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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동화책 보는 아빠

[리뷰]청라 이모의 오손도손 벼농사 이야기


‘초보농부’ 도시아가씨 “벼농사가 재밌어요”
청라 이모의 오손도손 벼농사 이야기 - 10점
정청라 지음, 김중석 그림/토토북

도시에서 나고 자랐지만 29살 되던 해에 작은 산골 마을로 들어가 농사를 시작한 지은이의 첫 벼농사 도전기를 조카에게 말하듯 조곤조곤 이야기했다. 지은이는 어른이라 키가 크고 힘도 있지만 벼농사에 대해 잘 모르기는 도시 어린이들과 큰 차이가 없다.
수천번 허리를 구부려야 쌀 한 톨이 입에 들어온다고 했던가. 벼농사는 그만큼 고된 일이기도 하지만 계절을 정확히 맞춰 씨를 뿌리고, 모를 심고, 물을 대고, 피를 뽑는 등 많은 정성과 경험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난생 처음 벼농사에 도전한 지은이는 이처럼 고된 작업을 호기심과 즐거움으로 차례차례 배워나간다. 볍씨를 소금물에 담가 튼튼한 놈을 골라내는 일이며, 고운 흙으로 모판을 마련하는 일, 논둑의 풀들을 베어주고 피를 뽑는 일들이 마치 재미난 놀이를 처음 하는 것처럼 그려진다. 물론 어깨와 허리가 아파 고생하는 장면도 빼놓지 않았다.
초보 농사꾼인 지은이에게 동네 어른들은 든든한 선생님들이다. 산골 마을 아주머니, 아저씨들은 먼저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지만 처녀 농군이 어쩔지 몰라 허둥대고 있을라치면 지나가는 투로 한두마디씩 툭툭 던진다. 수십년 벼농사의 경험이 배어나는 이들의 충고를 따라하면서 지은이는 벼농사의 매력에 쑥 빠져버린다.
산골 마을이지만 농약과 농기계에 익숙해진 동네 어르신들이 보기에 농약과 기계를 전혀 쓰지 않고 벼농사를 짓겠다는 지은이는 엉뚱한 젊은이로 비쳐지기도 한다. 지은이는 베어놓은 볏단에서 나락을 털어내는 작업조차 콤바인이 아닌 전통적인 방법을 따른다. 그리고 쌀과 함께 다른 커다란 수확을 거둔다. 벼농사를 도와주던 총각으로부터 프러포즈를 받는 것이다.
어린 시절 시골에 살았던 부모에겐 아련한 옛 기억을 불러일으키고, 도시에서 나고 자란 부모와 아이에겐 벼농사의 세세한 과정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 지은이가 시골 생활에 푹 빠져 있는지라 너무 이상적으로만 그리지 않았나 싶기도 하지만 어린이들이 매일 먹는 밥이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아파트와 도시 밖 생활은 어떤 것인지 호기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이 정도 묘사는 괜찮다는 생각이다. <201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