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아래 칼럼에 인용한 토론회에 토론자의 한사람으로 참가했었다. 역시 토론자로 나왔던 한 출판사 대표가 토론회 시작전 농담으로 했던 말이 "참 해답 안나오는 주제죠~."
[책동네 산책]‘이중의 모순’에 처한 독서
“대학에 들어오는 신입생들을 만날 때마다 걱정스러운 것은 독서력이 눈에 띌 정도로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읽기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풍부한 사고력과 감수성은 갈수록 낮아진다는 것이죠. 그러다보니 인간성이랄까 인간에 대한 예의랄까 하는 면에서도 솔직히 정나미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14일 ‘2010서울국제도서전’의 부대행사 가운데 하나로 ‘국민독서, 어떻게 진흥시킬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한국출판학회 주최로 열렸다. 토론회에서 만난 한 대학 교수는 대학생들의 독서 실태를 전하며 개탄했다. 그런가 하면 토론자로 참석한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이 시대 젊은이들의 현실을 묘사하기 위해 김영하의 장편소설 <퀴즈쇼>(문학동네)의 한 대목을 인용했다.
“우리는 단군 이래 가장 많이 공부하고 제일 똑똑하고, 외국어에도 능통하고, 첨단 전자제품도 레고 블록 만지듯 다루는 세대야. 안 그래? 거의 모두 대학을 나왔고 토익 점수는 세계 최고 수준이고 자막 없이도 할리우드 액션영화 정도는 볼 수 있고, 타이핑도 분당 300타는 우습고 평균 신장도 크지.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알고. 맞아, 너도 피아노는 치지 않아? 독서량도 우리 윗세대에 비하면 엄청나게 많아. 우리 부모 세대는 저 중에서 단 하나만 잘해도, 아니 비슷하게 하기만 해도 평생을 먹고 살 수 있었어. 그런데 왜 지금 우리는 다 놀고 있는 거야? 왜 모두 실업자인 거야? 도대체 우리가 뭘 잘못한 거지?”
‘읽기’가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이 같은 우려는 사실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나올 정도로 해묵은 것이다. 가깝게는 컬러 텔레비전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던 20세기 중반, 인터넷이 보편화되던 1990년대에도 이런 우려는 증폭됐었다.
그럼에도 최근 읽기에 대한 우려가 새삼 불거지는 것은 우리가 지금 미디어 패러다임의 대변화를 목전에서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첨단 멀티미디어 기기는 말로만 듣던 ‘유비쿼터스’(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통신망에 접속해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음) 시대가 실현단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읽기에 대한 우려는 독서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진단에서 출발한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실시한 국민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휴대전화 이용이 늘어나면서 독서시간이 늘었다고 답한 경우는 5.1%에 불과했지만 줄었다는 응답은 31.6%로 6배에 달했다. 그러나 소설 <퀴즈쇼>의 20대 주인공은 독서량이 윗세대와 비하면 엄청나게 많다고 말하고 있다.
현실은 어디에 있을까? 초등학교마다 1년에 몇십권 혹은 몇백권 읽기 프로젝트를 맹렬히 진행 중이고, 대학생들은 소위 ‘스펙 전문가’들이 말하는 양만큼 책을 많이 읽지 못한다는 강박증에 빠져 있다. ‘책을 열심히 읽느라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모순인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새로운 독서진흥운동이 필요하다는 또하나의 모순에 직면해 있다. 우리가 처한 ‘이중의 모순’을 인식하는 것이 21세기형 독서진흥운동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201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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