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많이 풀렸다. 봄이 됐음에도 어지러운 날씨가 계속될때 사람들은 투덜대며 말했다. 이러다가 분명 여름으로 넘어갈 거라고. 여름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지만 오늘 날씨는 약간 덥다고 느낄 수 있는 날씨였다. 소설을 그리 즐기지 않는 편이라 한수산씨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다. 간담회를 위해 초스피드로 그의 신작을 읽어보았다. 김수환 추기경의 삶이야 우리가 대강 알고 있다. 그런데 작가가 겪었던 충격적인 사건, 그리고 김수환 추기경의 삶을 재구성하기 위해 사용된 다양한 소설기법 등이 눈에 띄었다. 30년 묵은 깊은 상처를 작가로 하여금 직시하게 만든 것, 그것이 바로 김수환 추기경이 말한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말의 힘이 아닐까 싶었다.
부드럽고 서정적인 문체로 인간의 심리를 파고드는 작품으로 유명한 소설가 한수산씨(64·세종대 국문과 교수). 1989년 영세를 받은 천주교 신자인 한씨는 지난해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소식을 듣고는 ‘그 사건’을 떠올렸다. 끊임없는 집필로 지친 몸을 추스르고 ‘인기 작가’라는 수식어의 부담을 피해 제주에 내려가 ‘욕망의 거리’를 쓰고 있던 81년 5월, 신군부가 보낸 자들에 의해 ‘남산’으로 끌려간 그는 영문도 모른 채 1주일간 혹독한 매질과 전기고문을 당했다. 이른바 ‘욕망의 거리’ 필화사건이다.
김수환 추기경 발자취 통해 ‘30년 상처’ 치유 시도
용서를 위하여 - 한수산 지음/해냄 |
부드럽고 서정적인 문체로 인간의 심리를 파고드는 작품으로 유명한 소설가 한수산씨(64·세종대 국문과 교수). 1989년 영세를 받은 천주교 신자인 한씨는 지난해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소식을 듣고는 ‘그 사건’을 떠올렸다. 끊임없는 집필로 지친 몸을 추스르고 ‘인기 작가’라는 수식어의 부담을 피해 제주에 내려가 ‘욕망의 거리’를 쓰고 있던 81년 5월, 신군부가 보낸 자들에 의해 ‘남산’으로 끌려간 그는 영문도 모른 채 1주일간 혹독한 매질과 전기고문을 당했다. 이른바 ‘욕망의 거리’ 필화사건이다.
30년 가까이 지난 이 사건이 김 추기경의 선종과 겹쳐진 것은 김 추기경이 생전에 강조한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말 때문이었다. 한씨는 김 추기경이 남긴 발자취를 찾아나섰다. 그리고 사제가 되기까지 김 추기경의 삶을 통해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에 대해 탐구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작품이 <용서를 위하여>(해냄)다.
5권짜리 소설 <까마귀> 이후 7년 만의 신작 발표에 즈음해 20일 기자들과 만난 한씨는 “저를 평생 따라다닌 수식어가 인기작가, 감성의 작가라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노작가로 불려야 하지 않을까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한씨는 “김 추기경 선종 이후 다양한 사회적 반응을 바라보면서 오히려 ‘인간으로서의 김수환 추기경은 어떤 분이셨는가’라는 근원적 의문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리고 김 추기경의 말처럼 나를 해친 것에 대해 아무런 죄의식조차 갖지 않는 자들을 용서한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졌다고 했다. 소설 속 주인공은 묻는다. ‘추기경님. 서로 사랑하라는 말은 쉽답니다…증오를 가르친 자를 어떻게 사랑하나요. 추기경님도 고문 한 번 받아보시지요. 그러고 나서 어디 그 잘난 사랑법을 한 번 알려주시지요.’
소설은 김 추기경의 선종 소식을 접한 소설가가 김 추기경이 어린 시절을 보낸 경북 군위, 김 추기경이 유학했던 일본 도쿄의 조치대학, 대구 계산성당, 안동 목성동 성당, 김천 성의여고와 황금동 성당까지 찾아다니면서 김 추기경의 삶과 말씀을 되살렸다. 등장인물은 모두 실명이며 사건들도 실제 있었던 일이다.
한씨는 르포와 인터뷰, 답사기 형식이 혼용된 이 작품을 통해 자기 자신이 안고 있는 상처의 치유를 시도했다.
“작품 후반까지 주인공은 가해자의 사죄 없이 결코 화해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가해자 사죄가 없어도 용서하라는 김 추기경의 말이 나를 또 괴롭힌다는 말까지 나오죠. 하지만 주인공은 결국 내가 살기 위해서라도 사죄 없이 용서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건 제 얘기이기도 합니다.” <201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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