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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동화책 보는 아빠

[리뷰]나와 너

아이들보다 엄마들이 더 좋아하는 작가 앤서니 브라운. 영국이라는 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상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의 작품은 어두운 색조가 지배적인데 이번 것도 마찬가지다.

죽 쭤서 남 준 아기곰 가족 “소통이 필요해”

나와 너 - 10점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서애경 옮김/웅진주니어

<돼지책>의 작가 앤서니 브라운(64)의 신작 그림동화 <나와 너>가 웅진주니어에서 나왔다. 다소 무거운 주제를 유머스러운 구성과 그림에 담아내는 것으로 유명한 브라운은 한국 엄마들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 그림동화 작가 가운데 한 명이다.
브라운은 옛이야기들을 차용해 가족 간 소통의 문제를 다룬 적이 많은데 신작에서도 ‘금발머리와 곰 세 마리’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금발머리와 곰 세 마리 이야기는 금발머리 소녀 ‘골디락스’가 주인공이지만 <너와 나>에서는 아기 곰이 화자다. 부유하고 화목해 보이는 곰 가족은 뜨거운 죽을 식히기 위해 산책을 가지만 각자의 이야기만 한다. 그 사이 풍선을 따라가다 길을 잃은 소녀가 곰 가족네 빈집에 들어와 죽을 먹고, 의자를 망가뜨리고, 침대에서 잠을 잔다. 산책에서 돌아온 곰 가족은 비어 있는 죽 그릇, 망가진 의자, 침대에서 자고 있는 소녀를 발견한다. 화가 난 곰 가족과 마주친 소녀는 밖으로 뛰쳐나간다. 아기 곰은 어두워진 창 밖을 바라보며 그 아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해 하고, 소녀는 비 오는 밤길을 달리고 달려 엄마 품에 안긴다.
브라운은 양쪽 페이지의 그림을 서로 다른 질감과 색조로 그렸다. 현대 사회의 차이와 단절을 보여주려는 의도에서다. 행복해 보이지만 사실은 소통이 부족한 곰 가족, 가난하고 우울하지만 서로 의지가 되어주는 소녀와 엄마를 교묘하게 대비한 것이다. 어린이들이 잘 알고 있는 금발머리와 곰 세 마리 이야기를 뒤집어 봄으로써 상상력을 자극한 것도 돋보인다. <201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