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신비 들려주는 엄마작가들
-어린이 과학책 펴낸 김성화-권수진씨
-기존 정보주입식 탈피…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지식·재미·호기심 충족
-기존 정보주입식 탈피…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지식·재미·호기심 충족
알들아, 자연사박물관에 가자! - 김성화.권수진 지음, 하민석 그림/창비(창작과비평사) |
어린이를 위한 과학책은 많다. 그렇지만 해가 바뀌어도 어린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과학책은 소수다. ‘좋은 과학책’을 찾아보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창비 출판사가 2년여의 준비를 거쳐 초등 1~4학년 대상으로 펴낸 ‘공룡엄마의 과학수업’ 시리즈의 첫권 <알들아, 자연사박물관 가자!>는 번역서인 ‘신기한 스쿨버스’ 시리즈처럼 스토리가 있는 과학책이다. 오리부리공룡의 일종인 ‘마이아사우라’가 엄마 공룡으로 나오고 개구쟁이에다 호기심쟁이인 공룡알 12개가 등장한다. 알들은 걸어다니고 말까지 한다. 알들을 데리고 기상천외한 전시물로 가득찬 자연사 박물관에 간 공룡 엄마는 자연사 박물관이 어떤 곳인지부터 시작해 화석과 돌, 고대 생물에 대해 설명하느라 숨이 넘어가고, 이방 저방 돌아다니며 천방지축으로 장난을 치는 알들을 단속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 책을 함께 쓴 김성화·권수진씨는 각각 초등학교 4학년, 중학교 1학년이 되는 아이를 둔 ‘아줌마 작가’들이다. 42세로 동갑인 이들은 부산대에서 각각 생물학과 분자생물학을 전공하면서 과학 지식으로 무장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경상도 사투리가 배어 있는 수다쟁이라는 점에서 ‘공룡엄마’와 닮아 있다. 이들도 부인하지 않는다. 자신의 아이와 겪은 에피소드가 녹아있고, 본인들이 되고 싶은 엄마의 모습을 공룡엄마에 투영시켰다. 김성화씨는 “공룡엄마가 밤마다 알들에게 책을 읽어주느라 목이 쉬는 장면이 나오는데 제가 딱 그랬다”라고 했고, 권수진씨는 “좋은 엄마이고 싶은데 실제론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공룡엄마는 좋은 엄마로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책은 공룡엄마와 알들의 유머스러운 재잘거림으로 미소를 머금게 한다. “마그마 속에는 여러 가지 광물과 가스가 녹아 있어.”(공룡엄마) “강물이 녹아 있다고요?”(알들) “강물이 아니라 광~물.”(공룡엄마) “엄마, 화산이 암에 걸렸나봐요! 안산암, 유문암, 흑요암에 걸렸어요.”(알들) “오, 그렇지 않아. 알들아, 이건 화산이 폭발할 때 생긴 바위들의 이름이야.”(공룡엄마) 아이에게 뭔가를 가르쳐 주려는 엄마와 틈만 나면 기발한 상상력으로 딴길로 새려는 아이의 대화가 연상된다. 유머만 있는 건 아니다. 화석에 관한 공룡엄마의 설명은 ‘동물의 시체→돌’ 사이에 일어나는 과정을 간결하면서도 정확하게 담고 있다.
그간 10권이 넘는 과학책을 공동으로 썼지만 스토리텔링 방식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과학책에 대한 의견을 물었더니 단박에 “마음에 안든다”는 답이 돌아왔다. “호기심·눈요기·실험 등으로 온갖 관심을 끌지만 기본적으로 정보만 주입하려 한다”는 것이다. 김씨는 “어떤 6살짜리 아이가 ‘태양빛이 지구에 오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알아요?’라고 묻더니 ‘8분’이라고 스스로 답했다”면서 “빛이 오는데 8분이나 걸린다는 데 대한 어떤 놀라움도 없었다. 한마디로 죽은 지식”이라고 말했다. 권씨는 “지구의 역사가 45억년이라는 것을 단순히 아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긴 시간에 감동을 느끼는 것이 과학을 접하는 처음 자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준비 중인 다음 책 「공룡 집에 처음으로 전기가 들어온 날」을 비롯해 1년에 1권씩 시리즈를 더해갈 계획인 이들은 “과학의 역사는 자연의 원리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며 “아이들의 과학공부 역시 자연현상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함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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