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0/동화책 보는 아빠

<서평>귀신 잡는 방구 탐정

내 어린 시절을 많이 떠올리게 했던 책이다. 어렸을 적 내가 가장 탐독했던-사실 <세계명작동화> 전집을 빼곤 유일하게 탐독했던 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 명탐정 셜록 홈즈 시리즈였다. 출판사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시골 초등학교 도서관에 40권으로 된 전집이 비치돼 있어 거의 모든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셜록 홈즈는 너무 멋있었다. '탐정'이라는 용어는 사실 한국에서 일상적으로 쓰이는 말은 아니다. '탐정'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경찰의 코를 납작하게 해줄 정도로 멋진 홈즈를 흉내내 본다고 돋보기를 끼고 다닌 적도 있다.

동화책 분야에서 판타지물이 많긴 하지만 국내 작가의 탐정소설은, 적어도 내가 동화책을 유심히 보기 시작한 이래로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긴장감과 반전이 적당하게 배어있어 비록 아동용 소설이긴 하지만 매우 재미를 주었다. 창비 아동 문고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스토리와 적절하게 조화되는 삽화다. 웹툰 작가를 등장시킨 전략도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도와줘요 ‘방구 탐정’ 강마루

귀신 잡는 방구 탐정 - 10점
고재현 지음, 조경규 그림/창비(창작과비평사)

아끼던 강아지 포동이를 잃어버린 지나는 '방구 탐정'으로 소문난 강마루를 찾아간다. 문방구집 아들이라 '방구'란 별명이 붙은 5학년 마루는 문방구 안쪽 방에 제법 그럴듯한 탐정 사무소까지 차려두고 있다. 평소 얼굴만 아는 사이였던 마루와 지나는 지나네 집 주변과 이웃들을 상대로 용의자를 추적해 나간다. 마루는 지하 주차장에 세워진 승용차 가운데 시트가 개 발톱에 긁힌 차를 발견한다.('포동이를 찾아라' 편)
어느 날 갑자기 마루가 상혁을 찾아온다. 마루는 별명이 고릴라인 6학년 형이 무서운 협박편지를 받고 있다면서 같이 범인을 찾아내자고 말한다. 그런데 상혁도 용의자 가운데 한 명이다. 요오드 용액과 비타민C를 이용한 비밀편지, e메일, 타자기로 쓴 편지, 쓰레기 봉투 등 다양한 형태로 협박 편지가 전달되고 하나둘씩 단서가 나타난다.('협박 편지를 추적하라' 편)
탐정소설의 고전 셜록 홈즈 시리즈를 비롯해 일본 만화 '명탐정 코난' '소년탐정 김전일' 등 추리물, 특히 탐정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는 언제나 어린이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이런 작품을 보고 나서 탐정 흉내를 내보지 않은 어른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 작가의 추리동화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감옥별 E-5에서 탈출해 자유를 찾아 우주로 떠나는 주인공 '모하'의 이야기를 담은 <꿈꾸는 행성>(문학동네)을 통해 SF 판타지 동화를 선보였던 작가는 이번에 추리동화를 내놓았다. 겉으론 평범하고 조용하지만 치밀하고 논리적인 마루를 중심으로 각자 개성이 강한 친구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아이들의 눈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어린이들이 접하기에 너무 선정적일 수 있는 살인이나 폭력 장면을 배제하면서도 긴장감을 충분히 살렸다. 네 편의 이야기를 모두 마루의 시점에서만 서술하지 않고 마루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친구의 시점을 불러냄으로써 각자의 개성을 부각시켰다. 인기 만화가 조경규씨의 익살스러운 삽화로 책의 재미를 더했다. 초등 4학년 이상. <2009.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