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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시스 퍼레이드(Macy's Parade), 뉴욕-1 몇년 사이 크게 유행한 단어 가운데 하나가 '해외직구(직접구입)', '블플(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 같은 것들이다. 나는 적게 버는 대신 적게 쓰자는 생활관(?) 때문에 평소 쇼핑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지라 작년 미국에 가서야 이 말을 처음 들었는데 돌아와보니 열풍은 열풍인 모양이다. 작년 이맘때 미국에 머무를 때 단기연수를 온 한국인, 특히 부인들은 흥분에 휩싸였다. 그 유명한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들어보니 확실히 싸긴 쌌다. 2000달러 정도 하는 54인치(60인치였나?) 텔레비전을 1000달러에 판다거나, 역시 수천달러 하는 침대나 쇼파 등등을 반값 도는 그 이하에 판다고들 했다. 할인 쿠폰을 가져가거나 선착순 세일에 들어가기만 하면 .. 더보기
"힘내라! 수험생"…대입시험의 추억 대학들이 신입생을 뽑을 때 수시전형 비중을 많이 늘리는 바람에 요즘 대입 수험생들에게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중요도가 과거보다 낮아졌다고 한다. 그렇지만 오늘 수능을 치러야 하는 학생들이 느낄 긴장까지 낮아진 것은 아닐 것이다. 과거처럼 '인생 항로를 결정짓는 단 한번의 시험'까지는 아닐지라도 여전히 수험생에겐 중요한 시험인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오늘 날씨가 수능일로서는 8년만에 영하로 내려가는 강추위라고 하는데 정말 춥긴 춥다. 블로그에 신변잡기적인 얘기는 가급적 쓰지 않았는데 오늘은 예외로 해야겠다. 나이 40줄에 접어든 나도 대학입학을 위해 시험을 치러야 했다. 이젠 2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대입을 위해 시험을 치렀던 그날은 너무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만큼 긴장했다거나 그런게 아니고 내가 .. 더보기
수성동 계곡 바위와 씨름하는 사람 작고 허름하지만 음식이 맛있어서 사랑하던 식당이 널리 알려져서 이른바 '맛집' 반열에 오르고 사람들이 몰려오는 광경을 바라보는 심정은, 비유하자면 나 혼자 짝사랑하던 상대가 미모가 너무 빼어나 어느덧 그를 사랑하는 사내들에게 둘러싸여 버렸을 때 느끼는 심정과 비슷하다고 할까. 몇년전부터 인사동에 버금가는 필수 관광코스가 돼 중국인, 일본인 등 해외관광객,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남녀, 그리고 사모님들에게 점령당해버린 삼청동을 바라볼 때 그런 기분이었는데 요사이 서촌을 갈 때마다 다시 그런 느낌이 든다. 경복궁 동쪽의 삼청동, 북촌, 재동을 점령한 관광객과 산책자들이 경복궁 서쪽의 서촌 쪽으로 활동반경을 넓히기 시작한 것은 벌써 몇년 됐지만 1~2년 사이 서촌은 완전히 다른 동네가 돼 버렸다. 좁은 골목길에.. 더보기
정치 쇠퇴를 보는 두가지 시선, 후쿠야마와 최장집-2 정치, 그리고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원인을 후쿠야마는 미국 민주주의의 기본 요소인 3권분립에서 기인한다고 보는데, 3권분립의 핵심 정신인 '견제와 균형'의 과잉이 현대 미국 정치를 쇠퇴시키는 주요 원인이라고 꼽고 있다. 이에 반해 최장집은 한국 민주주의가 불능 상태에 빠진 원인을 정반대로 분석했다. 그가 보기에 한국의 국가는 헌법에 따라 3권분립 체제로 출범하긴 했으나 허약한 정당으로 대변되는 입법부의 무능, 그리고 권위주의적 유산을 전혀 청산하지 못한 사법부는 정점에 대통령이 서 있는 행정부를 제대로 견재하지도 균형을 맞추지도 못하고 있다. 더구나 5년 단임제라는 선거제도는 대통령으로 하여금 '대표'의 권리만 누릴뿐 '책임'을 지려는 동인을 갖지 않아도 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 더보기
정치 쇠퇴를 보는 두가지 시선, 후쿠야마와 최장집-1 정치 불능의 시대다. 정부와 국회,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밥값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한탄은 하루 이틀 사이의 일은 아니지만 용광로처럼 갈등을 녹여내야 할 정치가 갈수록 사회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캐나다 태생의 미국 원로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David Easton)은 정치를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고 정의했는데 이런 과정이 고장났다는 것이다. 정치 체제의 한 형태인 대의제 민주주의의 요체인 3권분립과 정당, 선거, 갈등의 제도적 해소 등도 이념적으로 극단화된 사회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한국의 경우 국가적 재난인 '세월호 사건'을 정부와 정치권이 해결하지 못한채 6개월째 '정치 무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미국도 지난해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한 의료보험 개혁을 둘러싼 여야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