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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철학적인 순간-로버트 롤런드 스미스 맛이 정갈한 음식을 먹는 것, 적당히 시원한 약수물을 마시는 것, 차창을 절반쯤 내리고 봄바람이 살랑대는 강변도로를 달리는 것. 문장이 깔금하고 내용이 잘 정돈된 책을 읽는 것은 이런 것들을 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에 비유할 수 있을까. [이토록 철학적인 순간]을 읽으면서 들었던 느낌이 그러했다. 원제는 [플라톤과 함께 운전하기(Driving with Plato)]인데 원저명은 플라톤을 내세우면서도 좀 가벼운 느낌을 주려한 반면 번역서 제목은 철학을 직설적으로 내세우면서도 좀 더 울림을 주는 쪽으로 작명됐다. 둘의 차이를 보는 것도 재미있다. 저자의 이력도 화려하다. 알랭 드 보통과 함께 런던의 시민 교육 기관인 '인생 학교(The School of Life)'를 설립했다는 것만으로도 귀가 솔깃한데, 옥스퍼.. 더보기
자연사 박물관-뉴욕6 미국은 유럽이나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처럼 고대-중세-근세를 거치면서 영토가 확정되고 개개의 민족국가 개념이 고착된 나라가 아니다. 영국의 식민지로 출발해 1776년 '독립'을 선언하고 1783년 독립을 공식 인정 받은 미국은, 그들은 '개척'이라고 부르지만 앞서 이 땅에서 살던 원주민들을 밀어내고 광대한 대륙을 독차지 했다. 미국의 행정상 수도는 워싱턴DC인데 워싱턴DC는 자연스럽게 조성된 도시가 아니라 미국이 '건국'된 이후 인위적으로 조성된 도시이다. 워싱턴DC는 '박물관과 기념비의 도시'라고 불러되 될 정도로 박물관이 즐비하다. 미국의 역사에서 가장 유서가 깊은 도시를 꼽으라면 뉴욕이 될 것이다. 세계 금융의 심장부로 불리는 월스트리트를 품고 있는 뉴욕은 경제의 도시이지만 유엔본부가 있고, 뮤지컬로.. 더보기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2 장하준 교수는 경제의 과도한 금융화에 대한 경고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사실 장 교수의 주장이 우리에게 그리 낯선 것도 아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는 몇년 있으면 20주년이 되지만 여전히 한국인과 한국 사회에 깊은 생채기를 남겼고, 그로부터 10여년 뒤 발생한 98년 미국발 금융위기는 전세계를 대공황의 패닉에 몰아 넣었다. 경제학자들, 경제관료들은 더이상 대공황은 없다고 자신해왔지만 이게 실은 허언에 불과했다는 걸 사람들이 깨달은 것이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반양장) -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부키 불행하게도 사상적으로는 산업화 후 사회의 담론이 힘을 얻고, 실생활에서는 금융 부문이 경제를 주도하면서 제조업에 대한 무관심은 근래에 와서는 경멸로까지 바뀌었다. 새로운 '지식 .. 더보기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1 우리말의 '경제(經濟)'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줄임말이다. 사전은 경세제민의 뜻을 '세사(世事)를 잘 다스려 도탄(塗炭)에 빠진 백성(百姓)을 구(求)함'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경제를 뜻하는 영어 단어 '이코노미(economy)'는 그리스어 '오이코노무스(Oeconomus, œconomus, oikonomos)'에서 유래했는데 오이코노무스는 집(house)을 뜻하는 '오이코(oiko)'와 관리·지배(rule·law)를 뜻하는 '노모스(nomos)'가 합쳐진 말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코노미는 집 관리 즉, 이재술(理財術)이라는 의미에 가깝다. 미국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는 한 후배는 경제학이 뭐냐는 내 아들의 질문에 대해 위와 같은 동서양의 경제의 개념 차이를 얘기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얘기했다.. 더보기
지금, 여기의 극우주의 자음과모음 출판사를 중심으로 시사와 현실을 분석하고 담론을 생산하던 집단이 최근 또하나의 시도를 시작한 모양이다. 계간지 '자음과모음'에 주로 참여했던 인사들이 주축이 돼 'Momento hoc Momentum: 이 순간을 기억하라', 줄여서 '모멘툼'이라는 무크지를 새롭게 선보였다. 무크지라고 하지만 여러명의 필자가 참여한 문고판 단행본의 느낌을 준다. 첫 주제는 다. '극우주의'라는 주제 앞에 '지금'과 '여기'라는 수식어를 굳이 붙인 것은 분석과 논의의 현재성, 동시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리라. 지지난해에서 올해에 이르는 기간에 '일베'로 대표되는 극우주의 또는 '넷우익'(일본에서 먼저 명명된 명칭인 듯 하다) 집단 또는 현상에 대한 여러 논의가 있었다. 이들이 쏟아내는 지극히 선정적이고, 정치적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