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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책동네산책

[책동네 산책]CEO여, 4천원 인생을 권합니다

블로그를 개설할 때 그랬듯, 개기고 개기다가 끝내는 트위터라는 곳에 계정을 개설하고야 말았다. '나름'이라기 보다는 나에 비하면 엄청난 '얼리 어답터'인 선배의 꼬드김과 압박과 도움으로 그럭저럭 적응해 나가고 있다. 평소 남의 블로그도 잘 들어가지 않는 편인데 트위터를 처음 시작하고는 신기해 이것 저것 보다가 재미난 것을 발견했고, 이것을 계기로 이번주 '책동네 산책'을 꾸몄다.

요즘 시대는 정말로 '조용히 앉아서 책만 읽'다가는 굶어죽기 딱인 모양이다. 정보 수집과 발산의 욕구가 없다면 만들어라도 내야 하는 운명인 것이다. 특히나 나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은 말이다. 전엔 잠이 많은 것과 게으른 것만 극복하면 이 직업을 그럭저럭 해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이젠 없는 욕구까지 만들어야 한다는.....ㅠㅠ

이번주 인터넷에 올라와 트위터 사용자와 블로거들 사이에서 ‘뜨고’ 있는 것이 있다. 이름하여 ‘Sorry CEO 여름휴가 추천도서’다. 삼성경제연구소(SERI)가 매년 여름 발표하는 ‘SERI CEO 여름휴가 추천도서’(정식 이름은 ‘CEO가 휴가 때 읽을 책 14선’)를 빗대 만들어진 것이다. ‘추천도서’ 목록을 선정, 발표하는 곳은 국가기관에서부터 민간단체, 언론 등 차고 넘치는데 대체로 그 기관의 지향점이 녹아 있다. SERI 추천도서는 삼성경제연구소라는 권위를 등에 엎고 있어 서점가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인문서 <정의란 무엇인가>가 8년 만에 처음으로 주간 베스트셀러 종합 1위에 오른 데에는 이 목록에 포함된 덕도 있었다.
반면 Sorry CEO 추천도서 목록 작성자는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인문분야MD다. 여기서 MD는 ‘의학박사’ 혹은 ‘미사일방어체제’의 약어가 아니라 쇼핑몰 등에서 상품기획, 구매, 마케팅 등을 진행하는 Merchandiser(구매담당자)를 말한다. 여하튼 ‘Sorry CEO 추천도서’라고 붙인 재치가 돋보인다.
이제 양쪽의 목록을 비교해보자. 이 목록을 보면서 크게 웃을 수 있다면 당신은 지난 1년간 독서를 꽤 부지런히 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먼저 SERI CEO 추천도서. 연구소 회원 및 외부 CEO, SERI 연구원 등의 추천을 받아 작성됐다는 이 목록은 경제·경영 7종(<구글노믹스> <마켓 3.0> <메가트렌드 차이나> <슈퍼 괴짜경제학> <일본 재발견> <한손에는 논어를 한손에는 주판을/논어와 주판> <혼창통>), 인문·교양 7종(<간송 전형필> <물리와 함께하는 50일>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가지 힘> <스웨이> <정의란 무엇인가> <조선 왕을 말하다> <행복의 조건>) 등 모두 14종이다.
Sorry CEO 추천도서 작성자는 이 목록이 SERI가 발표한 ‘설문을 통해 본 한국 CEO의 독서 경향’에 부응하기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딴죽을 걸며 시작했다. 설문조사에서 CEO들은 독서를 통해 자연·인간·사회와의 공존(25.0%), 신사업 및 사업확장을 위한 힌트 찾기(20.4%), 마음의 평안과 희망 찾기(18.6%), 전문적 교양지식 습득(18.1%), 소통의 비법 발굴(14.6%)을 모색한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3개 범주 15종을 권했다. 먼저 ‘노동자와 입장 바꿔 생각하기-만국의 노동자는 이렇게 삽니다!’ 범주엔 <4천원 인생> <누가 사장 시켜달래?> <울지 말고 당당하게> <밥과 장미>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이 올랐다. ‘기업의 생존본능 다스리기-앞만 보고 가다가 큰코다칩니다!’ 범주에는 <착한 기업 이야기> <한국의 보노보들> <슈퍼 브랜드의 불편한 진실> <생활용품이 우리를 어떻게 병들게 하나> <야마다 사장, 샐러리맨의 천국을 만들다>가 올랐다. <인문 고전 강의>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인간생태보고서> <불가능은 없다> <르네상스 시대의 쇼핑>은 ‘진짜배기 교양 쌓기-당신의 격조 높은 CEO 생활을 위해!’ 범주로 묶였다.
어떠신가. 여러분도 단 몇권이 됐든 올 여름을 위한 추천도서 목록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지 않으신지. 독서 감수성을 키우는 데 이만한 것이 없어 보인다. 독서 희망목록이어도 좋다. 한번쯤 시도해 보시길 ‘강추’한다. (2010.7.17)

**여기서 말하는 목록은 http://blog.aladdin.co.kr/bookeditor/3913325에 가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