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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_2019/미국은 대륙이더라

자유의 여신상과 맨해튼-뉴욕4

메트로폴리탄의 대명사 뉴욕을 상징하는 것은 너무나도 많다. 그래서 뉴욕 여행은 일주일을 통째로 머물러도 부족할 판이다.


역사가 짧아서인지 미국 사람들은 온갖 기념물이나 기념비(monument)를 만들고 의미를 부여하길 좋아한다. '자유로운 나라 미국'을 상징하는 '자유의 여신상'(Statue of Liberty)도 그렇다. 뉴욕을 여행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 미국을 상징하는 영상물에 맨 앞에 소개되는 것, 상징성이 그토록 크기에 미국에 반대하는 테러 단체들이 호시탐탐 노린다는 곳이 바로 자유의 여신상이다.


익히 알다시피 자유의 여신상은 프랑스가 선물한 것이다. 그런데 '자유'라는 용어에 대해 잠깐 생각해보자. 자유의 개념은 서양 특히 근대 서구 역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근대 서구 사회가 형성되는 과정은 자유의 개념을 정의하고 확립해 나가는 과정에 다름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자유'라는 용어는 영어에선 'freedom'과 'liberty'라는 2가지 단어가 있다.


존 스튜어트 밀이 쓴 <자유론>은 영어로 <On Liberty>이다. 정치철학자 이사야 벌린(Isaiah Berlin)이 쓴, <자유론>으로 번역되기도 하는 <자유의 두 개념>도 영어로 <Two Concepts of Liberty>이다. 그런데 벌린이 이 책에서 제시한 유명한 개념인 '적극적 자유'와 '소극적 자유'는 각각 'positive freedom'와 'negative freedom'으로 쓰였다.


그렇다면 두 단어는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같다면 왜 굳이 하나의 개념에 두개의 단어가 존재하는가? 다르다면 각각의 쓰임은 어떻게 다른가? 이런 질문들에 답하려면 거대한 논문을 써야할 판이고 내 역량으로 버겁기도 하다.


자료를 찾아보니 실제 생활에선 두개의 용어를 서로 바꿔써도 아무 상관 없다는 내용들이 우세한데, 나름 구분해서 해석을 해놓은 경우도 보인다. freedom이 독일어 freiheit와 연결되는 것으로서, 색슨(Saxon)어 어원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친구를 뜻하는 friend도 이 단어와 연결된다는 주장도 보인다. 이에 반해 liberty는 프랑스어 liberte와 연결되는 것으로서, 노르망(Norman)어 어원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특히 미국의 독립 선언서를 쓰고 미국의 3대 대통령을 지낸 토머스 제퍼슨이 이 두개의 용어를 구분해서 정의하고 사용했다는 자료가 보인다. 그에 따르면 둘다 자유로운 어떤 상태 혹은 성질을 나타내는 것은 맞지만 freedom은 어떤 것으로부터의 자유인 반면, liberty는 어떤 것을 할 수 있는 자유라는 것이다. 제퍼슨의 논리는 앞서 말한 이사야 벌린의 적극적/소극적 자유의 개념과 겹친다.


어렸을 적 학교 다닐 때 자유의 여신상이 영어로 뭔가를 쓰는 시험문제가 나온 적도 있었던 것 같다. 자유라고 하면 으레 freedom이라는 단어를 먼저 떠올리는 학생들을 노리고 함정을 판 문제였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가 자유의 개념을 가지고 벌이는 투쟁을 분석한 조지프 레이코프의 책을 읽으면서 이 블로그에 올렸던 글들이 생각난다.


(<자유는 누구의 것인가> 밑줄치며 읽기 보기)


자유의 여신상은 맨해튼을 굽어보는 리버티 섬(Liberty Island)에 세워져 있다. 관광객들은 이 섬에 내려서 바로 앞에서 자유의 여신상을 볼 수 있고, 내부로 들어가 자유의 여신의 왕관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전망을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가족이 갔을 때는 날도 춥고, 시간도 너무 늦어 유람선을 타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만족해야 했다.


유람선은 자유의 여신상 주변을 돈 다음 맨해튼 남쪽으로 내려갔다. 맨해튼 남쪽은 브루클린 지역과 다리로 연결돼 있다. 그리고 맨해튼 남쪽은 세계 금융업의 심장부인 월 스트리트가 자리잡고 있다. 마지막에 보면 고층빌딩들이 즐비한 지역이 보이는데 바로 그 지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