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초에 그해의 트렌드를 미리 예측하는 것은 지난한 작업이 될 수도, 의외로 손쉬운 일이 될 수도 있다. 트렌드라는게 2009년 12월 말까지는 없다가 2010년 1월에 갑자기 등장하는게 아니고 이미 조짐을 보이고 있거나 드러난 현상이 더 강화되는 추세를 말한다. 따라서 지난해의 흐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음해의 트렌드가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리될지 누가 아누? 책임질 수 있어?'라고 추궁하면 글쎄... 자신있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각 분야의 저명한 전문가들이 '이것이 올해의 트렌드가 될 것이다'라고 말하면 그게 작용해서 트렌드로 자리잡는 경향도 있다.
콤팩트한 분량의 문고판은 들고다니기 편해서 좋고, 주제를 경제적으로 일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각종 문고판이 과거에도 나왔지만 몇몇 출판사가 연말연초에 내놓은 결과물이 눈에 띄었다. 다들 수작이라 내심 기대가 되는 것들이기도 하다. 편집자들에게 "공교롭게도 출간 시기들이 겹쳤네요.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셨나보죠?"라고 물었더니 "그러게요. 그게 미리 의도한 것이 아닌데 키워드, 개념사 문고판 봇물이라는 말씀을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네요"라고들 한다.
그린비 출판사는 지난해 11월 그린비 개념어총서 'WHAT' 시리즈 5권을 내놨다. 인문학에서 자주 다뤄지는 기본개념들을 현재적 의미에서 정의하고 해설하는 형식이다. 그린비는 2차분 5권(민주주의·기억·이데올로기·통치성·욕망)을 6월에 내놓는 등 매년 20권씩 100권을 채운다는 계획이다. 주승일 그린비 팀장은 "권력이나 주체 등 인문학적 개념들이 일상에서 많이 사용되지만 철학적 맥락이 전혀 이해되지 못한 채 쓰이고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말했다.
2000년 시작된 '책세상 우리시대 문고'(현재 123권 간행)로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책세상 출판사는 '비타 악티바'('실천하는 삶'이라는 뜻의 라틴어)라는 개념사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개념어가 형성되고 변천된 과정, 현대에서의 변용 등 역사적으로 접근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 16권이 나와 있는데 올해 안에 14권을 더 출간해 목표로 잡은 30권을 채울 예정이다.
콤팩트한 분량의 문고판은 들고다니기 편해서 좋고, 주제를 경제적으로 일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각종 문고판이 과거에도 나왔지만 몇몇 출판사가 연말연초에 내놓은 결과물이 눈에 띄었다. 다들 수작이라 내심 기대가 되는 것들이기도 하다. 편집자들에게 "공교롭게도 출간 시기들이 겹쳤네요.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셨나보죠?"라고 물었더니 "그러게요. 그게 미리 의도한 것이 아닌데 키워드, 개념사 문고판 봇물이라는 말씀을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네요"라고들 한다.
-백과사전식 탈피 특정분야 문고판 형태 출간
연초부터 개념어·키워드 시리즈가 출판가를 달구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선을 보인 이 시리즈들은 활발한 강의와 저술활동을 하고 있는 40, 50대 국내 연구자들이 필진으로 참여해 원고량과 판형이 작은 문고판 형태의 책으로 묶어 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랜 준비를 거쳐 개념어·키워드 시리즈를 야심차게 선보인 출판사들은 앞으로 뭉텅이로 시리즈 신간들을 내놓을 계획이어서 올해 내내 독서가들을 설레게 할 전망이다.
문학동네는 3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키워드 한국문화' 시리즈 1차분 5권을 내놨다. 그동안 전문연구자들의 한국문화 해설서가 너무 총론적·거시적으로 접근, 일반인이 접근하기엔 부담을 느껴왔다는 판단 아래 주제를 세분화하고 200자 원고지 400장 정도로 분량도 압축했다. 문학동네는 1차분 5권 외에 저자와 계약을 맺고 출간을 진행 중인 주제가 35가지라고 밝혔다. 염현숙 문학동네 편집국장은 "조선시대부터 시작했지만 리스트가 100권을 넘을 것이므로 현대까지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음사의 계열사인 민음인 역시 2~3년의 준비를 거쳐 지난해 말 '민음 지식의 정원' 시리즈를 시작했다. 1차분 6권(철학편)은 사회철학·윤리학·성 철학·인식론·형이상학·종교 철학 등 철학의 기본분야를 200자 원고지 300장 분량으로 다뤘다. 민음인은 올해 안에 서양사를 시기별로 고찰하는 역사편 12권과 철학편·경제편을 각각 1권씩 더 낼 계획이다.
세한도 - 박철상 지음/문학동네 |
문학동네는 3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키워드 한국문화' 시리즈 1차분 5권을 내놨다. 그동안 전문연구자들의 한국문화 해설서가 너무 총론적·거시적으로 접근, 일반인이 접근하기엔 부담을 느껴왔다는 판단 아래 주제를 세분화하고 200자 원고지 400장 정도로 분량도 압축했다. 문학동네는 1차분 5권 외에 저자와 계약을 맺고 출간을 진행 중인 주제가 35가지라고 밝혔다. 염현숙 문학동네 편집국장은 "조선시대부터 시작했지만 리스트가 100권을 넘을 것이므로 현대까지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 철학 - 이유선 지음/민음인 |
민음사의 계열사인 민음인 역시 2~3년의 준비를 거쳐 지난해 말 '민음 지식의 정원' 시리즈를 시작했다. 1차분 6권(철학편)은 사회철학·윤리학·성 철학·인식론·형이상학·종교 철학 등 철학의 기본분야를 200자 원고지 300장 분량으로 다뤘다. 민음인은 올해 안에 서양사를 시기별로 고찰하는 역사편 12권과 철학편·경제편을 각각 1권씩 더 낼 계획이다.
개념어총서 WHAT 박스세트 - 전5권 - 김영진 외 지음/그린비 |
그린비 출판사는 지난해 11월 그린비 개념어총서 'WHAT' 시리즈 5권을 내놨다. 인문학에서 자주 다뤄지는 기본개념들을 현재적 의미에서 정의하고 해설하는 형식이다. 그린비는 2차분 5권(민주주의·기억·이데올로기·통치성·욕망)을 6월에 내놓는 등 매년 20권씩 100권을 채운다는 계획이다. 주승일 그린비 팀장은 "권력이나 주체 등 인문학적 개념들이 일상에서 많이 사용되지만 철학적 맥락이 전혀 이해되지 못한 채 쓰이고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말했다.
비타 악티바 세트 06-10 - 공진성 외 지음/책세상 |
2000년 시작된 '책세상 우리시대 문고'(현재 123권 간행)로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책세상 출판사는 '비타 악티바'('실천하는 삶'이라는 뜻의 라틴어)라는 개념사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개념어가 형성되고 변천된 과정, 현대에서의 변용 등 역사적으로 접근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 16권이 나와 있는데 올해 안에 14권을 더 출간해 목표로 잡은 30권을 채울 예정이다.
이처럼 세분화된 주제 또는 개념어를 농축적으로 다루는 시리즈가 줄을 잇는 것은 지식습득 방식 및 독자들의 요구변화 때문이다. 인문학에 대한 독자들의 욕구가 점차 살아나고 있지만 백화점식 총론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특정한 분야를 밀도 있게 전달받기 원한다는 것이다.
도서평론가 이권우 안양대 교수는 "예전엔 백과사전을 요구했다면 요즘 독자들은 백과사전에서 자신이 관심 있는 항목만 요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문학의 기본개념에 대한 이해도와 독서력이 전반적으로 낮아진 것도 이유로 꼽힌다. 김혜원 민음인 차장은 "예를 들어 교양강의를 듣는 대학생들이 프랑스 철학자 보들리야르에 대해 '영화배우냐?'고 물을 정도로 철학이나 인문학에 대한 기본 소양이나 배경지식이 약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며 "우리 저자가 한국적 상황에 맞게 철학의 기본부터 이야기 해주자는 것이 '지식의 정원'의 기획취지"라고 말했다. <201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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