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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_2019

정치 쇠퇴를 보는 두가지 시선, 후쿠야마와 최장집-2 정치, 그리고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원인을 후쿠야마는 미국 민주주의의 기본 요소인 3권분립에서 기인한다고 보는데, 3권분립의 핵심 정신인 '견제와 균형'의 과잉이 현대 미국 정치를 쇠퇴시키는 주요 원인이라고 꼽고 있다. 이에 반해 최장집은 한국 민주주의가 불능 상태에 빠진 원인을 정반대로 분석했다. 그가 보기에 한국의 국가는 헌법에 따라 3권분립 체제로 출범하긴 했으나 허약한 정당으로 대변되는 입법부의 무능, 그리고 권위주의적 유산을 전혀 청산하지 못한 사법부는 정점에 대통령이 서 있는 행정부를 제대로 견재하지도 균형을 맞추지도 못하고 있다. 더구나 5년 단임제라는 선거제도는 대통령으로 하여금 '대표'의 권리만 누릴뿐 '책임'을 지려는 동인을 갖지 않아도 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 더보기
정치 쇠퇴를 보는 두가지 시선, 후쿠야마와 최장집-1 정치 불능의 시대다. 정부와 국회,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밥값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한탄은 하루 이틀 사이의 일은 아니지만 용광로처럼 갈등을 녹여내야 할 정치가 갈수록 사회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캐나다 태생의 미국 원로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David Easton)은 정치를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고 정의했는데 이런 과정이 고장났다는 것이다. 정치 체제의 한 형태인 대의제 민주주의의 요체인 3권분립과 정당, 선거, 갈등의 제도적 해소 등도 이념적으로 극단화된 사회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한국의 경우 국가적 재난인 '세월호 사건'을 정부와 정치권이 해결하지 못한채 6개월째 '정치 무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미국도 지난해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한 의료보험 개혁을 둘러싼 여야의 .. 더보기
"나비야, 나비야", 노스캐롤라이나 자연과학 박물관, 랄리(Raleigh) NC 우리 가족이 1년간 머물렀던 채플힐(Chapel Hill)이라는 곳은 미국 대륙 동쪽 대서양 연안에 접해 있고 남북으로는 중간쯤에 있는 노스캐롤라이나에 자리잡고 있다. 유명한 사립대 듀크대(Duke University)와 미국 역사상 최초로 공립대 설립인가를 받은(실제 설립은 다른 주립대에 뺏기는 바람에 설립은 두번째인)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University of North Carolina at Chapel Hill)가 자리잡은 자그마한 마을로서 '시골'이라고 해도 토를 달 수 없을 정도였다. 사실 대학 빼곤 별게 없는데 오히려 이런 점이 연수생 가족 입장에선 주거나 교육면에서 장점으로 작용한다. 대학이 있고 교육수준이 높다보니 인구가 적은데도 각종 공연장 시설이라든지 공연되는 작품의 수준, 도서관과.. 더보기
도시 인도에 떨어진 은행열매를 애도함 얼마전 지리산엘 다녀왔는데 경남 산청군 산골마을을 들머리로 삼았다. 높은 산골 사이 계곡은 깊었지만 좁다란 들녘에도 가을의 결실은 풍성했다. 논에는 누렇게 익은 벼가 산들바람을 타고 춤추고, 유독 그 지역에 많은 감나무들엔 탐스런 감들이 수도 없이 매달려 가지를 휘고 있었다. 감은 서리를 맞아 이파리가 거의 떨어진 다음 수확을 하는데 10월초였기 때문에 아직 수확하지 않은채 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감들은 눈을 자극하고 입에 침이 고이게 했다. 차창 밖으로 봤지만 게중엔 일찍 익어 땅에 떨어져 방치된 홍시들도 여럿 보였다. 속으로 ‘에구 아까워서 어쩌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산짐승, 들짐승의 먹이가 될 수도 있고 행여 그대로 썩는다 한들 땅이 만든 것이 땅으로 돌아가 양분이 될 터이니 그리 애석해 할.. 더보기
가을 지리산, 그리운 치밭목 오랜만에 지리산에 다녀왔다. 가을 지리산은 처음이었다. 가을산의 대명사는 아무래도 설악산일텐데 가을 지리산은 설악산 못지 않게 맑은 하늘, 청명한 공기, 수려한 단풍 등 무척 감동적이었다. 꼽아보니 어렸을 적 부모님 따라 뱀사골에 물놀이 가고 했던 것을 빼면 그간 지리산엘 대여섯번 갔던 것 같다. 마지막은 아들 녀석이 갓난아기이던 시절 아내와 함께 다녀온 것이니 벌서 8년 가량 시간이 지난 것 같다. 계절로도 모두 여름 산행이었고 한번은 겨울산행이었다. 특히 이번 산행은 경남 산청의 지리산 깊은 골짜기에서 나고 자란 분의 인도를 받아 단체로 산행을 했는데 단순히 높은 산을 오르고 걷는 데에 그치는 게 아니라 지리산 골짜기 골짜기에 얽힌 역사와 문화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산행코스는 대원사.. 더보기