회의 부설 서울출판학교 등에서 출판기획 및 편집에 대해 오랫동안 강의를 해왔기 때문에 출판계엔 그의 '제.. 더보기
온 길보다 갈 길이 더 먼 전자책 시장 최근 국산 전자책 단말기 'SNE-50K'가 첫선을 보였다. 국내 최대기업인 삼성전자와 대형서점의 대명사 교보문고가 손을 잡고 전자책 단말기 개발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부터 알려져 있었기에 출판계와 독자들의 관심이 적지 않았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출시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1차 제작분이 이미 소진돼 2차 제작분을 판매하고 있으며 현재 3차 제작에 들어갔다고 한다. 얼마전 이 물건을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다녀왔다. '삼성스러운' 사무적이고 깔끔한 디자인, 조그만 화면에 전자잉크로 출력된 활자들의 부드러움이 인상적이었다. 눈깜빡할 사이에 페이지가 이동하는 인터넷에 익숙해선지 페이지가 넘어갈 때마다 걸리는 시간은 답답하다는 느낌을 줬다. 미국에서 '킨들'이라는 전자책 단말기가 선풍적인 인.. 더보기
쏟아지는 노무현 서적 '제대로' 된 책은 몇권이나 될까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그에 관한 책들이 끊이지 않는다. 인터넷 서점에서 '노무현'을 키워드로 검색했더니 서거 이후 두달 동안 나온 것만 25권이다. 노 전 대통령을 다룬 책들을 분류해 보자면 참여정부가 대중을 상대로 출간했던 책들을 표지와 제목만 바꾸거나, 내용을 약간 보탠 책들이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었다. 참여정부 청와대 비서실이나 국정홍보처가 청와대 브리핑이나 국정브리핑에 올렸던 글들을 다듬은 원래 제목에는 '참여정부'가 포함돼 있었지만 새 옷으로 갈아 입으면서 거의 예외없이 '노무현'이란 이름이 추가됐다. 그의 재임기간엔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거나 폄훼됐던 책들을 독자들에게 새롭게 선보이려는 노력이라고 하지만 내용이 별로 바뀌지도 않은 책을 쇄를 달리하거나 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