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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서평>선우야 바람 보러 가자, 고등어를 금하노라 팍팍한 생활 한숨을 돌리게 하는, 한편으로는 무한한 부러움을 자아내는 책들이다. 두권의 책은 출판사도 다르고 저자도 당연히 다르지만 마치 짝을 이룬 것 같다. 한 가족은 도시에서, 다른 한 가족은 첩첩 산중 자연에서 사는 '다른 삶'을 보여주고 있다. 도시에 살면서 점차 좀비가 되어가는 악몽에 지쳐 이제 탈출하고 싶다고 외치는 사람들에게 난이도가 서로 다른 생활방식을 제시해 주는 것 같다. 보통 이런 종류의 책들을 보면 너무 계몽적이라거나 훈계조여서, 혹은 너무 행복에 겨운 모습을 자랑하는 것에 샘이 나서 거부감이 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 두책은 그런 느낌보다는 솔직히 부럽다는 생각이 앞섰다. 요새 내 삶이 너무도 팍팍해져 있나보다. 선우야, 바람 보러 가자 - 이경옥.이종국 지음/랜덤하우스코리아 고등어를.. 더보기
투사 백기완, 욕쟁이 백기완, 울보 백기완 추석 직전에 백기완 선생의 자서전이 나왔다며 출판사에서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고 연락이 왔다. 아~ 백기완. 내가 백기완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본 것은 중학생 때였다. 1987년 대선이 있던 해에 나는 깡촌에 살고 있었는데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자 학교 앞 담벼락에 선거 포스터들이 붙었다. 산골마을에 사는 중학생에게 선거는 그리 큰 관심사가 아니었지만 각자 자신이 지을 수 있는 최대한의 호감가는 표정을 짓고 있는 후보들의 모습은 상당히 이색적이었다. 포스터 속 인물들 특히 우리 꼬맹이들의 관심을 끌었던 인물은 노태우도, 김영삼도, 김대중도 아니었다. 김옥선 후보는 남장여자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들은 "생긴 건 진짜 남잔 같은데 이 사람 여자래"하면서 입방아를 찧었다. 또 한사람의 후보는 헤어스타일이 압권.. 더보기
<서평>일본 정신의 풍경 10년째 알고 지내는 일본인 친구가 있다. 나보다 한살 어리지만 '야자'를 트고 지내는 친구 사이다. 아직 총각인 이 친구를 가끔씩 만나 소주를 마시곤 한다. 이 친구는 한국어를 아주 잘한다. 위트가 나보다 한수 위여서 간간이 받아치는 말들이 배꼽을 잡는다. 이 친구를 알게된지 얼마 안됐을 때였다. 이 친구가 신문을 들고 있길래 한국 신문을 읽는데 불편함은 없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이 친구가 말하길 한국 신문은 분명 한자어인데 한자가 병기돼 있지 않고, 외래어도 죄다 한국어로 씌여 있어 이해하기 참 어렵다고 했다. 일본에선 한자어는 한자어로 쓰고 외래어, 다시 말해 '아이스크림' 하면 가타카나로 쓰고, 일본에서 유래한 말은 히라가나로 쓰기 때문에 구분이 쉽게 되는데 한국에선 이걸 통째로 한글로 표기하.. 더보기
<서평>귀신 잡는 방구 탐정 내 어린 시절을 많이 떠올리게 했던 책이다. 어렸을 적 내가 가장 탐독했던-사실 전집을 빼곤 유일하게 탐독했던 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 명탐정 셜록 홈즈 시리즈였다. 출판사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시골 초등학교 도서관에 40권으로 된 전집이 비치돼 있어 거의 모든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셜록 홈즈는 너무 멋있었다. '탐정'이라는 용어는 사실 한국에서 일상적으로 쓰이는 말은 아니다. '탐정'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경찰의 코를 납작하게 해줄 정도로 멋진 홈즈를 흉내내 본다고 돋보기를 끼고 다닌 적도 있다. 동화책 분야에서 판타지물이 많긴 하지만 국내 작가의 탐정소설은, 적어도 내가 동화책을 유심히 보기 시작한 이래로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긴장감과 반전이 적당하게 .. 더보기
'대중속으로' 대학 출판부의 변화를 지지한다 출판인들은 종종 "종이에 잉크만 바른다고 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치밀한 기획과 꼼꼼한 편집, 글의 성격에 맞는 디자인과 독자를 끌어내는 마케팅 등을 강조할 때 동원되는 말이다. 웬만한 대학이면 갖고 있는 출판부들이 과거 펴낸 책 가운데는 이런 부류에 속하는 것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에도 개인적으로 대학 출판부들이 펴낸 책들을 보면서 '원고는 둘째치고 참 읽기 싫게 만들어졌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던 적이 여러 번이다. 과거 대학 출판부들은 해마다 신학기가 되면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배울 교재를 사기 위해 찾아오므로 굳이 독자를 찾아갈 필요가 없었고, '교수님'들이야 원래부터 어려운 말 쓰기 좋아하는 분들이니 가져온 원고를 그냥 책으로 내주면 그걸로 끝이었다. 하기사 2~3년마다 교체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