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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동화책 보는 아빠

[리뷰]초콜릿 케이크와의 대화

짧지만 철학적 사색이 담겨 있는 책. 어른을 위한 동화로도 읽을만 하다.

느닷없이 찾아온 달콤한 친구, 말이 통했네
초콜릿 케이크와의 대화 - 10점
마르탱 파주 지음, 배형은 옮김/톡

시적·철학적이면서도 기발함과 유머가 담긴 작품으로 성인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프랑스 작가 마르탱 파주가 어린이·청소년을 위해 쓴 이야기다. 불이 나거나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시도 때도 없이 나가야 하는 소방관 아빠·엄마와 함께 사는 소년이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고 친구가 별로 없는 소년은 애완동물이라도 키우고 싶지만 엄마는 반대한다. 소년의 생일에도 아빠와 엄마는 함께 저녁을 먹다가 뛰어나간다. 텅빈 집에 혼자 남은 소년은 부모님이 준비한 초콜릿 케이크를 식탁 위에 올려놓고 칼로 자르려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너 지금 뭐하는 거야?” 깜짝 놀란 소년은 주위를 둘러보지만 누군가 있을 리 없다. 다시 칼을 드는 순간 “어이, 나를 그 칼로 찌를 셈이야?”라는 소리가 들려온다.
얼이 빠진 소년이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케이크였다. 케이크는 “혹시 나를 먹을 생각이라면 꿈 깨는 게 좋을 걸”이라고 말하며 자신을 먹어선 안되는 이유를 조목조목 늘어놓는다. 소년은 생각한다. ‘케이크가 말을 하는 것도 희한하지만 먹으라고 만들어진 케이크를 먹지 말라니, 그럼 케이크를 가지고 뭘 할 수 있지? 제정신이 아닌 케이크로군.’
케이크는 티격태격하면서 자신을 먹지 말도록 소년을 설득하는 데 성공하지만 정작 자기가 케이크 말고는 아무것도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소년이 케이크의 슬픔과 외로움을 깨달은 순간 상황은 다시 바뀐다. “다른 방법이 없어. 넌 나를 먹어야 해.” “넌 이제 내 친구인걸. 난 널 먹고 싶지 않아.”
소통을 갈망하던 소년에게 갑작스레 다가온 소통의 기회, 소통에 이어지는 공감과 희생, 그리고 비밀과 추억 등 많은 생각거리를 던지는 이야기다. 이 책과 함께 <컬러보이> <나는 지진이다> 등 3권이 ‘마르탱 파주 컬렉션’으로 함께 나왔다. 작가는 오는 5월12일부터 16일까지 열리는 서울 국제도서전에 초청돼 방한할 예정이다. <201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