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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_2019/미국은 대륙이더라

현대미술관(MOMA)-뉴욕5

아빠와 엄마와 초등학생 아들 하나. 이처럼 단출한 우리 가족 구성은 미국을 여행할 때 여러모로 유리한 점으로 작용했다. 식구 수가 적으니 먹고 자고는데 비용이 덜 드는 경제적 잇점도 있었지만, 어른 둘이 아이를 하나만 건사해도 된다는건 장기간 여행에서 의외로 큰 장점이었다. 특히 미술관과 박물관을 관람할 때 이런 장점은 극대화됐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미술관을 지겨워한다. 박물관도 공룡 화석이나 동물 박제 등 일부 전시품에만 관심을 가진다. 집중력의 한계를 벗어나면 지겨워하고 힘들어 한다. 그런데 우리는 아이가 하나인데다, 아이가 나름 집중력의 한계가 긴 편이어서 다른 가족들에 비해 박물관과 미술관을 상대적으로 풍부하게 관람한 편이다. 뉴욕이나 워싱턴 여행담을 나누다 보면 우리처럼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오랜 시간 머문 가족을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가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하면 대부분 놀라면서 부러워 했다. 미술관 박물관 관람을 즐기고, 집중력의 한계가 넘어갔을 때에도 참아준 아이에게 고마운 일이기도 하다.


뉴욕 현대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MOMA)은 미술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들어봤을 유명 미술관이어서 아내나 나나 무척 기대를 했던 곳이다. 우리는 느즈막한 오후 이곳을 찾았는데 미술관 앞에 많은 사람들을 줄을 서 있었다. 알고 봤더니 무료 입장 프로그램이 있는 날이었다.


현대미술관은 어른 입장료가 25달러인데, 특정 요일과 시간을 정해 기업 등의 스폰서를 받아 무료 입장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매주 금요일 오후 4시부터 무료입장을 제공하는데 지금은 일본의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가 스폰서를 하고 있다. 입장료를 사서 찾아온 우리 가족으로선 무료입장 프로그램으로 들어온 많은 사람들과 함께 관람을 해야 하는 건 재수가 없는 일이었다.


발터 벤야민은 '예술 작품이 풍기는 고고한 분위기'를 아우라(Aura)라고 했다. 굳이 아우라라는 말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미술책에서나 보던, 많은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 작품을 코 앞에서 본다는 건 감동어린 일이 아닐 수 없다. '대작' 앞에 서 있다는 사실에서 오는 기쁨에서부터, 시신경을 온통 자극하며 뇌를 흔들어대는 전율까지 감동할 이유는 너무도 많다.


서울에서 열리는 유명작가의 전시회인 소위 블록버스터 전시회는 해당 작가의 작품 가운데 대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이 기껏해야 한두점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머지는 습작이나 스케치, 서신, 비슷한 유파의 다른 작가 작품 등으로 채워진다. 뉴욕 현대미술관을 관람하면 서울서 열리는 블록버스터 전시회을 20~30년치를 본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국인이 너무도 사랑하는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은 물론이요, 고흐, 피카소, 잭슨 폴록, 프리다 칼로, 앤디 워홀 등 다가서는 것만으로도 다리가 후들거리는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로 즐비하기 때문이다.


모마가 소장한 작품들의 정제된 이미지들 모마 홈페이지(www.moma.org)에 들어가면 볼 수 있다. 그럼에도 1년전 현대미술관에서 찍은 몇장의 사진을 올리는 건 2014년 마지막 날의 우울함을 그때 내가 느꼈던 희열과 행복함으로 씻어보려는 마음에서다. 
















나름 진지한 표정으로 작품들을 관람하시는 아드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