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홍수시대다. 특히 그림책의 다양함과 화려함, 기발함은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그림책의 중요한 소재 가운데 하나가 우리 옛이야기다. '전래동화'란 이름으로 시리즈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우리 옛이야기든, 서양 옛이야기든 우리 아이들이 읽는 그림책, 동화책이 제대로 된 것인지 가늠해 본 적이 있는지? 사실 가늠해 볼려고 해도 평가를 위한 적절한 준거틀이 없기도 하다. 이런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는 재미난 책이 나왔다. 서양 옛이야기 부분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내가 알고 있는 흥부전, 콩쥐팥쥐 등의 스토리가 그것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원전, 다양한 이본(異本)에는 훨씬 다양한 화소(話素)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아이에게 그림책 읽히기에 열심인 엄마들은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듯 하다.
동화 <콩쥐팥쥐>에서 고난을 이겨내고 원님과 결혼한 콩쥐는 끝까지 행복하게 살았을까? 놀부가 쪼갠 박에서 나온 것은 도깨비가 아니라 <삼국지>에 등장했던 장비였다? 주로 입을 통해 이어지던 옛이야기는 이제 어린이책, 특히 그림책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그림책이 옛이야기 전승의 핵심 매체가 된 것이다. 이처럼 옛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 범람하고 있지만 정작 어린이책에 의해 옛이야기가 왜곡·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동화 <콩쥐팥쥐>에서 고난을 이겨내고 원님과 결혼한 콩쥐는 끝까지 행복하게 살았을까? 놀부가 쪼갠 박에서 나온 것은 도깨비가 아니라 <삼국지>에 등장했던 장비였다? 주로 입을 통해 이어지던 옛이야기는 이제 어린이책, 특히 그림책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그림책이 옛이야기 전승의 핵심 매체가 된 것이다. 이처럼 옛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 범람하고 있지만 정작 어린이책에 의해 옛이야기가 왜곡·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어린이책 평론가 김환희씨(54)는 최근 발간된 저서 <옛이야기와 어린이책>(창비)에서 "취학 전 유아가 '변형된 옛이야기'를 반복적으로 읽고 자란다면 성인이 되어서도 그것을 '옛사람들의 이야기'로 착각할 위험이 크다"면서 우리 옛이야기와 서양 옛이야기가 그림책에 담기면서 어떻게 왜곡됐는지 촘촘하게 분석했다.
대부분의 그림책은 '콩쥐팥쥐' 이야기를 콩쥐가 원님 혹은 평양감사와 결혼하는 것으로 끝낸다. 그러나 콩쥐팥쥐 민담을 채록한 다양한 판본에는 콩쥐의 결혼 후일담이 담겨 있다. 결혼한 콩쥐는 팥쥐 모녀의 계략 때문에 물에 빠져 죽고, 팥쥐가 콩쥐인 척하면서 감사의 아내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죽은 콩쥐는 연꽃과 오색구슬로 변신 후 사람으로 환생해 어리석은 남편을 꾸짖고 팥쥐 모녀를 단죄한다. 김씨는 "요즘 어린이가 많이 보는 <콩쥐팥쥐>는 월트 디즈니의 <신데렐라>처럼 높은 신분의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나는데 이런 결말은 구전민담이나 고전소설이 보여주는 팥쥐의 삶과는 매우 다르다"고 말했다.
옛이야기와 어린이책 - 김환희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
대부분의 그림책은 '콩쥐팥쥐' 이야기를 콩쥐가 원님 혹은 평양감사와 결혼하는 것으로 끝낸다. 그러나 콩쥐팥쥐 민담을 채록한 다양한 판본에는 콩쥐의 결혼 후일담이 담겨 있다. 결혼한 콩쥐는 팥쥐 모녀의 계략 때문에 물에 빠져 죽고, 팥쥐가 콩쥐인 척하면서 감사의 아내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죽은 콩쥐는 연꽃과 오색구슬로 변신 후 사람으로 환생해 어리석은 남편을 꾸짖고 팥쥐 모녀를 단죄한다. 김씨는 "요즘 어린이가 많이 보는 <콩쥐팥쥐>는 월트 디즈니의 <신데렐라>처럼 높은 신분의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나는데 이런 결말은 구전민담이나 고전소설이 보여주는 팥쥐의 삶과는 매우 다르다"고 말했다.
우리는 욕심많은 놀부가 박에서 나온 도깨비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혼이 나는 것이 흥부전의 본 모습이라고 알고 있다. 김씨는 " '흥부와 놀부' 원전인 고전소설 <흥부전>과 판소리 '흥부가'에서는 놀부를 호되게 벌주는 인물이 도깨비가 아니라 장비"라며 "일부 어린이 책이 이야기의 서사적 가치를 떨어뜨리고 한국 고유의 도깨비가 지닌 입체적 이미지를 왜곡한다"고 말했다.
김씨의 주장은 옛이야기를 무조건 유아용 그림책으로 짜맞추고 왜곡하기보다는 대상 아동을 세분화해 연령에 맞게 윤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은 심각하게 왜곡된 옛이야기 그림책을 읽고, 고학년 어린이들은 '다 아는 이야기'라면서 제대로 된 옛이야기를 읽지 않으려 한다"면서 "옛이야기 전승방식이 총체적으로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2009.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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