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일 선생은 꽤 꼼꼼한 성격의 학자로 보였다. 곤충학자는 김진일 선생 밖에 만나본 적이 없지만 '딱 곤충학자 스타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답변은 상당히 시원시원하게 해주시는 스타일. 현암사에 파브르 곤충기 10권의 번역문을 2006년에 모두 넘겼는데 2010년에야 번역본이 완간됐으니 오죽 답답하셨겠느냐고 했더니 "말도 하지 말라. 싸우기도 하고 여러번 호통을 쳤다"고 했다.
인터뷰를 오후 늦게 시작해 1시간 남짓했는데, 말씀을 한참 하시다가 "에구 오늘은 이것 때문에 못보겠네"라면서 그 유명한 '동물의 왕국' 그날치 방영분을 못 본것을 아쉬워 하셨다. 요즘은 동식물을 관찰하기 위한 기술이 워낙 발닥해 있다면서 동물의 왕국을 예로 드시면서 하신 말씀이었다.
정년퇴직을 앞둔 2003년 번역을 시작, 2006년 번역문을 마무리하고 4년간의 편집작업을 거쳐 마침내 10권을 완간한 김 교수를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 있는 개인연구실에서 만났다. 김 교수와 파브르의 인연은 깊다. 그는 파브르가 학위를 받은 프랑스 몽펠리에 2대학에서 1978년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터뷰를 오후 늦게 시작해 1시간 남짓했는데, 말씀을 한참 하시다가 "에구 오늘은 이것 때문에 못보겠네"라면서 그 유명한 '동물의 왕국' 그날치 방영분을 못 본것을 아쉬워 하셨다. 요즘은 동식물을 관찰하기 위한 기술이 워낙 발닥해 있다면서 동물의 왕국을 예로 드시면서 하신 말씀이었다.
-책속에 등장한 한국 곤충들지금은 10%도 찾기 어려워
-시적이면서 철학적인 문장 굳어진 머리 개발에 큰 도움
요즘 들어 사정이 나아지긴 했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동서양 고전 가운데 원전이 완역되지 않은 것이 적지 않다. 어른·아이 할 것 없이 ‘곤충’ 하면 곧바로 떠올리는 <파브르 곤충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파브르 곤충기>가 수없이 많이 나와 있지만 일본어판을 중역하거나 일부만 발췌해 어린이용으로 재편집한 것이 대부분이다. 독자층의 눈높이에 맞춰 새롭게 편집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원전의 향기를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통로가 없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시적이면서 철학적인 문장 굳어진 머리 개발에 큰 도움
파브르 곤충기 1 - 앙리 파브르 지음, 김진일 옮김, 정수일 그림, 이원규 사진/현암사 |
요즘 들어 사정이 나아지긴 했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동서양 고전 가운데 원전이 완역되지 않은 것이 적지 않다. 어른·아이 할 것 없이 ‘곤충’ 하면 곧바로 떠올리는 <파브르 곤충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파브르 곤충기>가 수없이 많이 나와 있지만 일본어판을 중역하거나 일부만 발췌해 어린이용으로 재편집한 것이 대부분이다. 독자층의 눈높이에 맞춰 새롭게 편집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원전의 향기를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통로가 없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장 앙리 파브르(1823~1915)의 곤충기는 그가 56세 때 첫권이 나와 30년에 걸쳐 10권으로 펴낸 책이다. 원전의 분량이 2000쪽을 넘는다. 1500여종의 곤충이 등장하는 <파브르 곤충기>는 곤충의 습성과 본능을 생생하게 그려낸 곤충 관찰기이지만 시적이고 철학적인 문장으로 정평이 나 있다. <파브르 곤충기>가 프랑스에서 완간된 지 100여년 만에 현암사에서 한글로 완역돼 10권으로 나왔다. 번역자는 곤충학계의 원로 김진일 성신여대 명예교수(68)다.
정년퇴직을 앞둔 2003년 번역을 시작, 2006년 번역문을 마무리하고 4년간의 편집작업을 거쳐 마침내 10권을 완간한 김 교수를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 있는 개인연구실에서 만났다. 김 교수와 파브르의 인연은 깊다. 그는 파브르가 학위를 받은 프랑스 몽펠리에 2대학에서 1978년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 교수는 대뜸 “파브르는 아무리 봐도 천재야”라고 말했다. 곤충의 습성을 정확하게 관찰하기 위해 파브르가 고안한 접근 방식, 관찰 결과를 문장으로 써내려간 표현력, 곤충기의 짜임새 모두 보통사람으로선 생각해내기 어려운 것들이라는 설명이었다.
“예를 들어 개미집을 추적한다고 칩시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냥 파내면 땅속의 개미집이 무너져 버려 확인할 길이 없잖아. 그런데 파브르는 갈대를 꽂아놓고 조금 파고, 다시 갈대를 꽂고 파내려가기를 반복하면서 복잡한 개미집의 통로를 확인하거든. 지금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당시로선 ‘콜롬버스의 달걀’이었지.”
김 교수가 <파브르 곤충기>가 곤충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분야에 대해 가치가 있다고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처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외길밖에 없지만 옆을 돌아보면 쉬운 길, 지름길이 있을 수 있잖아. <파브르 곤충기>엔 그런 사례가 수두룩해. 그래서 굳어진 머리를 개발하는 데 되움이 될 거라고 봐요.”
사실 <파브르 곤충기> 원전완역이 김 교수가 처음은 아니다. 1999년 원전완역본이 나온 적은 있지만 공동번역자들이 곤충학·생물학 전공자가 아니었다. <파브르 곤충기>엔 곤충의 다양한 이름과 학명 등이 등장하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니면 제대로 번역하기 어렵다. 김 교수는 기존 번역본을 보면서 아쉬움을 많이 느꼈고 자신이 직접 번역하겠다는 결심을 다졌다고 한다. “나는 국내에 곤충학이 도입된 초기에 공부를 하다보니 다양한 곤충들을 다룰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전문 분야를 정해 자기가 연구하는 곤충만 들여다보거든. 결국 ‘내가 죽으면 이걸 할 사람이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
파브르가 살았던 100여년 전 프랑스 남부 지역과 한국은 서식하는 곤충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그래서 <파브르 곤충기>에 등장하는 곤충 가운데 한국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은 10%에 그친다. 이는 <파브르 곤충기>에 등장하는 곤충 가운데 상당수가 곧바로 대입할 수 있는 한국어 이름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더구나 <파브르 곤충기>는 개인 관찰기이기 때문에 오류가 있거나 시간이 흐르면서 학명이 변경된 것들도 적지 않다. 김 교수는 한국에 서식하는 곤충은 따로 표시를 하고, 오류나 변경사항은 일일이 각주로 밝혀뒀다.
우리는 한국의 생태환경이 변하고 있다는 보고를 일상적으로 접한다. 40년간 곤충과 함께 살아온 그에게 이에 대한 견해를 물었더니 우울한 경고가 돌아왔다. “내가 한국의 곤충 생태 변화를 느끼기 시작한 것은 10년도 더 됐어요. 같은 장소라 하더라도 해마다 발견되는 곤충의 숫자와 종류가 바뀌는 거야. 환경 사이클이 급하게 변하니까 벌레는 공황상태에 빠지면서 대를 잇지 못하는 거지. 최악의 경우 반도인 한국은 곤충이 전무하거나 우연히 살아남은 하나의 벌레가 천적 없이 완전히 휩쓰는 상황이 될 수도 있어요.” <20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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